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도우미 재미난 책이 좋아 10
다케시타 후미코 지음, 스즈키 마모루 그림, 양선하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고양이 도우미라. 진짜 고양이 도우미가 있다면 얼마나 귀여울까. 비록 상상속의 모습이긴 하지만 표지에 그려진 한 손에는 빗자루, 한 손에는 장바구니와 후라이팬을 들고 앞치마를 입은 고양이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저런 고양이가 집에 있다면 집안일이 더욱 즐거워질것 같은데, 어떨까나?

아줌마는 매일매일이 바쁘다. 아이는 학교에 가고, 남편은 회사로 출근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집안일을 시작한다. 매일매일 해도 변함없는 집안일. 어느 날, 너무너무 바빠서 무심결에「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라는 말은 한다. 띵~~똥~~하는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열어보니 세상에나 이게 누구야?


작은 줄무늬 고양이 한마리가 손에는 보따리를 들고 도우미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아줌마는 처음에 거절하지만,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말에 고양이 도우미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앞치마를 매고 아줌마가 하는 말을 받아 적는 고양이 도우미. 왠지 믿을 만해 보여 일을 시키기로 한다. 하지만 깜빡 잊고 세탁기에 넣지 않은 손수건을 세탁하라고 하자 물이 싫다면서 뒤쪽으로 얼른 물러난다. 결국 손빨래는 아줌마 차지. 세탁기가 다 돌아간 후 빨래 너는 것을 돕겠다는 고양이 도우미는 그러나 작은 손때문인지 빨래감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만다. 뭐, 한 번의 실수는 용납할 수 있지, 하는 넉넉한 마음의 아줌마.


그러나 그후 청소기를 돌리니 그 소리에 놀라 도망가 숨지를 않나, 먼지떨이를 들고 청소한답시고 먼지를 떨다가 장식품을 떨어뜨리지 않나, 이불을 널어 놓으니 폭신한 이불위에서 뒹굴거리지를 않나... 그러나 작은 몸으로 열심히 아줌마를 도우려는 고양이 도우미.


아침 일을 끝내고 나니 어느덧 점심 시간. 고양이 도우미는 자청하여 점심 식사 준비를 한다. 매일매일 가족들 식사를 준비하는 아줌마 입장으로서는 고양이 도우미의 도움이 반갑기만하다. 보글보글, 지글지글, 열심히 준비하는 고양이 도우미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일을 열심히 하고 나면 밥맛은 꿀맛. 하지만 늘 혼자 점심을 먹던 아줌마는 고양이 도우미와 함께 밥을 먹는 것이 너무나도 즐겁다. 아무래도 혼자 먹는 밥은 맛이 없으니까. 비록 연어가 반쪼가리가 되어도, 약간 타도, 함께 먹는 밥은 너무나도 맛있다.

점심식사후 휴식 시간, 고양이는 새근새근 낮잠을 자고 아줌마는 뜨개질을 한다.

'여태 집안일은 모두 나 혼자 했어. 다들 바쁘다면서, 남편도, 아이들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지. 고양이 도우미가 실수는 좀 많아도 처음이라 그럴거야. 곧 나아지겠지. (이하 생략) ' (31, 33p)

비록 아직 실수는 좀 많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던 집안 일을 누군가 도와준다는 것, 그리고 혼자 먹는 점심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 먹는다는 것은 아줌마에게 소소한 행복이었다. 아줌마는 고양이에게 집안일을 맡기고 마트로 장을 보러 간다. 늘 시간에 쫓겼지만 오늘은 느긋하게 장을 보고 돌아왔건만....


마당청소는 대충 되어 있었지만, 고양이 도우미는 신문사 세군데의 구독을 모두 승낙하질 않나, 마당에 널어 놓은 빨래도 걷지 않아 내리는 비에 빨래는 엉망이 된다. 이쯤되니 사람좋은 아줌마도 슬슬 마음이 상한다. 고양이 도우미를 불러 놓고 조곤조곤 사연을 듣는 아줌마.

오늘 아침에 이 집 앞을 지나는데,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는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그 소리를 들으니까 갑자기 나도 뭔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고양이지만 어쩌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고요.
뭐든 도와 드릴 일이 있어서 여기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52~53p)

고양이 도우미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아줌마에게 인사를 하고 집을 떠나기로 한다.


아줌마는 고양이가 떠나는 것을 말없이 지켜보다 결국 집밖으로 뛰어나간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라고. 아무것도 못해도 좋으니까, 함께 있자고.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마음이 흐뭇해지고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도우미로서는 아무런 일도 못하고 도움도 안되지만,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 아줌마는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까. 그리고 고양이 역시 너무나도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으니까.

우리네 엄마들은 늘 집안일에 시달린다. 생각해보면 나도 학창시절에는 집안일을 잘 돕는 편이 아니었다. 맨날 바쁘다고 그러고, 피곤하다 그러고. 가끔 엄마는 이런 말을 하셨다. 이젠 밥 하는 게 지긋지긋해서 누가 밥만 해줘도 좋겠다고. 사실 집안일이란게 해도해도 끝이 없고, 해도 표시도 안난다. 남편들은 집안일이 뭐가 힘드냐고 핀잔주기 일쑤고. 이러니 우리네 엄마들은 늘 억울하지만, 파업을 하려 해도 가족들이 눈에 밟혀 그러지도 못한다. 비록 이 이야기에서 고양이는 아줌마에게 집안일에 있어서는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아줌마의 일을 더 늘여준 것이 될지도 모르겠으나, 아줌마는 다른 것으로 행복을 느낀다. 힘든 집안 일을 할때 누군가 지켜봐주고, 곁에 있어주고, 함께 밥도 먹을 수 있으니까.

나도 개와 고양이를 기르지만 가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 녀석들이 날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특히나 몸이 아파 내 밥도 먹기 귀찮을 때는 이 녀석들이 스스로 밥을 찾아 먹고, 화장실도 치우고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은 목욕도 스스로 하고, 산책도 스스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평소에 녀석들을 돌보면서 그런 사소한 신경을 쓰는 것도 즐거운 이유는 혼자 살아도 녀석들 덕분에 혼자가 아니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혼자 살면 하루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을지 몰라도 녀석들에게 말을 거는 것으로 하루에 몇마디라도 한다. 내가 말을 하면 녀석들은 쫑긋쫑긋 귀를 세우면서 내 말을 들어준다. 그런 사소한 기쁨들이 쌓여 반려동물을 기르면서도 하나도 힘들지 않아, 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책 뒷편에는 고양이에 관한 궁금증이란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간단하나마 고양이의 생물학적 특성과 성격 등에 대해 나와 있으니, 고양이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 작은 도움이 될듯 하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7p, 15p, 19p, 24~25p, 28p, 46p, 58~59p, 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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