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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 고양이 홈즈의 추리 ㅣ 삼색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시바타 요시키 여사(처음엔 남자분인줄 알았다)의 쇼타로 시리즈를 네 권 몽땅 사서 주욱 읽은 적이 있다. 원래 미스터리같은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데다가, 고양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1人인지라 냉큼 구입했었다. 코지 미스터리로 짤막짤막한 단편이 실린 이 책은 인간과 고양이의 관점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고양이의 관점에서 서술되는 이야기는 고양이의 말로 이루어진다. (즉, 인간은 못알아 듣는다) 인간의 관점에서는 고양이의 행동으로 추측을 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뭐, 대부분은 인간들이 못알아 들어서 고양이가 해결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재미는 있었지만, 항상 뭔가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죄다 단편이다 보니 사건 자체도 간단하고, 추리 역시 간단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번에 읽은 아카가와 지로의 삼색 고양이 홈즈 시리즈 제 1탄인『삼색 고양이 홈즈의 추리』는 장편인데다가, 고양이가 말이 없고, 행동으로만 보여줘서 더욱더 흥미로웠다. 말하는 고양이도 좋지만, 역시 고양이는 말이 없는 편이 더 좋을지도.... (笑)
책은 한 여자 대학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인 사건으로 시작한다. 이 사건 해결에 투입된 형사는 피, 술. 여자에 무척이나 약한 가타야마로 어찌보면 저래가지고 형사 노릇 제대로 하겠어, 싶은 생각이 들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랄까. (사심 가득한 발언일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내가 정말 꽂힌(?) 등장인물(?)은 따로 있다. 바로 삼색 고양이 홈즈이다.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행동을 하는지 다 알고 있다는 그런 녀석이랄까. 그만큼 사람에 익숙하고 친숙하다.
"나는 고양이에게서 신비한 무언가를 느낍니다. 과연 이 작은 머리로 무엇을 생각하는지, 우리가 그냥 봐서는 잘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고양이는 인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인간을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 (34p)
가타야마가 만나 도움을 받게 되는 모리사키 교수의 말처럼 고양이는 신비로운 점이 많은 동물이다. "개는 부르면 바로 온다. 고양이는 메세지만 받고 나중에 오고 싶을 때 온다." 는 메리 블라이의 말처럼 고양이는 독립적인데다가, 사람의 말을 일방적으로 따르지 않아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하기 일쑤이지만, 사실 고양이는 무척이나 똑똑하다. 그리고 그 똑똑함의 결정판이 바로 여기에 등장하는 홈즈라 할 수 있다.
홈즈의 추리편에 나오는 사건은 처음에는 여대생 살해 사건으로 시작하지만, 점점 더 복잡해진다. 알고 보니 여기에는 여대생 매춘 조직, 학교 신축 교사 비리 등 결코 가볍지 않은 - 물론 여대생 살해 사건도 가볍지는 않지만 - 사건들이 줄줄이 따라나온다. 게다가 가타야마에게 도움을 주던 모리사키가 밀실 상태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도대체 모리사키는 누가 죽인 것이고, 그 동기는 무엇일까. 아직 첫번째 사건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또다시 여대생 살해 사건이 일어나고, 모리사키 교수의 애인이자 가타야마에게 사건 해결의 도움을 주는 유키코마저 범인에게 노려진다. 더불어 화학 교수의 방에서 없어진 폭탄때문에 기숙사 관리인인 고미네가 폭탄으로 죽는 등 정말 사건은 언제 끝날까 싶을 정도로 자꾸만 터진다.
본문은 쑥쑥 읽히고, 문체는 경쾌한데 일어나는 사건은 무참하기만 하다. 전에 읽었던 <세일러복과 기관총>도 그런 느낌이었다. 뭔가 웃긴데, 잔혹하고 차갑달까. 그러나 잔혹하다고 해서 눈을 감아 버리고 싶을 그런 느낌은 아니다. 굉장히 독특한 느낌이랄까. 그건 아마도 어리바리한 형사 가타야마와 가타야마가 벽에 부딪힐 때마다 등장해서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홈즈 덕분이 아닐까 싶다. 가타야마와 고양이 홈즈가 전체적인 분위기를 많이 완화해준달까.
탐정 소설처럼 추리를 많이 하는 건 아니지만, 형사가 등장하는만큼 탐문 수사가 재미있다. 특히 밀실 트릭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밀실트릭이 풀리는 순간 그날 있었던 모든 일들이 스르륵 풀리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좀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걸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각 사건의 공범관계가 너무도 쉽게 이루어진 게 아닌가 싶다. 사실 공범이란 건 굳은 신뢰가 아니면 잘 이루어질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등장하는 사건은 공범관계가 너무 많다. 여대생 살해 사건만이 단독범행이랄까. 거기에서의 범인은 일본어의 발음으로 쉽게 추측했다. (아마도 이런 건 원작에서 더 재미를 느낄 부분일 듯 하다)
이제 가타야마와 홈즈는 완전한 파트너가 되었다. 두 사람(?)의 파트너쉽이 앞으로 또 어떤 사건을 해결할지 너무나도 기대된다. 말이 없어도 행동만으로 모든 사건의 실마리를 끌어내는 홈즈. 고양이는 정말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