동경괴동 2
모치즈키 미네타로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동경괴동 1권을 읽었을 때, 도대체 이게 뭐지, 란 생각과 묘한 호기심이 함께 들었었다. 자신의 속마음을 담아두지 못하고 있는 대로 내뱉는 하시, 시도때도 없이 오르가즘을 느끼는 하나, 돌아서면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청년(이름이 없다), 세상을 바라볼 때 인간을 전혀 인식 하지 못하는 마리, 자신은 수퍼 히어로라고 생각하는 히데오는 크리스티아니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다. 그들을 치료하는 의사는 타마키라는 의사다.

2권은 타마키의 행방불명과 히데오의 추락사고로 시작한다. 자신을 수퍼 히어로라고 믿는 꼬마 히데오는 다행히 나무에 걸려 큰 부상은 피하지만 통각이 없는 관계로 자신이 얼마나 다친지도 모른다. 하시는 교통사고로 인해 뇌에 박힌 파편을 제거할 수술을 앞두고 고민하는 중이다. 하지만 자신을 담당하던 타마키가 사라져버려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이야기는 주로 하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하시는 여전히 약을 남용하고,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거리낌없이 지껄이는 태도는 전과 다름없지만 하나를 배려하는 듯한 말을 해서 하시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졌달까. 또한 기억력장애를 가진 청년이 가진 능력도 흥미롭다. 아직은 좀더 두고 봐야 할테지만...  

또한 사라져버린 타마키가 묘한 모습으로 텔레비전에 등장하는데... 타마키는 왜 그렇게 된 것일까. 겉으로 보기엔 유능한 의사,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자식을 둔 남자인 타마키는 도대체 왜? 아직 타마키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그 역시 참고 있던 충동을 이제서야 내보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평범한 것과 평범하지 못한 것. 그사이에서 그도 꽤나 고민하고 괴로워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경괴동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역시 하시가 그리는 만화 동경괴동이다.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그 만화는 세상과 단절된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자신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태도에 상처받지만 유일하게 자신을 감싸주는 존재인 어머니. 하시에게 있어 어머니의 존재는 만화속의 존재와 현실속의 존재의 차이가 무척이나 크다. 만화는 자신의 바람을 담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수술이 자신을 구제할 유일한 방법이라 믿었던 건지도 모른다. 아직은 세상과 담을 쌓은 듯 보이는 하시이지만, 그가 어떻게 변해갈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스스로 타인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하시는 입으로는 못된 말을 하지언정 속은 여리디 여린 녀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너무 상처받기 쉬운 타입이랄까. 상처받기 싫어 타인에게 날을 세우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또한 늘 툴툴거렸던 타마키의 존재가 사라짐으로 인해 또다른 상처를 받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도 알아. 진실이라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고. 그래선 관계가 잘 구성되지 않으니까. 사람들은 빈말이나 거짓말을 하잖아? 그리고 그걸 남에게도 기대하고. 그러니까 그렇지 않은 인간을 보면 이해할 수 없는 괴물처럼 느껴지고 불안해지는 거지. 
타마키만 해도 그래. 착한 척은 혼자 다 하면서 힘이 되겠다고 말해놓고는 결국 말뿐이잖아.
(165p) 

진실은 늘 괴롭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도 괴롭다. 그래서 가끔은 거짓속에 진실을 봉인하기도 한다. 세상 사람들과 유연하게 섞여서 살아가기 위한 거짓과 고의로 단절시키는 거짓은 다르다. 그렇게 그들은 스스로를 자신의 거짓된 세상속에 가둬 놓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아무리 두렵고 무서운 일이라해도 그것을 마주하지 않는 이상 그들은 언제까지나 자신이 만든 틀안에 갇혀 지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아이들이 세상과 마주할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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