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2
고아라 지음 / 북폴리오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어서와』1권을 보면서 난 들뜨기만 했다.
귀여운 홍조의 모습에, 사람으로 변한 멋진 홍조의 모습에 설레기만 했다.
그리고 그런 홍조가 옆에 있는 솔아가 부러웠다.
그래서 내 대학시절을 떠올리며 약간은 우울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난 뭔가 중요한 것을 놓쳐버린 듯한 느낌이 들어 2권은 곰곰히 생각하면서, 그림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펴봤다. 간략하지만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그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몸짓 하나하나를.. 그리고, 난 더욱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어서와』2권은 대학 축제로 시작한다. 대학 축제 기간은 대부분 가을. 술마시고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것이 허용되는 시기이다. 하지만, 그렇게 누구나 들뜬 시기에도 가슴 졸여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건 솔아, 알아, 고구마, 그리고 홍조.

솔아는 사랑을 시작했다. 상대는 고구마의 친구 재선. 처음엔 친구의 친구였지만, 어느새 남자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짤막한 대사지만 솔아의 마음이 고스란히 내비친다. 재선의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이 쓰이고, 혹시 자신이 잘못한게 없나 싶어 안절부절 못하고... 왠지 그때의 내 모습을 보는듯해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안쓰럽다. 어떻게든 재선과 함께 있을 구실을 만들고 싶어하고, 재선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달려나가는 솔아. 게다가 솔아는 복학을 한 상태라 다른 학년이다. 그래서 늘 재선과 같은 학년의 친구들이 부럽다. 솔아, 알아, 고구마, 재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때, 소외되던 솔아의 모습. 같은 학년이 아니라 공통의 화제가 없어 입을 꾹 다문 솔아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재선은 솔아에게 곁을 내주지 않는다. 오히려 사이가 조금씩 어색해져만 간다.

고구마는 복학생이다. 전에 사귀던 여자 친구와는 헤어졌다. 하지만 같은 학교에 다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자꾸만 마주친다. 실없는 소리나 하는 마음 좋은 녀석인줄로만 알았는데, 예전의 그녀를 만날 때마다 움츠러드는 고구마의 어깨가 한없이 작아 보인다. 특히 예전의 그녀가 새로운 남자친구를 대동하고 나타났을 때, 그날 저녁 술에 취해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며 꽉 쥔 주먹. 이제는 손을 뻗어도 잡을 수 없는 그녀를 생각했겠지. 그래, 사랑은 늘 아픈거야. 미련이 남아 있기에 더 아픈거야. 하지만, 네가 스스로 그걸 떨쳐낼 때까지는 누구도 도움을 줄 수 없단다.

알아는 아무래도 홍조씨(사람으로 변신한)가 마음에 드는 눈치다. 아무말 없이 곁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알아는 소심하다. 그저 바라보기만할 뿐. 알아의 캐릭터는 뭐랄까, 참 안쓰럽다. 같은 공간에 존재해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존재감이 없달까.

홍조는 점점더 외출을 즐긴다. 알아도 만나고, 한 소년도 만나고.
대학 주변에서는 꽃거지라 불리며 관심을 끌고 있다. 2권에서 홍조가 옛 반려인과 솔아의 이야기를 들은 뒤, 눈물을 뚝뚝 흘리는 장면을 보면서 너무나도 가슴이 아파왔다. 사람들은 동물이 감정이 없을거라고 하지만, 사람처럼 표현하지 않을뿐, 그들도 아파하고 슬퍼하는 존재다. 그런 모습이 그 한 장면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달까. 생각해 보면 1권에서도 잠시 집을 비웠던 솔아가 돌아왔을때, 방문을 박박 긁던 홍조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의 솔아는 홍조에게 누구보다 소중한 반려인이니까.

2권은 계절적으로 가을, 겨울 편이라 그런지 이들의 모습이 더 쓸쓸해 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을 따스하게 만드는 장면도 많이 나왔다.


특히 이렇게 홍조가 솔아를, 재선이 솔아를 업고 가는 장면이 너무나도 예뻤다. 술에 취해 혼자 벤치에 누워있던 솔아를 업고 가는 홍조, 자신이 잠든 사이 함께 잠들어 버린 솔아를 업는 홍조의 모습, 고구마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취해버린 솔아를 업은 재선의 모습. 이 장면이 너무나도 예뻐서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계절이 깊어질수록 이들의 아픔이 더 커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알아는 홍조의 정체를 알아버렸고, 재선은 어떤 결심을 한듯 보인다. 재선의 결심은 어쩌면 솔아를 더 아프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3권이 기다려지면서도 슬프고 안타까운 이야기가 되어버릴까 싶어서 불안해진다. 그래도 자꾸만 기다려지는 건, 이렇게 부드러운 색조의 그림과 가슴속에 잔잔히 스며드는 이야기때문이 아닐까.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왼쪽에서부터 순서대로 41p, 32p, 1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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