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경단과 찹쌀떡 2
와카나 우스쿠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18세의 초고령이지만 신체 나이는 8살, 험악하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동생 피코를 너무나도 잘 돌봐주는 초식남 팥경단 오빠 부와 10살의 나이에도 여전히 아기같고, 공주병까지 있는 육식녀 찹쌀떡 피코. 부와 피코의 그 두번째 이야기.

결코 귀엽다고 할 만한 작화는 아니지만 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빵빵, 그 귀여움에 금세 매료된다. 부와 피코, 그리고 작가의 일상을 그리고 있는 팥경단과 찹쌀떡 2권은 부의 병원 진료편부터 시작한다. 18살이란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건강했던 부에게서 아포크리선염이라는 일종의 암이 발견된다. 다행인 것은 암이지만 노묘다보니 진행이 빠르지는 않을 것이란 것과 부 역시 식욕도 좋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활기차다는 것이다. 

자신의 반려동물에게서 이상이 발견되면 '쿠쿵'하고 누군가 머리를 내리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내가 키우고 있는 녀석들도 지금이야 신체 건강하지만 한때는 모두들 병원 신세 한 번씩(혹은 그 이상씩) 졌던 적이 있으니까. 나라는 심장사상충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했고, 꼬맹이는 간이 안좋아서 한동안 계속 약을 먹었고, 돌돌이는 슬개골 탈구 수술을 받았고, 공주는 유선종양 수술을 받았고, 보람이는 자궁축농증 수술을 받았다. 내 반려동물이 감기에만 걸려도 정신이 혼미해지는 게 바로 반려인의 마음. 그런데 암이라니 그때 작가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눈에 선하다. 

이렇듯 조금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2권이 시작되었지만 그들의 똥꼬발랄하고 때로는 엽기적이기한 해피 라이프는 계속되고 있다. 나이를 먹으면 동물들도 영악(?)해진다. 특히 사람들은 고양이가 머리가 나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지만 그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고양이는 사실 굉장히 머리가 좋다. 사람이 하는 말에 따르지 않기 때문에 사람 말을 못알아 듣는 것 같지만, 고양이들이 사람을 부리는 걸 보면 그런 말은 쑥 들어 갈게다. 왜,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하녀나 집사라고 칭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것.

부와 피코도 마찬가지. 아침 7시 기상, 밥을 먹고 볼일을 보고 털손질을 하고 낮잠을 자는 일과를 보내지만 그게 단순하지 않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않는 사료는 거들떠도 보지 않기도 하고, 화장실이 더러우면 치우라고 악을 쓰며 울고, 베란다에 나가고 싶을 때는 문앞에 앉아 창문을 두드리는 등 자신의 의사 표현이 확실하다. 즉, 사람을 잘 부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부와 피코와 함께 생활해온 작가도 부와 피코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잘 알아챌수 없는 경우도 있나 보다.

고양이를 키우면 … 내 집 안방에서도 외국에 온 기분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73p)

암만, 고양이든 개든 똑같다. 나도 우리 개들이 찡찡대거나 낑낑대거나 끙끙대면서 자신의 의사 표시를 할 때 대부분은 알아듣지만 때로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을 경우도 많다. 일단 화장실에 데려가보기도 하고, 물을 줘보기도 하고, 재우려 방석위에 올려다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항의를 할 때가 있다. (우리 공주는 18살로 지금은 내가 화장실에 데려다 주고, 물그릇도 대령하고 밥도 손으로 먹인다. 스스로 하기에 불편해 하기 때문) 그럴 땐 정말 답답해서, 어찌할 바를 모를 때도 많다.

고양이도 말을 했으면 좋겠어! (72p)

라고 작가가 생각한다면, 나는 개도 말을 했으면 좋겠어!! 라고 생각하고 있달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 반려동물이 개든 고양이든 - 비슷한 생각을 하게 마련이니까.

이렇듯 소소한 일상이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늘 즐겁고 조용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왁자한 분위기가 더 많다고나 할까. 그래서 외롭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笑)

2권은 뭔가 좀 대조적인 분위기의 에피소드가 많다. 부와 피코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있다면, 늙어가는 부의 모습도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건강하다 해도 나이는 어쩔 수 없는 법. 그루밍을 할 때도 자신의 다리를 끌어 올리지 못하는 모습이나 높은 곳에 올라가지 못하는 모습, 화장실까지 가지 못하고 이부자리에 실례를 하는 모습이나 좋아하던 음식도 소화하지 못해 토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짠해진다.

우리집 녀석들도 평균 10세 이상인데다가 제일 나이가 많은 녀석이 18세. 올 봄에 쓰러졌을 때는 정말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게 아닌가 싶어 아찔했다. (왜냐면 작년 봄에 가을이를 떠나보냈기 때문에. 가을이는 그때 나이 18살이었다.) 기적적으로 소생하긴 했지만 그후 한 달 이상 동안을 자면서 소변을 흘리는 등 정말 공주와 보낼 시간이 이젠 얼마 남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후 스스로 운동(?)을 시작하더니 거짓말처럼 건강해져서 밥도 잘 먹고, 자다가 소변이 마려우면 울어서 나를 깨우기도 한다. 그럼 난 일어나서 공주를 화장실에 데려다 준다. 좀 불편하긴 해도 살아있는 것 자체가 고맙다. 물론 언제까지나 그 상태가 유지되지 않으리란 걸 안다.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해놓는 것이 좋다는 것도 안다. 

작가 역시 나이가 들어 가면서 예전같지 않은 부를 보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화장업체를 알아본다거나 하는 등. 하지만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해서 '그날'이 힘들지 않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슬프지 않을거란 것도 아니다. 다만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하는 것만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오해 1월에 나왔고 당시 부의 나이는 스무살이 되었다. 부가 지금도 건강한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작가같은 반려인과 함께 지내는 시간은, 피코처럼 귀여운 여동생과 지내는 시간은 언제까지나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고, 언젠가 찾아올 '그날'에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10년이 지나고 15년이 지나서 고양이가 내 곁에 없을 때 내가 추억으로 떠올릴 것은 아마도 과자처럼 달콤하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가슴이 욱신거리는 고양이와 부대끼며 살아왔던 나날일 것이다. (2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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