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지구에서 7만 광년
마크 해던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귀여운 그림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제목. 지구에서 7만 광년이라.. 뭔가 SF의 냄새가 폴폴 난다. 그렇다면 이 책은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 주었을까?

이 책의 주인공은 아직 어린 아이이다. 뭐, 소년이라고 해둘까? 단짝 친구 짐보와 찰리는 학교 내에서 모범생이라 할 수 없는 아이들이다. 공부도 못하고, 장난에 몰두하는 그런 녀석들이랄까. 짐보의 아빠는 회사에서 해고당한 후 아이가 되어 버린 것 같다. 집에서는 지금 요리를 담당하고 있지만 나머지 시간은 프라모델 조립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짐보의 엄마가 회사에 다니게 되었지만, 이런이런, 아빠가 예전 회사에 다닐 때보다 두배나 많은 월급을 받는 수퍼맘이 되어간다. 또한 짐보에게는 데스 메탈에 푹 빠져 이상한 녀석과 사귀는 누나 베키가 있다. 짐보의 친구 찰리 역시 짐보 못지 않게 장난꾸러기라 근래에는 엄마 차를 몰다 사고를 내기도 했다. 찰리의 엄마는 출장 요리업을 하고 있지만 다혈질이라 무척 조심해야 하며, 찰리네 아빠는 검시관이다.

등장 인물이 하나씩 등장할 때마다 웃음이 나왔다. 여기에는 도대체 제대로 된 사람이 없는 거야? 몇명 나오지도 않는데? 하긴 세상은 알고 보면 유별난 사람만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 어쨌거나 하루하루 바람잘 날 없는 나날을 보내던 짐보와 찰리의 앞에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짐보와 찰리는 우연히 교무실 도청(?)을 하다 선생님 두 분이서 이상한 언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듣게 된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요 녀석들, 결국 그 선생님들 중 한 사람에게 스푸드베치라고 외친다. 이 녀석들은 그저 궁금했을 뿐인데, 그이후 둘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사건들이 펼쳐진다.

펜햄은 잊어버리자. 진짜 모험이 다가오고 있으니. 원자력으로 가동되는 100톤짜리 모험이, 접이식 좌석과 간식을 가득 실은 카트까지 갖추고 다가오고 있단 말이다. 게다가 그건 바로 지금 정거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57p)

처음에는 즐거웠다. 하지만 선생님들에 대해 조사하고 캐내고 다니다가 결국 목숨의 위협까지 받게 된다. 도대체 이 녀석들은 누굴 건드린 것이지? 게다가 얼마지나지 않아 찰리까지 실종되고 만다. 찰리의 실종 이후 짐보는 자신을 잡으러 온 '누군가'를 피해 누나와 함께 도망길에 오른다. 스코틀랜드의 스카이섬에 있는 코루이스크 호수로 향하는 두 사람. 짐보와 베키는 그곳에서 선생님들과 자신들을 추적하는 자들의 비밀을 풀고 행방불명된 찰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행방불명된 찰리를 구하기 위해 스코틀랜드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남매의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난다. 게다가 마크 해던이 창조해낸 '털썩'행성의 문명과 우주인들의 모습도 참 재미있다. 또한 지구인 어른이자 SF광팬들이 그곳에서 희희낙낙하는 모습과 그곳을 어떻게든 빠져나와 가족들의 곁으로 돌아가고자 애쓰는 짐보와 찰리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 이 녀석들이 어리석은 어른보다 낫다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어쩌면 하와이풍 셔츠를 입은 밥 아저씨가 옳았는지도 모른다. 알려져 있는 은하계 저편의 행성에서 산다면 멋진 일이었겠지. 하지만 거기서 탈출해서 다시 집에 돌아간다는 건 그보다 더 멋진 일이 아닐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멋진 일은, 가장 친한 친구를 되찾았다는 사실이었다. (304p)

이 책은 성장소설이자 모험소설이며, SF소설이기도 하다. 모범생과는 거리가 먼 아이들이 우연하게 접한 사건으로 인해 남몰래 지구를 구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다소 허무맹랑하고 황당하게 느껴질 소지가 많지만 읽다 보면 금세 이 녀석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말썽만 부리던 녀석들이 지구에서 7만 광년 떨어진 '털썩' 행성의 우주인들을 물리치고 지구를 구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다소 자신의 부모에 대해 시니컬한 감정을 보이고, 누나를 싫어하던 녀석이 가족이야말로 자신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사람이란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보다 보면 짐보의 어깨를 툭툭하고 두드려주고 싶어진다.

독특한 인물들의 등장과 흥미로운 사건, 그리고 악동녀석들이 남몰래 지구를 구하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유쾌했다. 재미있는 비유에 웃음이 터지고, 또한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담하게 서술해가는 스토리 전개도 깔끔해서 좋았다. 아이들이 보는 어른들의 세상에 대한 시각 역시 무척 흥미로웠다. 비록 이 아이들이 지구를 구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르겠지만, 그 사건은 이 아이들을 성장시켰고, 또한 더큰 성장의 밑거름이 될거란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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