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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2 ㅣ 소설 포토북
김성연 지음, 홍정은.홍미란 극본 / 맛있는책 / 2010년 10월
평점 :
우연히 그림 속에 갇힌 구미호의 봉인을 풀게 된 차대웅은 구미호와 100일간의 계약연애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무섭고 두려웠던 구미호였건만 점점 구미호에게 마음이 끌리는 대웅은 스스로에게 당황한다. 비록 사람과 다른 존재이지만 순수하고 천진난만하며 솔직하고 꾸밈없는 미호의 마음에 반했던걸까.
드라마를 소설로 만든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 2권은 미호에게 차츰 사랑을 느끼게 되지만 여전히 자신의 마음을 부정하고 싶은 대웅과 여전히 변함없이 대웅에게 사랑의 화살을 날리는 미호에게 닥친 위기 상황으로 시작한다. 악플 혜인은 여전히 두 사람 사이를 갈라 놓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캠코더에 찍힌 수상한 영상. 혜인은 미호를 병원으로 데려와 검사를 받게 하려고 하지만 미호는 그곳을 탈출해 버린다. 결국 자신의 정체를 밝히게 되는 미호는 혜인의 입을 막기 위해 그녀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한다.
한편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을 거치고 있는 미호. 그러나 이 사실은 아직 대웅이에겐 비밀이다. 동주선생이 마련해준 신분증과 여권, 대학졸업증명서, 그리고 돈이 가득 든 통장은 나중에 미호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박선주라는 이름을 가지고 체험해보는 인간 세상. 미호는 색다른 체험에 즐거워 하며 나중에 완전한 인간이 되어 대웅과 행복하게 살아갈 날을 꿈꾼다.
대웅이 없으면 안 돼. 나는 대웅이가 좋아서 옆에 있는 거지, 필요해서 같이 있는 거 아냐. 인간이 되고 싶은 제일 큰 이유도 대웅이야. (36p)
하지만, 혜인의 못된 짓으로 여우구슬이 다치게 되고, 그 결과 미호는 대웅을 공격하게 되는데... 자신의 그런 모습에 당황한 미호는 스스로 살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 나간다. 100일이 지나면 대웅이의 곁을 떠나려고 결심한 것이다.
너는 다른 여자를 좋아하진 않지만 나를 좋아할 수는 없고 고기를 줄 수는 있지만 마음을 줄 순 없지? (117p)
서로 어색한 나날을 보내는 미호와 대웅. 대웅은 동주가 마련해준 신분증과 여타의 서류를 보고 미호를 찾아 나서는데... 미호가 없어진다, 미호가 내 곁을 떠난다. 그 생각만으로 미칠 것만 같아진 대웅은 미호와 함께 가기로 했던 그곳에서 미호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이제 불행끝, 행복시작? 하지만 미호도 대웅도 모르는 게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100일이 지나면 누군가 하나가 죽게 된다는 것이었다. 대웅에게서 여우구슬을 되찾지 못하면 미호가 죽게 될 것이고, 미호에게 구슬을 돌려주면 대웅이 죽게 될 거란 것. 미호는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이 사라지는 한이 있어도 대웅을 지킬 결심을 하는데... 과연 두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사람과 요괴. 요괴와 사람. 서로 다른 존재가 사랑을 할 때, 늘 희생되는 건 사람이 아닌 존재 쪽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해피 엔딩이 아닌 새드 엔딩으로 끝이난다. (가끔은 달라지는 경우도 있지만) 여기에서도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했다. 정말 두 사람에게는 방법이 없는 걸까. 드라마 시청을 했고, 책도 다 읽은 상태라 지금에야 결말을 다 알지만 드라마를 보는 내내 가슴을 졸였다. 이렇게나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는데 함께 할 수 없다니. 미호와 대웅이 서로를 위해 희생하고자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욱씬거렸다. 인간인 대웅이 철딱서니 없고, 찌질한 녀석에서 진짜 사랑이 무언지 배워가는 남자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이나 기특했다. 누군가 혼자만 살아 남는다는 건 의미가 없다. 옛날 이야기였다면 구미호가 아무도 모르게 사라졌을 테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이 소설이 재미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와하하하핫 하고 웃다가, 때로는 코끝이 시려지고 가슴이 짠하기도 하고, 동주 선생의 길달에 대한 사랑과 미련에 대해 안쓰러워하기도 하고, 악플 혜인을 보면서 밉다 밉다 그러기도 하고...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진지함과 코믹함이 잘 섞여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너무 무겁지도 않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그런 이야기가 탄생했다.
또한 구미호라는 캐릭터가 일반 드라마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 캐릭터와 완전히 차별화 되었다는 것도 이 이야기의 재미라 할 수 있다. 보통 여자 주인공은 악역인 다른 여자에게 시달리고, 상대 남자의 오해를 사는 등, 온갖 시련을 다 겪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여기에 나오는 구미호는 전혀 그렇지 않다. 자신을 굽힐 줄 알되 비굴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 그래서 더욱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책 마지막에는 드라마의 엔딩에 이어지는 또다른 엔딩이 있다. 읽다가 푸흡하고 웃음을 터뜨렸는데, 어쩌면 이 일로 인해 동주 선생도 행복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달까. 사실 드라마 엔딩으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니까. 시종일관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구미호와 차대웅의 알콩달콩 러브 스토리. 앞으로 아주 특별한 커플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이 둘처럼 오래 기억될 커플을 없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