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 : 부엌 이야기 심야식당
호리이 켄이치로 지음, 아베 야로 그림, 강동욱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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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아베 야로의『심야식당』을 읽고 싶었다. 하지만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시간만 흘렀다. 벌써 단행본으로 5권까지 나왔던데... 아, 읽고 싶다, 라고 생각하던 중 눈에 띈 책 한 권. 그것이 바로 이 책인『심야식당 부엌이야기』였다. 심야식당 만화에 나왔던 음식에 관한 이야기라니, 평소 맛있는 걸 좋아하고, 데이트를 할 때도 분위기 좋은 카페보다는 맛집을 찾아다니던 나로서는 올레!를 외쳤달까.

심야식당에 나왔던 스무가지 음식에 대한 이야기와 심야식당 드라마에 출연한 연기자들이 심야식당 매니저가 만들어줬으면 하는 음식 네가지, 즉, 총 스물네가지의 음식이 소개되어 있다. 전자의 메뉴들은 저자 호리이 켄이치로의 추억담을 비롯해 일본의 음식문화와 관련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리고 나면, 나오는 건, 뭐??
그건 바로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레시피와 완성된 사진이다.

총 스물 네가지나 되는 요리와 그 레시피라....
일단 목차를 훑어 보면 우리에게 꽤 친숙한 요리 이름이 나온다. 게다가 사용하는 재료는 같아도 요리법이 달라 한국요리와 일본요리가 구분되는 요리도 있다. 표지에 나온 문어모양 비엔나 소세지 볶음은 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만화에도 등장한다. 초등학생이 있는 집에서는 누구나 만드는 요리인 비엔나 소세지 볶음. 우리나라도 비엔나 소세지가 있지만, 빨간 색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문어 모양에 맞게 빨간 색으로 나오는가 싶어 무척 신기했달까. 게다가 우리나라 도시락 반찬은 사선으로 칼집을 넣어 볶지만, 일본의 비엔나 소세지는 문어 모양. 시도해 보고 싶지만, 갈색 문어는 맛이 없어 보일 것 같아 사진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구운 김, 명란젓 같은 것은 우리 식탁에도 자주 오르는 메뉴중의 하나다. 참기를 발라 소금 살살 뿌려 구어낸 김도 맛있지만, 살짝 구워 기름장에 찍어 먹는 김도 일품이다. 역시 비슷한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구나 싶기도 하지만, 명란젓을 구워먹는다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엥? 날것으로 먹지 않나?? 난 젓갈류를 좋아해서 젓갈을 즐겨 먹는데, 젓갈을 익혀먹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런게 차이점이려나?

라면같은 경우, 일본의 생라면(라멘)이 아니라 역시 우리나라같은 인스탄트 면이었다. 여기에 등장하는 치킨라면은 우리나라의 삼*라면정도일까? 그외에도 좀 다른 건 어묵을 먹는 법이다. 우리는 보통 어묵과 무우만을 먹는데, 소힘줄(스지)와 달걀을 넣은 어묵이라, 스지가 맛이 기막히기에 이것도 한 번 맛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요즘처럼 저녁으로 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때면, 역시 어묵이지! 근데, 일본에서는 꽃놀이를 하면서 어묵을 먹는다니, 이것도 문화의 차이인지도. (笑)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일본적인 음식이라 생각했던 네가지의 음식이 바로 위에 있는 것들이다. (물론 이건 내 주관일지도 모르겠지만)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카츠돈, 고양이 맘마, 차밥, 그리고 고기감자볶음이다. 카츠돈은 돈부리의 일종으로 덮밥종류다. 개인적으로는 처음으로 먹었던 카츠돈이 너무 맛이 없어서 그후론 돈부리에 대해 안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촉촉한 국물이 밴 밥과 돈가스라면 한 번 시도해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역시 비빔밥에 익숙한 나로서는 같은 그릇에 있는 것을 비벼먹지 않고, 밥따로 반찬따로 먹는게 영 이상하기만 하다.

고양이맘마는 요리 이름을 보자마자 푸하하하핫하고 웃어버렸다. 고양이는 가츠오부시(가다랑어포)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래서 고양이에게 가츠오부시를 주는 반려인이 꽤 많다고 알고 있다. 일전에 읽었던 책도 고양이에게 상으로 가츠오부시를 준다는 내용이 있었으니까. 밥 위에 간장 조금, 그리고 가츠오부시 듬뿍. 왠지 이상할 것 같지만, 의외로 입맛에 잘 맞을지도 모르겠다. 난 특히나 오코노미야키위에 얹힌 가츠오부시를 격하게 사랑하기 때문이다.

