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 아시하라 히나코 컬렉션 1
아시하라 히나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받았을 때 내 첫느낌은 아, 너무 예쁜 커플이다, 란 것. 파스텔톤의 배경에 서로 기대어 앉은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나도 평온해 보였달까. 게다가 자세히 살펴 보면 남자가 여자의 새끼 손가락에 자신의 새끼 손가락을 걸려고 하고 있다. 책의 원제는 ユビキリ. 우리말로 하면 손가락 걸기다. 약속의 증표로 손가락을 거는 것, 바로 그것이 ユビキリ.

이 책에는 총 세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약속, 뻐꾸기의 딸, 60days가 바로 그것.
첫번째 수록된 작품이자 표제작인 약속은 15살의 사사키 아사코와 혼조 카즈시라는 소년이 등장한다. 아침 뉴스로 자살을 시도한 여중생의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아사코는 그 뉴스를 보고서 학교 옥상에서 문득 자살에 대한 생각을 떠올린다.

사실 아사코와 아사코의 부모와의 관계는 소원한 편이다. 보통의 사춘기 청소년들을 가진 부모 자식 사이가 그러하듯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아사코 앞에 나타난 것은 혼조 카즈시란 소년으로 아사코와 같은 학교에 다닌다. 알고 보니 아사코는 저녁을 혼자 먹기 싫을 때마다 카즈시가 일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서로 그걸 몰랐을 뿐. 둘은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지만, 아사코는 혼조가 자신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부모와의 갈등, 청소년 자살이란 문제가 이 작품의 소재로 쓰이고 있다. 일본도 그렇지만 우리나라도 청소년들의 자살률이 꽤나 높다. 청소년기란 방황하기 쉬운 나이다. 미래는 막막하기만 하고, 자신을 구속하는 것은 많다. 그렇다 보니, 죽음으로 해방을 맞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비록 미래는 불투명하지만,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나를 옥죄는 기분이 들지만, 그 시절은 지나가게 마련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때를 떠올리며 미소지을 날도 올 것이다.

뻐꾸기의 딸은 읽으면서 좀 당황스러웠던 단편이다. 같은 여자아이들에게 늘 따돌림을 받는 이부키는 소위 문제아다. 그녀의 문제란 사랑에 너무나도 쉽게 빠진다는 것. 그렇다 보니 다른 여학생들과 마찰이 생기기 일쑤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것은 친구 나오로 그녀가 무슨 일을 하든 따스하게 그녀를 바라봐 주는 유일한 친구이다.

이부키는 어느날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의 문제는 유부남이란 것. 하지만 이부키에게 있어 사랑의 장애물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 그녀를 걱정하는 나오와 자신의 사랑을 이루고 싶어 하는 이부키. 과연 그녀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제목인 뻐꾸기의 딸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부키의 지금 엄마는 진짜 엄마가 아니다. 진짜 엄마는 이부키를 낳은 후 사라져 버렸고, 그후 새엄마가 이부키를 키워왔던 것. 그렇다 보니 이부키는 사랑에 대해 약간은 잘못된 시각을 가지면서 성장한 듯 하다. 하지만 성장과정이 그렇다고 그녀가 하는 사랑 자체가 모두 잘못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조금은 황당했지만, 그래서 더욱 그녀의 사랑을 응원해주고 싶달까.

마지막 작품인 60days는 전학을 60일 앞둔 마도카라는 소녀의 이야기이다. 평소 다른 아이들과 거리를 두며 학교 생활을 했던 마도카는 전학이란 말에도 그다지 감흥이 없다. 물론 다른 아이들에게도 알리지 않을 예정이다. 하지만 마도카의 담임은 그런 마도카를 운동회 준비위원으로 일하게 한다. 처음에는 그 모든 것이 어색했던 마도카였지만, 치에라는 소녀를 만나면서 자신의 마음을 열게 되는데...

세 작품중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이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소녀를 만나며 자신이 살아온 세계가 어떤 세계였던지를 깨닫고, 아이들과 함께 운동회 준비를 하면서 학교 생활이 얼마나 즐거운 것인지를 깨닫게 되는 마도카의 이야기는 끝으로 가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그리고 풋풋한 첫사랑의 이야기까지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달까.

세편의 작품은 각자의 문제로 방황하던 세 소녀의 성장담이자 풋풋한 사랑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할 세계이자 한번 지나면 다시 오지 못할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은 따스하면서도 유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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