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실수 신나는 책읽기 27
황선미 지음, 김진화 그림 / 창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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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는 실수인데 뻔뻔한 실수라고? 도대체 어떤 실수가 뻔뻔한 실수란 걸까.
보통 실수란 것은 의도하지 않은 것에서 생기는 건데, 어떻게 하면 뻔뻔한 실수란 걸 하는 걸까?

초등학교에 다니는 대성이는 요즘 심기가 무척 불편하다. 왜냐하면 반장인 영일이네 엄마가 반장 당선 감사 표시로 예쁜 어항을 대성이네 반에 선물했는데, 영일이는 반에 있는 모든 아이들에게 물고기 사료를 줄 수 있게 해준다고 약속해 놓고 그 약속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대성이가 짝사랑하는 연주라든지, 준기라든지 혹은 영일이에게 잘 보이는 애들에게 그 우선 순위가 먼저 돌아가기 때문이다.

대성이는 영일이가 너무 얄미워서 영일이를 골탕먹일 계획을 세운다. 그 계획은 바로 물고기 사료를 강력세제와 코코아가루를 섞은 것으로 바꿔 놓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일은 결국 물고기를 모두 죽게 만든다. 게다가 마지막으로 물고기에게 사료를 준 보미에게 그 원망이 다 돌아가게 되는데...
과연 대성이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학급 친구들에게 자신의 실수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을까?

대성이네 집은 좀 가난한 편이다. 아빠는 새벽에 공사장에 나가고 엄마는 실내화를 만드는 일을 한다. 그에 비하면 영일이나 연주는 잘사는 집 아이에 속한다. 이렇다 보니 학급 친구들도 잘 사는 집 아이, 못사는 집 아이로 갈리는 상황이다. 아이때라면 그런 걸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아도 초등학교 다닐 나이쯤 되면 그런 걸 다 아는가 보다 싶어 마음이 좀 무거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대성이가 영일이를 골탕먹이려고 한 일이 큰 화를 부른다. 대성이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알지만 모두의 앞에 나서서 자신의 잘못을 고백할 용기를 내지 못한다. 아니,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다. 비록 보미가 범인으로 몰려 아이들에게 원망을 듣는다 해도 대성이는 스스로 나서고 싶지 않다. 사실 대성이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른도 자신이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했을 때 움찔하게 되고, 다른 사람이 자신의 실수를 눈치채지 못하는 한 자신의 실수를 감추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성이의 마음을 바꿔 놓은 아이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대성이가 짝사랑하는 연주였다. 대성이의 행동을 오해해서 대성이를 용감한 아이라고 말한 것이 그 발단이었다. 연주의 말에 용기백배하여 대성이는 반아이들에게 자신이 그런 일을 했다고 고백하지만, 아이들은 대성이의 고백을 용기있다고 칭찬하기는 커녕 오히려 못된 아이로 몰아 부친다.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보미가 누명을 쓰고 결석까지 하고 있는 상황까지 갔는데도 대성이는 처음부터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딱 잡아 똈으니까.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지만 실수에 대한 고백도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 너무 늦으면 오히려 더 큰 원망이 되어 돌아온다. 그러나 대성이는 아직 어려서 그런 것을 모른다. 또한 학급 친구들 역시 그런 걸 이해하고 포용하기엔 어린 나이다.

고백까지 했건만 자신에게 돌아오는 건 비난 뿐. 대성이는 그런 상황을 불합리하다 생각하고 오히려 다른 아이들을 무시하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일이가 물고기값 30만원을 물어내라고 하자, 대성이는 오기로 물고기값을 물어준다고 하지만 대성이에겐 그런 능력이 없다. 옆집에 사는 고물상 아저씨와 의논한 대성이는 폐품을 모아 돈을 모으기로 한다. 대성이는 그런 일까지 해야 하는 게 창피해서 참을 수 없다. 이런 대성이를 보면서 혀를 끌끌차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그렇지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구나 싶어서 말이다. 여전히 오기와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있는 대성이를 보면서 혼내키고 싶단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대성이는 폐품을 모으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어간다. 쓰레기로만 보였던 것이 얼마나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돈을 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게다가 보미의 할아버지가 폐품을 모은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고 보미에 대해 더욱더 미안한 생각을 가지게 된다. 결국 대성이의 노력은 학급친구들에게 대성이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계기가 된다. 

어느 정도 돈을 모아 물고기를 사려고 했지만 죽은 물고기가 어떤 물고기인지 알지 못해 대성이는 물고기 파묻은 자리를 파보게 된다. 그리고 대성이는 그곳에서 죽음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게 되고,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게 된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 소중한 생명을 앗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 것이다. 

이 이야기는 한 소년의 성장담이자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반성하고 고백하는 것이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이며, 잘못과 실수에는 댓가가 따른다는 걸 이야기한다. 아이나 어른이나 살면서 실수를 한 번도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없다. 실수란 것은 대개 의도적인 행위가 아니기때문이다. 대성이의 경우 의도적인 잘못이 포함되어 있지만, 처음부터 물고기를 죽이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영일이를 골탕먹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저지른 일이 큰 화를 부른 것 뿐.

하지만 대성이는 처음부터 자신의 잘못은 없다고 생각했고 - 비록 양심에 좀 찔리긴 했지만 - 다른 아이들 탓을 했고, 고백하고 용서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댓가를 치르는 것에 대해 왜 자신이 굳이 그렇게 해야하는지를 알지도 못했다. 물고기의 죽음이란 걸 확실히 실감하면서 모든 것을 깨닫게 된다. 대성이는 큰 댓가를 치뤘다. 아마도 자신이 저지른 일때문에 물고기가 죽은 일에 대해서 앞으로도 큰 죄책감을 안고 살아갈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한 한가지는 자신이 실수를 한다면 모른척 하는 것이 아니라 용기있게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고 그 댓가를 치뤄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단 것이다. 앞으로의 인생에서 대성이가 또 실수를 하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그때에는 자신의 실수에 대해 지금처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용서를 구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는 사람이 참 많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자신이 어릴때 저지른 실수라던가, 혹은 최근에 저지른 실수라던가에 대해 생각하면서 말이다. 사람은 실수도 할 수 있고, 용서도 할 수 있는 존재다. 그러하기에 자신의 실수를 감추기 보다는 용기있게 고백하고 댓가를 치르고 용서를 받는 것, 그것이 사람의 도리를 다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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