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별 레미나 이토 준지 스페셜 호러 5
이토 준지 글.그림 / 시공사(만화)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이토 준지의 작품은 항상 독자를 기대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도대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해냈을까 할 정도의 독특한 소재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는 여타의 공포 만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점이기 때문이다. 이토 준지가 아니고서야 이런 이야기를 만들 다른 누군가가 있을까, 할 정도로 말이다. 지옥별 레미나는 언뜻 보기에 SF물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요번에는 SF가 가미된 공포물일까? 아니면?

인류 최후의 마녀사냥 - 지옥별 레미나

표제작이자 이 단행본 대부분의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지옥별 레미나는 웜홀에서 출현한 미지의 혹성 레미나와 지구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첫 발견자인 오오구로 박사는 혹성의 이름을 자신의 딸의 이름을 따 레미나라 명명한다. 새로운 혹성의 발견은 지구인들에게 큰 이슈가 되었고, 같은 이름을 가진 박사의 딸 레미나도 세간의 큰 관심을 받아 연예인으로 데뷔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혹성 레미나가 지구를 향해 곧장 돌진해 오면서 태양계의 행성들을 하나하나 집어 삼키자 지구인들은 공포에 휩싸이게 되고, 결국 레미나의 발견자인 오오구로 박사와 레미나를 이 모든 일의 책임자로 몰아가기 시작한다. 이른바 현대판 마녀 사냥이자, 인류 최후의 마녀 사냥이 시작된 것이다.

지옥별 레미나는 전작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로 흘러간다. 물론 혹성 레미나의 그로테스크한 모습은 이토 준지표 만화가 맞구나 싶어도, 오히려 그로테스크한 소재들의 난무가 아닌 궁지에 몰린 인간과 그들의 인간성의 변화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떠받들어지던 오오구로 박사 부녀를 인류의 공공의 적으로 몰고, 희생양으로 만들어 가는 모습은 씁쓸하기 그지 없다. 아니, 점점 더 광기에 휩싸여 가는 인간들의 모습은 블랙 코미디나 다름 없었다. 특히 지구 중력에 문제가 생기면서 전부 날아올라 레미나를 쫓아오는 모습에선 푸흡하고 웃음까지 터져버렸다. 정말이지, 볼만하군, 하는 소리도 중얼거리면서... 물론 그런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인간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나 역시 그런 상황이라면,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 넘기고 싶어질지도 모르니까.

동경과 사랑이 애증으로, 공포가 광기로 바뀌어 가면서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나만 살겠다고 레미나로 도망치는 사람들의 최후, 그리고 마지막 결론부까지 이토 준지만의 괴기스러움은 다른 이야기에 비해 적은 편이기는 하나, 인간이란 생명체에 대해 초점을 맞춘 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로웠다고 할 수 있다.

봉제 시체 - 억만톨이

억만톨이는 히키코모리와 관련된 만화이다. 짧지만 굉장히 강렬한 단편의 하나였는데, 특히 봉제 시체가 나오는 부분에서 역시 이토 준지 답다라고 느껴졌다. 하지만, 500명이란 사람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수많은 사람들을 봉제시체로 만든 건 도대체 누구지?

이토 준지의 괴기스러움만을 생각한다면 이 작품은 시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괴함과 기묘함을 넘어 인간 본성에 초점을 맞춰 이 책을 읽는다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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