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줄게 - 뉴 루비코믹스 958
마키 에비시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서로를 마주보며 앉아 있는 남자 둘, 그리고 편안한 모습으로 잠든 고양이.
이 책은 표지를 보고 골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간은 변색된 듯한 사진같은 느낌이 주는 광경이 너무나도 평화로워 보였다고나 할까. 이 속에는 그들만의 시간이 흐르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왠지 너무나도 따스할 것 같은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다.

일단 두 주인공을 살펴 보자. 표지 왼쪽에 앉아 있는 인물은 시라카와 렌. 다원의 주인으로 전직 야쿠자 집안의 후계자였다. 그래서 그런지 자신만의 세상인 다원이란 공간에 고립되어 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세심하고 따스한 면이 돋보이는 캐릭터이다. 오른쪽의 이이누마 료이치는 애인의 배신으로 사채업자들에게 쫓기고 있다 렌이 운영하는 다원에 더부살이로 살게 된다. 처음엔 료이치란 캐릭터에 별 매력을 못느꼈으나 점점 더 괜찮다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완전 찌질이였음. 요즘같이 험한 세상에는 사람이 너무 좋으면 찌질이처럼 보인달까. 그래도 좀 호들갑스러운 면이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외에 렌의 보디가드 역할을 자처하는 리츠는 과묵하지만 든든하고 멋진 인물이다.

애인에게 배신당하고 빚을 떠안고 도망자처럼 살던 료이치는 무심한 듯 보여도 따스한 렌의 매력에 매료되어 간다.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렌의 무한매력에 빠져들어가고 있달까. 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 뒤에 숨겨진 과거는 처참했다. (실은 본문에서는 과거지사는 스치듯 다루고 있지만) 과거의 짐을 짊어지고 과거 속에서 살아가는 남자인 렌과 자신의 과거에서 도망쳐 현재를 살고 미래를 준비하는 료이치의 코드가 처음부터 잘 맞을 수는 없지만, 둘 사이에선 큰 트러블이 없다. 오히려 밋밋할 정도로 차분하게 진행되지만, 그게 또 이 만화의 재미라 할 수 있다.

전직 야쿠자 출신이란 이유로 사람들에게 배척받고 전직 형사에게 감시당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떠나지 못하는 렌이 마음의 문을 열 상대는 어쩌면 료이치뿐이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료이치가 자신을 배신한 애인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게 만드는 걸 도와줄 수 있는 건 렌 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게 인연이 아닐까? 비록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아 왔지만, 앞으로 같은 세상에서 같은 곳을 보고 살아갈 수는 있다. 이 둘의 이야기는 바로 그런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비록 나중에 렌을 되돌려 받으러 온 토우키의 활약(?)이 좀 미진하긴 했지만, 거기서 토우키가 날뛰었다면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망쳐졌을지도 모르겠다. 료이치와 렌의 선택도, 리츠의 선택도, 토우키의 선택도 적절했다는 생각이 든다. 화려한 작화도 임팩트 있는 사건이 줄줄이 터지는 이야기도 없지만, 오히려 이런 차분한 분위기가 참 좋다.
쌀쌀한 가을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잘 어울릴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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