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1
고아라 지음 / 북폴리오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어. 서. 와.
내가 좋아하는 말 중의 하나.
이 말을 좋아하는 이유는 말을 하는 사람의 따스한 마음이 이 한 문장에 꽉 들어차 있는 듯한 느낌때문이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온 것에 대해서만 반갑게 맞아들인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이 말을 참 좋아한다.

책 표지를 보면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한 여학생과 하얀 고양이가 보인다. 둘은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딱히 아무런 말이 없어도 자연스럽고, 따스하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 행복해진달까. 평화로운 모습에 나도 저들 사이에 끼고 싶어 진다.


어서와 1권은 친구의 부탁으로 고양이를 맡아 키우게 된 여대생 솔아와 고양이 홍조, 그리고 그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솔아는 고양이를 우연히 키우게 되어 처음에는 좀 귀찮은 마음도 생기지만, 한편으로는 일상이 단조로움에서 벗어나는 걸 느끼게 된다. 그림 속 고양이가 바로 홍조이다. 말똥말똥한 눈망울, 무뚝뚝한 표정, 몽실몽실한 몸, 부드러운 털. 표정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표정을 감추고 있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고양이의 매력이니까.

솔아는 복학생이다. 그래서 그런지 후배들과 같이 듣는 수업이나 과제 수행이 어색하기만 하다. 아무래도 대학은 선후배 관계란 것이 대부분의 관계이다 보니 익숙해질만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참 어색하기도 하다. 나 역시 몸이 안좋아서, 또 대학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해 반년간 휴학을 했다가 복학을 했더니, 후배들과 잘 지내기는 커녕 동기들과도 멀어져버렸다. 그럴때 홍조같은 고양이가 있었더라면, 조금은 덜 외롭지 않았을까.


따돌린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물에 떨어진 기름같이 겉도는 나를 발견할 때. 누군가 뒤에서 저렇게 꼬옥 안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홍조는 인간으로 변신이 가능한 고양이라 저렇게 안아줄 수 있겠지만, 정말 홍조같은 고양이라면..... 저렇게 솔아가 힘겨워할 때 뒤에서 말없이 꼬옥 안아주는 따스함을 줄 수 있다면.... 비록 상상이지만, 고양이나 개를 키우면서 저런 상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나 역시 가끔 우리 개들이 사람으로 변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 그래서 난 저렇게 안기는 대신, 우리 개들을 꼭 끌어안고 털에 얼굴을 파묻기도 한다. 왠지 그런 느낌이 물씬 나는 그림이라 참 마음에 든 그림이다.

홍조는 특별한 고양이이다. 모든 반려동물들은 자신의 반려인에게 있어 특별한 존재이지만, 홍조의 '특별함'은 많이 다른 '특별함'이다. 사람으로 변신이 가능하니까. 그것도 키도 크고 잘 생긴 남자로. 이렇다 보니 홍조가 고양이로 있을때는 상관이 없지만, 사람으로 변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혼란을 느끼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솔아의 친구 알아의 경우 홍조에 대해서 거부감이 없다. 조금은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보이는 모습대로 받아들여 주는 인물이 알아라는 인물이다. 이 장면은 홍조와 알아가 보내는 시간 중 가장 예쁜 그림이라 생각했던 것. 고양이답게 나비를 좋아해 나비를 살며시 잡아서 알아에게 보여 준다. 손안의 나비가 포르르 날아가는 장면... 너무나도 예쁘다.

이외에도 어서와는 대학생들의 다양한 일상을 그리고 있다. 군대에 다녀온 복학생, 사랑과 이별을 한 연인, 자취 생활, 학교 과제 수행 등은 내가 학교를 다닐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별로 변함이 없어 보인다. 집을 떠나 부모에게 독립을 하면 처음엔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얼마못가 집이 그리워진다. 나도 처음엔 기숙사, 나중에 자취 생활을 했던지라 솔아의 이야기가 남 이야기같지 않다. 특히 집에서 엄마가 만들어준 반찬을 가지고 고속버스를 탔던 일은 여전히 내 머릿속 기억 저장소에 특별한 기억으로 저장되어 있다. 즐겁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너무도 외롭고 힘들었던 대학 시절. 이미 오래전에 지나버린 시간이지만, 어서와를 보고 있자니, 그때 그 시절 생각이 난다.


어서와는 수채화 느낌이 물씬 나는 만화이다. 디테일한 면을 생략하고 슥슥 그린 듯한 그림과 파스텔톤 색조. 그래서 그런지 보는내내 봄날 가로수길을 산책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야기 자체가 너무나도 따스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왠지 나도 대학시절 이런 추억이 있었다면, 더 잘 지낼 수 있지 않았을까, 나에게도 홍조같은 고양이가 있었다면 덜 외롭지나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32p, 45p, 90~91p, 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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