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Hardcover, Revised)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1
로버트 사부다 지음 / Simon & Schuster / 200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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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앨리스 이야기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말하는 하얀 토끼를 쫓아가다 토끼굴로 빠진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서 겪는 모험은 어린 시절의 나도, 어른이 된 지금의 나도 멋진 상상의 세계로 데려 간다. 이제껏 앨리스 이야기는 여러 판본으로 읽긴 했는데, 원서도 팝업북의 형태도 처음이다. (팝업북은 앨리스로 처음 접한 것임) 처음 책을 받았을 때 그 두툼함에 놀랐다. 페이지수는 얼마되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이 볼륨이라니. 얼른 펼쳐보고 싶은 마음에 가슴은 콩닥콩닥.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개봉하는, 생일 선물을 개봉하는 그런 느낌이었달까.


첫 페이지를 넘기자 마자, 내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마치 토토로에 나오는 나무가 씨앗에서 커다란 나무로 순식간에 자라는 것처럼 위로 솟아오르는 거대한 나무. 아, 이거 어쩌면 좋아, 내용을 읽기도 전에 다음 페이지로 넘기고 싶은 손가락을 간신히 붙들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나무 위의 얼굴은 모자장수와 하트의 여왕이다. 위로 펼쳐지는 그림의 모습에만 혹했다면 저 얼굴을 찾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나무만으로도 로버트 사부다만의 유머 감각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달까.

왼쪽 페이지에 이 페이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가로운 오후 언니와 함께 풀밭에 앉아 있는 앨리스는 무료해서 견딜 수 없을 지경이다. 그때 앨리스의 눈앞을 가로질러 뛰어가는 하얀토끼. 앨리스는 토끼를 쫓아 가기로 마음먹는다. 사진 오른쪽 아래에 있는 부분을 열어보면 와우, 세상에나 토끼굴로 떨어지는 앨리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작은 구멍을 통해 본 앨리스는 정말로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토끼굴에 도착한 앨리스는 병에든 음료를 마시고 키가 줄어들고, 파이를 먹고 키가 다시 커진다. 그것도 너무 커져 버렸다. 앨리스는 음료수도 다 마셨고, 파이도 다 먹어 버렸다. 이젠 원래 키로 돌아갈 수 없는 걸까. 앨리스는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고, 눈물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그후 앨리스는 놀란 토끼가 떨어뜨린 장갑과 부채를 주워 부채를 부치다가 다시 작아진다. 그리고 자신이 흘린 눈물 웅덩이 속에 빠진다. 원래 이야기에서는 작은 동물들이 등장하지만 여기에서는 생략되어 있다. 젖은 몸을 말리기 위해 코커스 경주를 하는 그 장면이 없어서 좀 아쉽긴 하지만 움직이는 그리고 위로 솟아나는 그림들에 황홀해져 그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작아진 앨리스는 길을 걷다 토끼의 집에 도착한다. 토끼집에 들어가 또다시 음료병을 발견한 앨리스는 그것을 마시지만 이번에는 토끼집이 부서질 정도로 몸이 커져버린다. 창문으로 튀어나온 팔과 다리, 그리고 그 안으로 보이는 앨리스의 표정이 정말 곤란에 빠졌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앨리스는 옴짝달싹 못하지만 토끼의 집안에서 케이크를 발견하고 그걸 먹는다. 설마 더 커지지는 않겠지. 꿀꺽. 케이크를 먹자마자 앨리스의 몸이 다시 작아지기 시작했다. 옳커니, 성공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 작아져 버렸다.

집밖을 나온 앨리스는 길을 걷다 버섯위에 앉아 있는 쐐기벌레를 발견한다. 자신의 원래 키로 돌아가고 싶은 앨리스는 쐐기벌레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쐐기벌레가 가르쳐준 버섯을 먹으니 목이 늘어났다 줄었다, 엄청나게 목이 길어진 앨리스를 보고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우여곡절을 겪은 후 앨리스는 버섯양을 잘 조절해서 자신의 키를 되찾는다.


그후 앨리스가 도착한 곳은 공작부인의 집. 그곳에는 심술맞은 요리사가 요리에 후추를 잔뜩 뿌리고 있고, 아기는 계속 울기만 한다. 여왕님과의 크로켓 경기때문에 집을 나서야 하는 공작부인은 앨리스에게 아기를 맡기고 길을 나선다. 집밖으로 나오니, 이거 왠일. 아기의 얼굴이 이상하다. 돼지였던 거야!? 앨리스는 돼지를 숲에 풀어주기로 마음 먹는다.

짜잔~~ 드디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체셔 고양이 등장.

