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홀 Blue Hole 2
호시노 유키노부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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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프리카 코로모 제도 해역의 블루홀에서 고대어 실러캔스가 발견된다.
사람들은 그곳 블루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조사를 하다 블루홀로 빨려들어가 6500만년전의 지구, 즉 중생대 백악기 말기의 지구와 조우한다. 공룡의 시대인 그곳에서 생존자들은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그러는 동안, 현대의 사람들은 학자들을 블루홀로 보내 찰스 호크가 제안한 블루홀 계획을 실행하기 시작한다.

동료들과 떨어져 백악기 시대를 헤매던 가이아와 알프는 힘겹게 동료들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때로는 공룡들을 돕기도 하고, 또 그 공룡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는 알프는 그 시대를 대하는 태도가 여느 인간들과 다른 가이아의 태도에 감동을 받는다.

생각하는 것과 살아가는 건 달라... 자연보호니 환경이니 떠들어봤자, 우리는 실제 야생 세계에서 너무나도 약해빠진 존재인걸... 그게 스스로도 한심하게 여겨졌어. 하지만 가이아, 넌 달라. 너만은 생물의 입장에서 이 세계를 대하고 있잖아. 그게 부러워. (43p)

인간은 천적이 없다고 하지만 그것은 현대 사회의 도시에서나 그렇다. 만약 맨몸으로 아마존의 밀림이나 아프리카의 사바나 지역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면? 인간은 맨몸으로 맹수와 싸워 이길 수 없다. 밀림이나 사바나에서도 그럴진대 백악기 말기 공룡의 시대에서는 오죽할까. 맨몸으로는 절대 승산이란 없다. 아니 총으로도 그들을 죽일 수 없다, 상처는 입힐수 있을지 몰라도. 인간들은 낯선 곳에서는 두려움을 느낀다. 대부분의 인간이 그렇다. 그것은 자연을 멀리하고 살았기 때문이다. 가이아가 이런 곳에서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자연을 경외하는 마음때문이 아니었을까.

가이아가 동료들에게 돌아갔을 때 블루홀 계획은 생각외로 빨리 실행되고 있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가이아는 그것이 운석의 충돌 가능성때문이란 것을 알게 된다. 운석의 지구 충돌. 그것은 백악기 말기 공룡을 멸종시킨 원인의 하나였다. 그러나 그것이 또다른 블루홀과 연결된 고생대의 지구와 현대의 지구에까지 큰 영향을 준다면? 학자들은 블루홀의 연결지점을 막기로 결정하고 노아의 방주 계획처럼 공룡들을 한쌍씩 현대로 실어나른다.

공룡의 수명은 100년도 훨씬 넘는다더니... 마치 오랜 세월을 살아온 현자같은 눈이었어. 자신들의 운명을 이미 내다본 듯한 눈... (163p)

난 이 대사가 나오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물끄러미 자신의 알을 가져가는 인간을 바라보던 공룡의 눈. 이미 운석 충돌로 인해 자신들이 죽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공룡들은 인간의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의 진심이 무엇인지 우리가 짐작만 할 수 있을지라도. 자연에서의 생과 멸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순서대로 진행된다. 하지만 때로는 자연의 거대한 힘때문에 멸종하는 종들이 생겨나기도 한다. 바로 그 일이 지금 벌어지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명예욕에 눈이 뒤집힌 찰스 호크와 줄리가 가만히 있을리가 없다. 그들은 후드와 결탁해 또다른 음모를 꾸미는데.... 찰스 호크란 인간을 보면 인간의 어리석음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짓밟으며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공존이란 단어 자체도 모르는 인간.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무언가를 파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찰스 호크는 그러한 것을 전혀 모르는 인간이다. 결국 그가 멋대로 불러 일으킨 일은 또다른 재앙을 불러오게 된다.

블루홀 1, 2권을 읽으면서 인간과 자연, 그리고 지구란 것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초기 인간은 자연에서 약자였다. 문명과 기술의 발달은 지구상에서 인간의 천적들이 없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인간은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라는 오만한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런 오만함과 교만함은 끝을 모르고, 인간은 환경파괴의 주범이요, 지구생물들을 멸종시키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협적인 종이 되어가고 있다. 인간이 지나간 자리에는 파괴된 흔적만이 남는다. 인간이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들과의 공존을 모색하지 않는 이상, 결국 인간마저 멸종해 버릴 것이다. 스스로를 파멸의 구덩이로 몰아가면서 말이다.

이야기의 끝에 이르러 나오는 크로노스의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인간의 역사는 지구의 역사의 한 부분이고, 인간이란 종은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의 한 종이란 것, 그것을 잊는다면 인간에게 더이상 미래는 없을 것이다.

가이아여 -
과거가 따로 있고 미래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가이아여 -
멸망하는 게 따로 있고 번성하는 게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온갖 '시대'의 생물이 지금 너희와 같은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잊지 마라.
그 운명은 너희들의 운명이기도 하다는 것을 -
온갖 '시대'의 온갖 생물이 지금 너희와 같은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
(294~296p)

지구의 시간은 지금도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 지구가 탄생한 45억년전부터 멈추지 않고.  인간은 그 중간에 생겨난 종일 뿐이다. 그것만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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