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개의 슬픈 이야기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책, 칼데콧 클래식 컬렉션 1
랜돌프 칼데콧 그림 / 도담도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처음엔 이 책 제목을 보고 상당히 망설여졌다. 동물을 좋아해서 동물이 등장하는 책들을 즐겨 읽기는 하지만, 제목부터 벌써 가슴이 아파오는 책을 읽고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아한다고 해서 늘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만을 읽을 수는 없다. 어차피 세상의 반은 슬픈 일로 차 있으니 말이다.

버림받은 개의 슬픈 이야기


이슬링턴에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다정하고 착해서 다른 사람 돕기를 꺼리지 않았고, 신앙심도 깊었다. 그는 어느 날 길을 나섰다가 한 마리의 개를 만난다. 집도 없고 주인도 없는 개였던지라, 그는 그 개를 집으로 데리고와 정성스럽게 보살폈다.


하지만 그 개는 남자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어하는 마음에 주변의 모든 것을 질투했고, 결국 질투심에 미쳐버리고 말았다. 결국 남자를 물어 버린 후 버림을 받게 되었고, 그 개는 또다시 떠돌이 개가 되어 거리거리를 헤매고 다녔고, 결국에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 버렸다.

줄거리는 무척 간략하지만, 무척이나 마음 아픈 이야기이다. 기댈 곳 없던 처지의 개가 좋은 사람을 만나 한때는 행복했지만, 결국 질투와 시기 때문에 미쳐버렸다는 것은 그 개가 그 남자를 얼마나 좋아했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만약 그 개가 처음부터 그와 살았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혼자 지냈던 일이 마음속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었고, 그것이 결국 남자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이 이야기는 단지 사랑을 갈구하는 정도의 이야기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 개가 그리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지금껏 제대로 사랑받지 못한 개였기에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건 아닐까.  

이 이야기는 이야기식으로 구성된 시로 원작자는 올리버 골드스미스라는 극작자이다. 이 시에 랜돌프 칼데콧이 그림을 그려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그림은 두 종류로 펜선으로만 그려진 그림과 채색까지 된 그림이 바로 그것이다. 펜선으로만 그려진 그림은 그 나름대로의 멋이 있고, 채색된 그림은 선명한 색감 덕분에 더욱 생동감 있어 보인다. 또한 슬픈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림이 너무 생생해서 웃음이 나오려는 건 간신히 참기도 했다.

목장의 아가씨


한 남자가 신붓감을 구하러 길을 나섰다. 길을 가던 중 어여쁜 아가씨를 만나게 되고, 그 아가씨와 정담을 나눈다.


아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청년은 아가씨가 가난하다는 것을 알고, 결혼은 없던 일로 하자고 한다. 그랬더니, 이 아가씨 ""누가 해 달라고 했나요, 나리!"라고 쏘아 붙인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결혼 상대의 재력을 가늠하고 결혼을 결정하는 것은 다르지 않은 모습이지만, 아가씨의 말이 참 재미있다. 어떤 사람인지는 생각지도 않고 재산만으로 신붓감을 고르는 청년을 비웃어주기 때문이다. 영국의 민요를 바탕으로 그려진 이 작품 역시 그림이 무척이나 생동감있고 아름답다. 특히 아가씨가 일하는 모습에 대한 묘사, 풍경, 동물에 대한 묘사는 무척이나 섬세하다. 또한 글로 표현되지 않은 상황들은 그림으로 추측해 볼 수 있을 정도로 세세하달까.

버림받은 개의 슬픈 이야기에 수록된 작품은 두 편이다. 두 편의 작품의 내용이 전혀 관계도 없는 데다가 상반되는 감정을 가져 왔다. 뭐랄까, 읽고 나서 굉장히 미묘한 느낌이 들었달까. 하지만 두 작품에서 느껴지는 공통점은 그림에 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섬세하고 세세한 표현, 마치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사람들의 움직임은 생생하다. 클래식한 그림이긴 하지만,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칼데콧 상으로 유명한 랜돌프 칼데콧. 이제껏 칼데콧 상을 수상한 작품을 몇 가지 읽어 보긴 했지만, 랜돌프 칼데콧의 그림은 처음이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칼데콧 상이란 게 만들어진 이유를 알 수 있을 듯 하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18~19p, 24~25p, 44~45p, 52~5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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