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박물관 스프링갈드
카즈히로 후지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흑박물관 스프링갈드.
작가에 대한 사전 지식은 하나도 없이 단지 제목과 표지만으로 선택한 책이다. 어두운 표지위에 금색으로 씌어진 글씨, 그리고 인간으로는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가 씨익하고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림을 보면 굉장히 강렬한 느낌을 받게 된다. 물론 책 띠지의 설명을 봐도 대충 이 만화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데, 상당히 어두운 느낌의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본문은 용수철 사나이와 관련된 사건인 흑박물관 스프링갈드 편과 스프링갈드 이문 마더구스 편으로 나뉘어지지만, 크게 구별을 둘 필요는 없다. 읽어 보면 알겠지만, 시간의 흐름이 있긴 해도 연결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용수철 다리 잭 사건의 진실 - 흑박물관 스프링갈드


1937년 영국 런던. 괴인 용수철 사나이가 등장한 때가 바로 이때이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용수철 사나이는 혼자 걸어가는 여성 앞에 나타나 여성을 희롱하고 사라진다. 그 모습은 너무나도 괴이해서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마치 입에서 불을 뿜고 하늘을 날아 가는 것처럼 보였다고 하니까. 그로부터 3년 후, 런던에서 여성을 노린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목격자들은 용수철 사나이가를 목격했다고 증언한다. 3년전에는 여성을 희롱하기만 했던 그가 이번에는 살인을 저지른다?

스코틀랜드 야드의 폭주기관차라 불리는 경감 로컨필드는 용수철 다리 잭의 용의자로 후작 스트레이드경을 지목하고 그를 찾아가 추궁한다. 그는 난폭하고 기이한 행동을 하기로 유명한 귀족이었으며, 평판조차 아주 나빴다. 하지만, 그곳에서 로컨필드는 스트레이드 경의 묘한 모습을 목격하는데...

용수철 다리 잭은 왜 3년만에 다시 나타났고, 이번에는 왜 여자들을 살해한 것일까. 로컨필드는 스트레이드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수사를 하지만, 그에겐 아무런 증거도 없었다. 게다가 그와 스트레이드 경의 집에서 일하는 메이드 마가렛이 만난 용수철 다리 잭은 3년전의 용수철 다리 잭과는 다른 인물이란 것을 직감하게 된다.

비록 비뚤어진 기행을 일삼는 스트레이드 경이었으나, 그 이면의 모습은 사뭇달랐다. 그의 어린 시절은 풍족한 삶을 영위했으나 마음은 황폐해져만 갔다. 모든 악당들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고, 그 어린 시절은 남들과 다르지 않았다는 말이 적용된달까.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해 기행을 저지르게 되었지만 스트레이드는 근본적으로 나쁜 인간은 아니었다. 그가 지키려 한 것, 그것은 순수한 사랑이었다. 로컨필드와 나누던 대화, 그리고 묘지에서 성당쪽을 바라 보며 눈물을 흘리던 그의 모습이 여전히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다.

전설은 살아 있었다 - 스프링갈드 이문 마더구스


마더구스편은 스프링갈드 편의 약 10년후 이야기이다. 정확히 말하면 7년이랄까? 스트레이드경의 집에서 일하던 마가렛과 변호사 헨리 사이에서 태어난 아서는 어느 날 누더기 옷을 걸친 소녀를 만나게 된다. 귀족의 딸이라는 줄리엣은 왜 그런 차림으로 아서 앞에 나타나게 된 것일까.

어린 소녀들에 대한 탐욕으로 변태적 사진을 찍어대는 홀름 교수에 대항하는 어린 영웅들의 대활약. 그리고 전설의 주인공의 부활. 전설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두 편 모두 용수철 다리 잭과 관련한 이야기지만 시기의 차이가 좀 있다. 선대와 후대의 이야기라고 보면 정확하다. 용수철 다리 잭의 등장으로 시작해 그 후대들의 이야기로 끝나는 흑박물관 스프링갈드는 처음엔 작화에 익숙치 않아 좀 난감했지만, 금세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었다. 특히 흑박물관 스프링갈드의 마지막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헉, 소리가 나왔으니까. (밝히면 재미가 없기 때문에, 직접 확인하시길...) 또한 마더구스편의 마지막에 나오는 두 남녀의 뒷모습 역시 인상적이었다. 남편의 소매를 살포시 잡은 아내의 손. 구차한 설명이 없어도 그림으로 모두 설명된다. 큐레이터는 비밀이라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공공연한 비밀!?

이 책에서 흥미로운 점은 또 있다. 그것은 바로 진카 카츠오가 쓴 흑박물관 관보 1~3이다. 실제 영국에 존재하는 흑박물관과 스코틀랜드 야드, 실제로 존재했던 점핑 잭(혹은 스프링힐드 잭)과 관련한 이야기가 상세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읽을 때는 그저 작가의 상상이겠거니 생각했지만, 이 부분을 읽으면서 상상과 실제 사건의 절묘한 조합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창작이란 부분이 들어가다 보면 과장되기 마련이기에 그러한 것은 애교로 보면 될 듯하다. 작가 후기에는 다음 편이 나올 것이란 코멘트가 있으니 그것도 기대해봄직하다. (언제 나올지는 잘 모르겠으나, 언젠가는 나오겠지? 참고로 일본에서는 2007년에 흑박물관 스프링갈드가 출간되었음)

사진 출처 : 책 내지 일러스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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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9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제목때문에 바로 클릭했는데!!
너무 잘 읽었어요~ 작화도 중요하지만 저는 내용이 좋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이라..ㅎㅎ
장바구니에 쏘옥 들어갑니다 ㅎㅎ

스즈야 2010-10-19 22:26   좋아요 0 | URL
이 만화가 남성향이긴 하지만 여성들에게도 팍 꽂힐 작품이란 것은 분명합니다. 용수철다리 잭의 사랑이야기가 정말 가슴에 팍 꽂히고 마더구스편도 너무 좋았거든요. 특히 소맷부리를 잡고 있는 장면.. 아.. 지금 생각해도 넘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