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키벤 1 : 큐슈 - 철도 도시락 여행기 에키벤 1
하야세 준 지음, 채다인 옮김, 사쿠라이 칸 감수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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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채널 J에서 방송하는 프로그램인 <EKIBEN 일본기차도시락>을 즐겨봤다. 우리나라 기차도시락이라고 하면 아주 불량한 상태의 김밥이 고작이고, 기차역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가락국수 정도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없다. 그런 우리나라와 비교해볼 때 일본의 기차역에서 파는 에키벤은 정말 그 수도 다양하고 단순한 도시락을 넘어선 요리처럼 보였다. 보면서 얼마나 군침을 삼켰던지... 그래서 이 만화 발행 소식을 접하고서 바로 구매하게 되었다. 에키벤에 관한 만화라, 얼마나 다양한 에키벤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만발!

주인공 나카하라 다이스케는 도쿄에서 에키벤 도시락점을 운영하고 있다. 결혼 10주년 선물로 아내는 그에게 에키벤 전국 일주란 엄청난 포상 휴가를 선물한다. 혼자만의 여행이지만, 일본열도 전부를 돌며 맛있는 에키벤을 맛보는 여행이라, 이보다 더 사치스러울수 있을까.

여행은 도쿄에서 오이타로 가는 특급침대열차인 블루트레인을 타고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이 지나간 경로를 계산해 보니 대충 11개가 나온다. 어휴, 게다가 중간중간 갈아타는 건 얼마나 많은지, 일본의 철도 노선은 정말 잘 발달되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도쿄에서 오이타까지는 블루트레인 [후지 · 하나부사]를 탄다. 이 열차는 독특한 것이 큐슈의 모지에 도착하면 12량의 기차가 반으로 나뉘어 하나는 오이타로 하나는 쿠마모토로 향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단선 노선밖에 없는데, 일본에는 이렇게 갈라지기도 하는구나 싶어 엄청 신기했다. 또한 주인공이 탄 블루트레인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 있어 무척 재미있었다.

1화에서 3화까지는 간토지방의 에키벤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첫화부터 초특선 도시락이 나와 군침이 꼴깍꼴깍. 가격도 초특선이란 말이 붙은만큼 꽤 비싸다. (원화로 따지면 4만원이 넘어갈 정도이니) 그래도 그 내용물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후 요코하마, 토구야마, 시모노세키를 지나면서 그 역들에서만 판매하는 에키벤들이 나오는데, 제일 인상에 남는 건 복어 도시락. 특히 도시락 상자가 복어 모양으로 끝내주게 귀여웠달까. 정말 일본인들은 정말 섬세하다니까.  


칸몬 터널을 지나 모지역에 도착. 드디어 큐슈에 입성! 위에 있는 지도가 주인공이 기차를 타고 큐슈를 일주한 경로이다. 언뜻 보기엔 단순해 보여도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와 엄청나게 많은 에키벤이 소개된다. 주인공의 이동 경로중 인상 깊었던 것 몇 가지만 짚어 본다면...

노베오카에서 타카치오 철도를 타고 지나가는 길에는 히노가게 온천역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역안에서 온천이 가능한 곳이다. 일본인들이 온천을 좋아하는 건 알지만, 역안에 온천이 있다니. 이건 정말이지, 놀랍기만 했다. 히노가케 온천에역에서 토롯코 열차를 타고 타카치호역으로 가는 길에는 높이 104M의 타카치호 교량이 있는데, 교량위에서 서비스 정차도 한다.

카고시마중앙역에서 JR최남단역인 니시오오야마역까지 가는 길에 있는 이부스키에서는 모래찜질도 할 수 있고, 니시오오야마에서 쿠마모토로 가는 특급 [하야토노카제]를 타고 가다 요시마츠역에서 [신페이 2호]로 갈아타고 오코바 역으로 향하면 루프선과 스위치백을 경험할 수 있다.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수많은 일본의 기차와 역사를 만나볼 수 있고, 또한 일본 기차의 역사와 특징에 대한 이야기도 많아서 무척 재미있었다. 단지 에키벤 이야기만이 아니었달까.


위의 사진은 에키벤 가이드 페이지이다. 6화에서 12화에 나오는 에키벤들이 사진으로 설명되어 있다. 그림으로만 봐도 엄청 군침을 흘렸는데, 실물 사진을 보니 더이상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배가 고파졌다. 에키벤을 먹으러 일본으로 가고 싶다는 충동까지 느끼게 만드니 허허참...

내가 가장 맛보고 싶은 에키벤은 <백년의 여행이야기 카레이가와>와 <영주님 도시락>, 그리고 <유후인의 숲 도시락>이다. 물론 다른 에키벤들도 맛있어 보였지만... 일본 에키벤의 특징은 지역 명물로 만들어진다는 것과 일정한 역에서만 만들어지고 판매된다는 것에 있다. 즉, 어디에서나 맛볼 수 없다는 것이 우리들에게 에키벤을 먹고 싶다는 욕망을 더욱 부추기는게 아닐까 한다.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가상이지만 나 역시 일본을 여행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주인공이 거쳐가는 수많은 역과 갈아 타는 수많은 기차, 그리고 군침도는 에키벤. 이 책은 큐슈 지방 기차 여행 가이드북으로서도 손색이 없을 만큼 구성이 찰지다.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다면, 주인공 나카하라 다이스케가 여행중 만난 기자 나나와의 이야기였달까. 두사람이 에키벤을 맛보면서 나누는 이야기는 만담처럼 재미있고, 또한 직접 에키벤을 맛보며 우리에게 그 맛을 전해준다는 점은 참 좋았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가 쓸데없이 진행되는 것에 대해선 좀 난감하기도 했다. 여행이란 것은 혼자 떠나도 동행이 있어도 우연히 동행을 만나 함께 해도 즐겁겠지만, 마음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안되는 건 당연하지. (나카하라 다이스케는 유부남이니까) 뭐 어쨌거나 그런 점이 약간 거슬리기도 했지만 도쿄에서 큐슈까지, 그리고 큐슈를 일주하는 여행 루트는 상당히 자세하고 에키벤에 대한 내용도 무척이나 충실해서 참 좋았다. 총 10권으로 진행된다는데, 다음 이야기도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다음은 시코쿠, 츄코쿠 편.)

사진 출처 : 책 뒷표지, 책속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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