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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가는 포기하지 않는다 - 러쉬노벨 로맨스 972 ㅣ 협상가 시리즈 5
에다 유우리 지음, 나라 치하루 그림 / 현대지능개발사 / 2010년 10월
평점 :
협상가 시리즈 제 5권이자 4권인 협상가는 함정에 빠진다의 후속편인 협상가는 포기하지 않는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두 권의 책 제목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다 알 수 있으리라. 제목 하나는 잘 지었단 말야... (笑)
료우고쿠에서 메부키 네고오피스를 운영하는 메부키 아키라. 그는 고부갈등 이외의 의뢰라면 뭐든 받아들이는 협상가이다. 바로 얼마전까지는 우는 아이의 울음도 뚝 그치게 만든다는 평판의 야쿠자 효우도 쥬에츠가 그의 연인이었으나, 천재 사기꾼의 등장으로 인해 그는 일도 사랑도 엉망이 되어 간다. 메부키가 변호사 일을 그만 두고 협상가가 된 사건, 그것은 바로 대학 친구의 자살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와 부모의 자살이라는 트라우마로 인해 세상에서 등을 돌린 메부키가 세상과 마주하게 만들어준 와카바야시 리쿠. 그는 양부 살해라는 누명을 쓰고 재판장에 서게 되었지만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런데 바로 얼마전에야 그의 누명을 벗길만한 증거가 메부키의 손에 들어 오게 되지만, 효우도가 속해 있는 스오우파의 문제와 얽혀 메부키는 힘겨운 선택을 해야만 했다. 그것은 효우도와 정면으로 대립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어 결국 효우도와 갈라 서게 된다.
5권은 와카바야시의 누명을 벗기기 위한 증거의 탈환이란 내용에 중점이 맞춰져 있다. 천재 사기꾼의 농간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메부키 네고오피스의 직원들. 타마키는 천재 사기꾼이자 악마였던 것이다. 게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효우도의 연인이었던 메부키에 대해서는 상당히 악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라 어떻게든 메부키를 끝이 보이지 않는 가장 깊은 어둠속으로 밀어 넣으려 안간힘을 쓴다. 메부키는 지지리도 운도 없지. 걸려도 그런 놈에게 걸리냐. 쯧쯧쯧.. 협상가 시리즈를 보면서 별별 꼴을 다 당하는 메부키였지만, 그래도 이번이 제일 처참했달까. 게다가 자신의 연인이었던 효우도마저 빼앗겨 버리니 말이다.
천재사기꾼과 머리 좋은 전직 검사, 변호사이자 현직 협상가는 타마키에게 번번히 골탕을 먹는다. 거기에 더해서 스오우파의 반대 세력의 두목에게 폭행을 당하지 않나, 눈 앞에서 효우도와 타마키의 수작질을 봐야 하지 않나... 하여간 인생이 꼬여도 저렇게 꼬일 수는 없다, 랄까?
시종일관 속고 속이는 분위기에서 메부키는 계속 코너로 밀리는 듯 보이지만, 결말은 깔끔한 사건 해결과 더불어 연인을 되찾는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하지만 이런 결말이 그다지 달갑지 않은 것은 타마키란 악역이 너무나도 징글징글할 정도로 악마 캐릭터였단 것이다. 악역이라도 매력있는 악역이 참 많은데, 타마키는 그런 게 하나도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귀신은 뭐하나, 저런 거 안잡아가고, 이런 말이 입에서 나올 정도 였다면 할 말 다 한거다. 또한 효우도 역시 아무리 목적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타마키와 그런 수작질을 하다니... 그래놓고 나중에 다시 메부키에게 난 선배만의 남자예요, 라고? 허허참... 아무리 이해하려고 애를 쓰고 애를 써보려 해도 역시나 내 머리로는 이해불가다. 효우도가 S 성향에 능글맞은 면은 있었지만 이건 쫌 아니다 싶다. 효우도도 악역이었어!!!!!
하지만 메부키의 가상한 노력에 대한 것은 높이 사주고 싶다. 힘든 과거에 얽매여 살아온 지난 날이었지만, 이제는 과거의 주박에서 어느 정도 풀려난 것처럼 보이니 말이다. 사람은 과거없이 이루어진 존재가 아니다. 과거는 사람의 현재를 만든 존재이다. 하지만 과거에 너무 얽매이다 보면 앞으로 나갈 수 없다. 힘든 과거는 잊는 게 아니라 받아 들이고 내려놓는 게 가장 좋다. 메부키도 이 사건을 통해 그것 하나는 배운 듯 하다.
메부키의 괴로운 체험이 지금 현재를 만들고 있다.
인생을 복잡한 직물이라고 한다면, 현재를 짜기 위해선 모든 실이 필요한 것이다. 아무리 지저분한 색이라도, 너덜너덜해도, 그 실이 들어가지 않으면 계속 짤 수가 없다.
현재에 도달할 수 없다. 현재에 도달하지 않으면 미래로 나아갈 수도 없게 된다. 무의미한 과거란 없다. 없었던 일로 해도 되는 과거 역시 없을지 모른다. (215p)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설정이 있었지만, 내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그게 메부키가 살아가는 방식이고, 효우도가 살아가는 방식이니까. 앞으로는 거짓으로라도 서로를 배신하는 일이 없기를. 한 번은 실수라 생각할 수 있어도 두 번은 절대로 실수가 아니니까.
참, 작가의 후기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다른게 아니라 협상가 시리즈는 아직 끝난 게 아니란다. 일단 어른들의 이야기는 잠시 접고, 메부키 네고오피스의 두 아이 - 키요와 토모-의 이야기가 다음편으로 나온단다... 귀엽긴 한데, 둘의 이야기만으로 그렇게 많을 이야기가 나오려나? 키요는 워낙 과묵하니, 토모가 열심히 떠들어야 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