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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 고양이 홈즈의 괴담 ㅣ 삼색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피만 보면 기절, 미인에겐 쩔쩔, 길치에 어리바리한 형사 가타야마와 비록 고양이지만 사람보다 추리 능력이 더 뛰어난 고양이 홈즈의 이야기 그 세번째.
이번에는 괴담이란다. 호오, 괴담이라. 목차를 봐도 괴담 느낌이 물씬 풍긴다. 고양이는 예로부터 괴담의 소재로 종종 등장하긴 하지만, 추리 소설에 왠 괴담?? 가타야마와 홈즈는 이번에는 도대체 어떤 사건을 만나게 되는 것일까?
이야기는 프롤로그부터 기묘하다.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가타야마가 기차의 침대칸에서 만난 수수께끼의 여자. 그녀는 고양이였다?! 괴담이라니 처음부터 이야기가 여느 때와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가타야마의 후배 형사 이시즈가 이사한 뉴타운. 그곳에서 아이들만을 노리는 사건이 일어난다. 아직 사망한 아이는 없지만 아이들을 위협하는 누군가가 있다. 범인은 왜 아이들만 노리는 것일까. 그러나 그 사건이 해결되기도 전에 니시타마의 뉴타운과 인접한 마을에서 사건이 발생한다. 고양이를 약 스무마리 정도 기르는 고양이 저택의 부인이 고양이 열한마리와 무참하게 살해된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용의자인 전직 경찰이자 고양이 저택의 부인과 대립하던 이노우에마저 죽은 채로 발견되는데...
가타야마와 이시즈는 이 사건에 투입되고, 가타야마의 여동생 하루미와 고양이 홈즈도 사건 수사에 나선다. 하지만 사건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거기에다 이노우에의 딸 기누코가 폭행당하는 사건에 이어 용의자였던 고양이 저택의 이시자와가 총에 맞아 죽는다. 또한 가타야마는 부녀 폭행, 결혼 사기, 약혼 불이행이란 명목으로 고소까지 당한다. 사건은 해결될 기미도 전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기누코의 기행이 시작되고, 마을에서 제 2, 제 3의 사건이 벌어진다. 한남자는 짐승에게 목을 물린 것 같은 상처로 죽었고, 한 사람은 고양이 저택의 기둥에 차가 부딪히면서 사망하게 된다. 묘한 것은 그들이 모두 고양이에 대해 커다란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빨간 고양이라는 말을 중얼거렸다는 것. 정말 고양이 저택에 살던 고양이들의 복수인 것일까.
형사인 가타야마와 이시즈, 그리고 하루미와 홈즈. 이들은 협력 수사를 하지만 결국 모든 사건을 해결하는 건 하루미와 홈즈다. 피만 보면 기절하는 가타야마와 고양이라면 펄쩍 뛰는 이시즈를 보면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물론 형사로서의 수완을 발휘하는 대목도 있지만 역시 그들의 어리바리한 모습에 가려 별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오히려 하루미가 더 용감하고 재치있다. 또한 요번에도 홈즈의 활약이 정말 대단하다. 전편에서는 거의 초능력 고양이처럼 보였다면 이번에는 작은 단서 하나 놓치지 않는 명탐정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달까. 특히 증거를 찾아내고 사람들에게 증거를 제시하는 모습은 가히 신기에 가깝다. 게다가 경찰견들의 몫까지 대신하다니, 역시 홈즈다. 역시 홈즈 시리즈는 여성(?)의 파워가 더 센 듯. (홈즈는 암컷 고양이)
홈즈 시리즈에서 재미있는 것 하나는 가타야마 남매의 러브 라인이다. 추리편에서 아픔과 상처로 끝이 난 하루미의 사랑은 추적편에서 이시즈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러브 라인이 형성된다. 하지만 아직 하루미는 지켜보는 상태고 이시즈가 몸이 달대로 단 상태랄까. (새 주택까지 마련했다니까? 벌써 결혼 생각을..!!) 그에 반해 가타야마 형사는 매번 사랑에 실패한다. 여자에게 완전 쑥맥인 그에게 다가오는 여자는 많은데, 그 여자와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 가타야마. 전생에 무슨 업이라도 있는 겐지.. 세 권이 지나도록 이런 상태가 되니 가타야마가 불쌍해지기 시작한다. (笑)
괴담편 역시 아카가와 지로의 책답게 빠른 속도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리고 사건 자체도 참혹하다. 이제껏 읽었던 홈즈 시리즈 중 (그래 봤자 세 권이긴 하지만) 가장 잔인하다. 아무 죄없는 고양이가 열 한마리나 살해되었고, 그 수법도 잔혹하기 때문이다. 사건은 뉴타운 개발이라는 요즘 시대의 풍조와 잘 맞아 떨어진다. 개발 지역과 비개발 지역의 단절, 개발을 통해 이득들 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 어찌보면 이 모든 사건은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무서운 재해라고도 볼 수 있다.
괜찮아요. 고양이는 사람을 죽이지 않으니까요. 인간이 더 무서운 동물이죠. (291p)
괴담편답게 빨간 고양이가 등장한다거나 고양이들의 울음이 곳곳에서 들리긴 하지만, 고양이들은 인간에게 어떤 해도 끼칠 수 없다. 그렇게 작고 연약한 동물들이 인간을 해칠 거라 믿는 인간들이 어리석다. 믿었던 사람들에게 살해당하면서 고양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죽어 갔을까.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목격하고 살아 남은 고양이들은 그런 짓을 저지른 인간들을 어떤 눈으로 보고 있을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인간도 동물이면서 고양이와 개들이 살 수 없는 곳들만 계속 만들고…… . 고양이가 살 수 없는 곳에서 살게 되면 인간은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요? (380p)
자신만의 부와 행복을 위해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인간들. 과연 그들은 그런 잔혹한 일의 댓가가 행복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결국 그들이 벌인 일은 그들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왔다. 누군가를 희생시키면서 얻는 행복은 오래 가지도 않고,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도 없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인간의 어리석음은 그 끝을 모르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