차밥과 고기감자볶음은 만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통해 자주 접해 왔다. 솔직히 말해 차에 밥을 말아 먹는다고 했을 때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냉수에 밥말아 먹는 거나 비슷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교토에서 차밥을 대접한다는 것에는 또다른 의미가 있다는 걸 알고 무척 흥미로웠달까. 고기감자조림은 우리나라 감자조림에 고기를 더한 요리로, 서민들이 즐겨먹는 음식이라고 들었는데, 실물을 보니 정말 맛있어 보인다. 일품식으로도 손색이 없달까.


그렇다면 이 책에는 일본적인 요리만이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No! 비록 일본식으로 개량되긴 했어도 내가 어린 시절 즐겨 먹었던, 그리고 아주 좋아했던 요리 몇가지가 있어 너무 반가웠다. 사진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포테이토 샐러드, 달걀 샌드위치, 버터라이스, 크로켓이다. 포테이토 샐러드(일명 감자 사라다)는 내가 어린 시절부터 너무나 좋아했던 샐러드다. 특히 어릴때 가족 외식으로 자주 갔던 갈비집에서 늘 감자 사라다를 내놓았는데, 갈비보다 그걸 더 많이 먹었을 정도로 좋아했다. 지금도 그 집 이름을 기억할 정도이니, 얼마나 좋아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리라.

달걀샌드위치는 정말 간편하면서도 맛있다. 완전히 으깨지 않고 살짝 씹힐 정도로 으깬 감자에 소금간을 하고, 물기를 살짝 짠 오이를 넣고 마요네즈 듬뿍. 감자를 넣으면 더 맛있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다. 레시피는 피클을 사용했지만, 개인적인 입맛으로는 피클보다 생오이가 더 좋다. 상큼하니까. (笑)

버터라이스는 지금도 입맛이 없거나 반찬이 만들기 싫을때 즐겨 먹는다. 따끈한 흰쌀밥에 버터와 간장을 넣고 비벼 먹거나, 버터와 강된장을 넣고 비벼 먹으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싹 비워냈다. 김치가 있으면 조금 덜 느끼하지만, 강된장을 넣은 버터라이스는 김치가 따로 필요 없다.

크로켓. 며칠전에도 따끈한 크로켓을 사먹었다. 내가 어릴땐 고로케라 불렀지만. (笑) 금방 튀겨낸 크로켓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서 정말 맛있다. 엄마가 만들어주신 고로케는 한입 크기로 동그랗게 굴려서 만든 것으로 어린 내가 먹기에 딱 알맞은 크기였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 새로운 음식보다는 추억이 있는 음식을 찾게 된다. 화려한 것 보다는 소박한 음식, 정성가득한 음식을 찾게 된다. 엄마 손맛이랄까, 그런 게 그리워지기도 한다. 심야식당에서 내놓는 메뉴들은 바로 그런 음식이랄까. 비록 한국과 일본의 차이, 특히 요리 문화의 차이가 좀 있긴 해도 여기에 나온 음식들을 보며 어린 시절에 먹던 음식을 떠올릴 수 있어서 무척이나 행복했달까.

이렇게 우리네 주변의 소박한 음식을 가슴 절절히 담아내는 것이 바로 아베 야로 만화의 매력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큰 소리로 주위에 알리는 것이 아니라 지긋이 자기 몸으로 먼저 느낀 뒤에야 전한다. 밀어붙이지 않고, 나 이거 좋아해요, 하고 나직하게 얘기한다. 그래서 이야기들이 도시인의 가슴에 절절히 스며든다. (95p)

본문을 읽다 보면 아베 야로의 만화에 대해 위와 같은 언급을 하고 있다. 소박하지만 가슴을 따스하게 만드는 음식이 바로 아베 야로가 그려내는 심야식당의 메뉴란다. 맛있는 음식이란 바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겉모습에 치중한 것이 아니라 속이 꽉꽉 들어 찬 음식이랄까. 이 책을 보니 아베 야로의『심야식당』이 더욱더 보고 싶어 진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위에서부터 51+19+83+91p, 65+77+109+1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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