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홀 Blue Hole 1
호시노 유키노부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호시노 유키노부란 작가는 내가 스타더스트 메모리즈와 멸망한 짐승들의 바다를 접하게 되면서 좋아하게된 작가이다. 광대한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와 바다를 주제로 한 이야기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해박한 작가의 지식과 과연 이 사람은 도대체 어디까지 상상하는 것이 가능할까, 라는 궁금증마저 일으킬 정도의 상상력은 이제껏 접해 왔던 만화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주었다. 오히려 그저그런 SF 소설보다 더 뛰어난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그의 작품중에서 블루홀이 얼마전 출간되었다. 이미 오래전에 나온 작품이지만 이번에 복간된 작품이며,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멸망한 짐승들의 바다와는 또다른 깊이를 보여준 작품이라 생각한다.

블루홀은 바닷속의 블랙홀이라 불리는 곳으로 일종의 해저동굴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주목할 것은
이 블루홀이 다른 시대의 지구와 연결된 지점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배경은 아프리카 동해안의 코모로 제도 앞바다. 이곳에 존재하는 블루홀이 바로 다른 시대의 지구와 연결된 지점이다. 그곳을 통해 출현하는 것은 중생대 백악기에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고대어 실러캔스. 그곳에서 할아버지와 실러캔스를 밀어하던 가이아는 정체 모를 괴물에게 습격을 받아 할아버지를 잃게 된다. 그후 6개월이란 시간이 지나 블루홀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가이아, 캡틴 포스, 찰스 호크, 기자 줄리, 그리고 연구원 알프를 비롯해 몇명의 군인이 블루홀로 빨려 들어 가게 된다. 블루홀을 빠져 나와 살아 남은 자들이 만난 것은 6500만년전의 지구였다. 6500만년전의 지구는 공룡들의 마지막 시대이자 인간의 조상인 작은 포유류가 등장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아직은 포유류는 근근히 먹고 살아가던 시대였고, 공룡들이 그 중심에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거대한 몸집의 공룡은 인간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다. 살아 남는 것만을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그곳에서 치열한 서바이벌이 시작된다. 그들은 과연 그곳에서 살아 남아 현대로 돌아 갈 수 있을까.

거대한 해수와 그곳에 둥지를 틀고 사는 익룡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가장 사나운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를 비롯해 다양한 초식공룡들이 공생하고 있는 그곳은 자연그대로의 모습이다. 비록 약육강식의 법칙이 존재하는 곳이지만, 가장 자연스러운 생태가 보존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비록 인간들에게는 목숨이 왔다갔다 할 정도로 위협적인 곳이지만, 반대로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아 파괴되지 않은 원시 그대로의 자연을 볼 수 있는 곳이기에 그만큼 아름답다고도 할 수 있었다.

블루홀 연구의 중심인물은 찰스 호크 박사. 그는 코로모 제도 앞바다의 블루홀이 백악기 말기의 지구와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고, 블루홀 계획을 세운다. 그것은 바로 오염된 현대 지구의 해수와 공기를 백악기의 해수와 공기와 교체하여 지구를 살린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또다른 교만이 아닐까. 인간이 일으킨 문제는 인간이 해결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른 생명체를 희생하는 방법을 선택해 인간을 구제하려 한다.

찰스 호크 박사는 인간 중심의 사고 방식과 과학 기술 신봉자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는 파괴를 통한 생존과 개발을 우선시한다. 그에 반해 같은 연구자인 알프는 연구는 하되 그 모습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순수 과학자를 대변하고 있다. 가이아의 경우는 자연의 위대함과 자연의 풍요로움, 그리고 자연의 혹독함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인물이며, 줄리는 특종이라면 물불가리지 않는 요즘 매스컴의 모습을 대변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군인들 중 후드란 인물은 동물적 본능과 육감으로 살아남는 자이지만, 비도덕적이며 무력을 통한 지배방식을 좋아하는 인물을 대변한다.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은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어 무척이나 흥미롭다.

미지의 세계와의 조우.
그것은 미지의 세계이기도 하고 지구의 과거 모습이기도 하다. 지구의 역사는 약 45억년. 그리고 이들이 생존해야할 공룡의 시대는 1억 5천만년이나 이어졌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고작 몇백만년. 하지만 인류는 고작 몇백만년의 역사중 고작 몇백년에 가까운 짧은 시간 동안 지구를 철저하게 이용하고 유린하고 파괴해왔다. 공룡의 시대가 그렇게 오래 지속된 것은 그들이 자연의 법칙을 따르면서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비록 운석에 의해 멸종을 했지만, 인간 역시 거대한 운석이 지구에 떨어진다면 멸종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여기는 오만한 인간들은 지구를 파괴할줄만 알았지 더불어 살아갈 줄을 몰랐다. 그것이 지금의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자연의 거대한 힘에는 맞설수가 없다. 자연을 극복하고 지배하기 보다는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 그것이 우리 인간들이 지구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성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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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9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번 사서 읽을까 말까고민하는 책인데...(작가도 처음이고 읽어본 책도 없고..)
애니북스책은 지금까지 사고서 실망한 책은 거의 없지만 뭐랄까, 일단 책값도 좀 있어서 아무거나 사기도 그렇고 ㅜㅜㅜ 근데 리뷰 읽으니 또 마음에 불을 지피고 ㅜㅜ
잘 읽고 갑니다!!

스즈야 2010-10-19 22:29   좋아요 0 | URL
호시노 유키노부는 정말 제가 개인적으로 강추하는 작가입니다. 복간된 책이라 책값이 좀 비싸긴 하지만 정말 후회없을 책이죠.
두 권짜리가 부담스러우시다면 단편도 권해 드려요. 스타더스트 메모리즈나 멸망한 짐승들의 바다도 정말 좋거든요.

2010-10-20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홀이 2권으로 완결인가요?
단편도 있을줄이야! 뭘 먼저 봐야 될까나. 멸망한 짐승들의 바다 땡기는데요^^ ㅎㅎ

집요정 2010-10-20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시노 유키노부란 작가는 처음 들어봐요.
저도 일본작가들 책을 많이 읽는 편인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