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루네코 1
쿠루네코 야마토 글.그림, 박지선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은 넓고, 고양이는 많다.
하지만 똑같은 고양이는 하나도 없다. 고양이를 소재로 한 만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이 바로 이것이고, 고양이들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점도 바로 이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고양이 만화가 쏟아져도 늘 즐겁게 읽을 수 있달까. 쿠로네코도 그랬다.

미와몽상(통칭 몽상), 뽀꼬(통칭 뽀짱), 카라스봉(통칭 봉), 그리고 토메키치(통칭 토메)는 작가 쿠루네코 야마토가 기르고 있는 네마리의 고양이이다. 표지를 넘기면 고양이들의 사진이 실려있고, 그 다음 페이지에는 쿠루네코 관계도라 하여 이 책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의 이름과 특징이 소개되어 있다. 헉... 진짜 많구나.. 하는 생각도 잠시, 도대체 이 녀석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줄까, 하는 생각에 설레기 시작했다.

1장 쿠루네코 패거리 성장편은 각 고양이들의 입양 과정과 성장 과정을 담고 있다. 특히 쿠루네코 관계도에는 나오지 않는 냐상의 이야기와 뽀짱의 이야기에선 왈칵하고 눈물이 쏟아질 뻔 했다. 작가님, 초반부터 이러심 안돼죠... 미와몽상과의 첫만남의 임팩트가 가시기도 전에 이렇게 가슴 아프게 만들다니...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제는 없는 냐상과 냐상을 꼭 닮은 뽀짱을 보면서 느끼는 작가의 감정이 너무나도 진실하게 다가왔다.

분명 이번에는 오래 살 생각인 거야. 난 그렇게 믿는다. 또, 만났네. (20p)

뽀짱은 냐상의 환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정도이니, 냐상에 대한 미안함이 얼마나 컸는지 이 말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분양되지 않아 펫샵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던 미와몽상을 따스하게 감싸주던 냐상. 냐상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 오랜시간이 지나 다시 입양하게 된 뽀짱. 나무에 매달려 오가지도 못하던 카라스봉, 아프지 않았다면 사람을 피해 도망갔을 토메키치 등을 한 마리씩 입양하는 모습은 8년전 티거와 보리, 그리고 수수를 업어왔던 나의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 낯선 고양이의 모습에 숨어버렸던 티거와 무덤덤한 표정으로 마치 제집처럼 있던 보리의 모습은 몽상과 봉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달까.

일상편은 작가 쿠루네코와 고양이 4인조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때로는 고양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 있고, 때로는 고양이를 의인화해서 그려내는 이야기는 순간순간 빵빵 터지게 만들었달까. 하지만 나이가 많은 미와몽상의 복막염 투병기라던가 봉의 눈 치료 등 고양이를 키우면서 겪을 수 있는 이런저런 이야기도 있다.

또한 미와몽상을 위해 준비한 전기 방석을 보고 부러워하는 다른 고양이를 위해 깔아준 새이불 이야기며, 토메의 '축제', 고양이와 놀아 주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는 작가의 이야기는 정말 고양이를 좋아하고 사랑하는구나, 그리고 늘 고양이를 보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만들었다. 정말 어떤 이야기는 늘 함께 있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3장 쿠루네코 택배는 다섯마리 아기 고양이들의 입양이야기이다. 이미 네마리의 고양이가 있기에 입양을 보낼 수 밖에 없었지만, 그동안 건강해지도록 키우는 모습이 정말 뭉클했다. 꼬물꼬물 거리는 녀석들에게 하나씩 젖병을 물리는 모습이나, 이유식을 먹을 수 있도록 지도(?)하는 모습 등은 고양이를 정말 잘 알고 있구나 싶었다. 하지만 결국 떠나보내야만 하는 녀석들. 세군데에 들러 각 입양자에게 고양이를 떠나보내는 모습은 왠지 뭉클했다. 다행히 네 녀석 모두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한다.

다섯 고양이중 제일 못난 녀석은 작가의 부모님께서 입양, 지금은 치비란 이름으로 잘 살고 있다고 한다. 그 치비의 이야기가 바로 마지막 4장이다. 이미 두마리의 고양이가 있는 집에 막내로 들어간 치비의 성장과 일상은 훈훈했다. 특히 잔재주가 많아 사람을 좀 고생(?)시키기도 하지만 그래도 사랑스러운 치비.

이렇듯 어느 페이지를 펼쳐 봐도 훈훈한 이야기가 가득이다. 얼핏 보면 4컷 만화 구성처럼 보이지만 보이기만 그렇게 보이고, 실제로는 한 에피소드가 몇 페이지에 걸쳐 묘사되어 있다. 또한 표지를 보면 고양이의 모습이 단순하게 그려져 있다. 거짓말 좀 보태고도 예쁜 그림이라거나, 섬세한 그림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작화이지만, 내용은 너무나도 따스하고 진실했다. 특히, 서문의 글을 읽어 보면 작가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근래엔 망설이는 것도 귀찮아져서 발견 즉시 주워 오기로 했다.
고민해 봤자 어차피 주워 올 테니 달라지는 것은 없다.
(3p)

작가의 말투는 무뚝뚝하지만 고양이에 대한 따스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달까. 나 역시 유기견이나 유기묘를 보면 안쓰럽고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다 결국 발길을 돌려버릴 수 밖에 없는 경우도 많았다. 집에 있는 녀석의 수는 이미 내가 보살필 수 있는 마릿수의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만화를 보면 가슴이 따스해진다. 또한 이런 사람들이 있으니 한 마리라도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고양이가 더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