"Cheshire Puss," she began rather timidly, "would you tell me, please, which way I ought to go from here?"
"That depends a good deal on where you went to get to," said the Cat.

앨리스에 나오는 대화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체셔 고양이의 대답은 내가 가야할 길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 때, 마음이 방황하게 될 때 떠올리면 마음이 진정되고 차분해지는 느낌이 든다.


앨리스가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모자 장수와 3월의 토끼가 티타임을 갖는 장소이다. 졸고 있는 겨울잠쥐도 등장. 펼치면 근사한 티테이블이 펼쳐진다. 하지만 전혀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모자 장수와 3월의 토끼때문에 마음이 상한 앨리스는 금세 그 자리를 뜨고 만다. 내가 참 좋아하는 장면중의 하나인데, 티 테이블이 정말 근사하게 표현되어 있다. 특히 안락한 의자에 앉은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무척 불편한 심기를 내보이는 앨리스의 얼굴이 재미있다.


다음으로 앨리스가 도착한 곳은 근사한 정원이었다. 여왕님의 명령대로라면 붉은 장미를 심어야 하지만, 흰장미를 심어놓고 붉은 물감으로 흰장미를 칠하는 카드 정원사(중간 왼쪽)의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저런걸 보고 미봉책이라하지...

크로켓 경기장의 모습(사진 맨 위)은 상상력의 집결체랄까. 하트의 여왕과 왕, 그리고 다른 왕과 여왕을 비롯한 카드들의 행진. 그리고 크로켓채는 홍학, 공은 고슴도치. 우왕좌왕하는 카드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재미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든 이들의 표정이 다 다르다는 것도 발견할 수 있다. 역시 이 크로켓 경기에서 그냥 넘어 갈 수 없는 것은 여왕님의 "Off with his head!" , "Off with her head!"라고 외치는 장면이 아닐까. 그렇게 심술만 부리면 주위에 있는 사람은 다 떠나버릴겁니다, 여왕님! 이라고 충고하고 싶지만 나도 내 목은 소중하기에 그냥 꾹 참기로 했다.

드디어 체셔 고양이의 미소가. 페이지를 한껏 펼쳤더니 왠지 기괴한 체셔 고양이가 되어 버렸다. 얼굴만 있고 몸은 없는, 나타날 때는 웃는 입부터 나타나고, 사라질 때는 웃는 입이 제일 마지막으로 사라지는 체셔 고양이는 잠깐씩밖에 등장하지 않지만 볼 때 마다 미소가 지어진다.

앨리스가 그 다음으로 만난 것은 그리폰과 바다거북. 이제껏 앨리스의 여러 판본을 읽으면서 바다거북이 동음이의어로 말장난을 하는 부분이 궁금했는데, 조금이나마 그 궁금증이 풀렸다. 역시 이런 부분은 원서의 묘미가 있는 듯.


위 사진은 여왕님의 파이 도난 사건에 대한 재판 이야기이다. 맨처음에 앨리스를 이곳으로 오게 한 토끼가 재등장한다. 이번에는 또다른 멋진 옷을 입고 말이다. 증인으로 모자장수가 등장하고 앨리스도 증인이 되는데, 엉터리같은 재판 장면에 앨리스가 항의를 한다.

"You're nothing but a pack of cards!"

이 책에서 가장 멋지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역시 마지막에 카드가 날아오르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솟아오르는 카드들. 이건 정말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부분이다. 실제로 카드가 날아올랐다 그래도 믿길 만큼.

앨리스는 낮잠에서 일어나 언니에게 자신이 겪은 모험담을 이야기한다. 앨리스가 본 것은 겪은 것은 전부 한순간의 꿈에 불과한 것일까. 하지만 진정한 앨리스는 멋진 꿈을 꾸는 소녀이다. 언젠가 어른이 될지라도 이 일들을 잊지 않는다면, 또한 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해주다면 그 누군가도 앨리스처럼 멋진 꿈을 꾸게 되지 않을까. 이 책을 읽는 나와 마찬가지로.

팝업북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내용이 좀 축약되어 있다. 코커스 경주도 나오지 않고, 도마뱀 빌도 나오지 않는다. 또한 바다거북을 만났을 때도 바다거북의 동음이의어를 사용한 말장난 부분도 상당히 축약되어 있지만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팝업북의 장점때문에 그런 점은 상당히 상쇄된다. (물론 어린이용이란 것도 감안해서) 내가 제일 처음으로 만난 팝업북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그냥 판본만으로도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들었던 세상이 내 눈앞으로 직접 다가오는 감동을 어떻게 사진으로 다 보여줄 수 있을까. 이건 정말 실제로 펼쳐 봐야 그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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