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마고우 오성과 한음 - 빛나는 우정과 넘치는 해학으로 역사가 되다
이한 지음 / 청아출판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Q. 오성과 한음을 알고 있나?
A. 네, 물론 알죠.
Q. 그럼 오성과 한음에 대해 자네는 얼마나 알고 있나?
A. 얼마라뇨? 일단 두 사람은 조선 시대 선조때의 사람이고, 오성의 이름은 이항복, 한음의 이름은 이덕형 그리고, 둘 다 영의정까지 오른 인물이죠.
Q. 그리고?
A. 그리고?? 그리고... 에... 둘은 절친?!

사실 오성과 한음에 대해 이야기하라면, 대부분 나와 같은 정도의 대답만을 할 것이다. 죽, 우리 역사의 수많은 위인 중에 속해있는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 오성과 한음은 절친한 벗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것처럼 어린 시절부터의 친구는 아니었다. 이미 장성하여 혼인을 한 후 만났다고 한다. 그때는 벌써 오성 이항복이 25살, 한음 이덕형은 20살이었다. 그렇다면 그들에 대해 전해지는 이야기는 모두 거짓일까? 사실 역사적 인물이란 벌써 오래전에 돌아가신 인물이기에 남은 사료로 판단을 할 수 밖에 없다. 또한 그 근거를 판단하는 사료가 모두 진실이라고도 할 수 없다. 때로는 과장되기도 하고, 때로는 왜곡되기도 하며, 때로는 살짝 거짓이 가미되어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느 정도로 받아들여야만 할까. 이것이 문제다. 

책의 첫머리는 우리가 이제껏 알고 있던 오성과 한음의 이야기를 뒤집으며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이야기 자체가 잘못되었다기 보다는 둘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와 둘의 성품에 관한 이야기를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비록 나이 차이가 있고 성격이 천양지차로 달랐지만, 사망할때까지 절친한 우정을 맺어온 두 사람의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큰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

오성 이항복과 한음 이덕형은 성격이 정반대였다. 농담을 즐기고, 친구가 많았던 오성에 비해 한음은 과묵하고, 신경질적이었지만, 천재라 일컬어질 만큼 머리가 좋은 인물이었다. 한음이 투덜거리고 기대는 건 오성정도 밖에 없단 인상이랄까. 사람은 의외로 묘한 부분에서 잘 맞는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한음이 오성에게 늘 기대는 것만은 아니었다. 두 사람은 임진왜란이라는 큰 국란을 거치면서 서로를 끔찍이도 위했다는 것은 책 본문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명나라에 원군을 요청하기 위해 한음이 명나라로 떠날때 오성과 한음이 나눈 이야기에서는 울컥하고 무엇인가가 가슴을 치밀어 올라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명나라의)군사가 오지 않으면 너는 나를 시체더미에서나 찾고 살아서 다시 보지 못하겠지……." (153p)
"군사를 부를 수 없다면 나는 내 뼈를 중국땅에 묻고 다시는 압록강을 건너 돌아오지 않을 거야." (154p)

또한 두 사람이 나눈 편지 중에서 명나라와 조선 사이의 외교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오성이 사신으로 중국으로 떠날때 한음이 오성에게 남긴 편지에 있는 시에 특별한 표현은 없지만 그 속에 담긴 따스한 마음은  한음의 마음을 그대로 전하는 듯 하다.

밥 많이 드시라는 마지막 당부 잊지 마십시오.
늙어가니 이별의 정이 소싯적과 달라집니다.
(220p)

본문은 두 사람의 유년기, 청년기, 임진왜란 시대를 지나 광해군 시대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즉, 태어나 죽을 때까지의 이야기가 모두 씌어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좀 아쉽게도 오성 이항복에 대한 자료는 많이 남아있고, 한음 이덕형에 대한 자료는 부족해 오성의 이야기가 좀더 많다. 그래도 두 사람의 우정에 대해 이해하는데에는 아무런 무리가 없으리라.

그렇다면 이 책은 두 사람의 이야기만을 담고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선조시대에서 광해군 시대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만큼,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선조와 광해군과 관련한 이야기를 비롯해, 오성의 장인이었던 권율장군, 임진왜란의 영웅이었던 이순신 장군을 비롯해, 유성룡과 이이 율곡 등 동시대 인물들과의 일화도 많이 있다. 특히나 오성과 한음이 상대방의 부인에게 친 장난에 관한 일화는 듣기만 하면 아하, 그 이야기로구나, 라고 무릎을 탁 칠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이야기기이도 했다.

책은 전반적으로 역사적 인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 책은 정말 지루함이 없었다. 오히려 저자의 말투에 큭큭대면서 웃고 또 웃었달까. 어떻게 보면 이 책에 실린 이야기 모두가 야사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기는 하나, 자세히 살펴보면 저자가 수많은 자료 수집을 통해 이야기를 해학적으로 풀어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가 모두 근거없는 뜬 소문을 적어 놓은 것이 아니란 말이다. 오히려 정사에 가까운 이야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풀어서 그런 느낌이 많이 나는 것 뿐이라 생각한다.

『竹馬故友 오성과 한음』은 정사와 야사, 그리고 민담이 적절하게 섞여 있는 책이다. 그래서 여기에 나온 오성과 한음의 이야기가 모두 진실이다, 라고 딱 잘라서 말할 수는 없지만,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무방하지 않을까. 아니, 오히려 우리가 몰랐던 오성과 한음의 인간적인 면에 대해 배우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역사에 길이 남을 위인이라고 늘 뒷짐지고 에헴하면서 멋있는 모습만 보여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이 더 강조된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더 큰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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