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튼 2 - 방랑하는 자연주의자, 소년과 살쾡이 시튼 2
다니구치 지로 지음, 이마이즈미 요시하루 스토리 / 애니북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시튼 1권은 30대의 시튼의 이야기로 동물 화가로서 명성을 쌓아가지만 파리 화단의 인간 중심적 사고 방식에 염증을 느낀 시튼이 미국으로 건너가 늑대왕 로보와 맞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늑대의 땅을 침범한 인간과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늑대의 처절한 싸움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다.

2권은 어린 시절 시튼의 이야기이다. 15세때의 일화를 주로 담고 있지만, 중간중간 10세, 14세때의 이야기도 나온다. 시튼이 10살때 만난 박물학자 윌리엄 브로디는 어린 시튼에게 숲속의 동식물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준 스승이며, 평생 우정을 나눈 사이이기도 하다. 시튼이 14살때에는 숲속으로 가는 걸 아버지에게 금지당한 후, 남몰래 치유의 계곡에서 자신만의 비밀 오두막을 만든 사건이 있었다.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언급되고 있지 않지만, 굉장히 엄한 아버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름대로 숲속에서 자신만의 치유를 얻었지만, 부랑자들에 의해 이용되고 결국 파괴된 시튼의 오두막. 시튼은 이 일로 인해 마음에 큰 상처를 입기도 했다. 어느새 15세가 된 시튼은 린지에 있는 톰의 농장으로 놀러가게 된다. 그곳에서 머무른 한 달. 시튼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톰의 농장에서의 처음은 즐거웠다. 토론토에서 보지 못한 각종 동식물은 시튼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톰이 말라리아에 결려 본가로 향하고, 남은 제인과 케이트마저 말라리아에 걸린다. 또한 시튼 역시 그들을 돌보다 똑같이 말라리아에 감염되어 병과의 사투를 벌이게 된다. 위험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근처에 사는 살쾡이가 먹을 것이 궁한 나머지 톰의 농장까지 내려오게 된 것이다. 새끼에게 젖을 주기 위해서는 일정한 단백질을 섭취해야 했지만, 전염병과 큰 비로 살쾡이의 먹이가 모조리 없어진 것이다. 처음엔 집밖에 있는 닭들을 훔쳐 먹었지만, 나중에는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집안까지 들어오게 된다.

시튼은 분명 동물을 좋아했지만, 살쾡이와는 적대적이 될 수 밖에 없는 위치였다. 자신들의 음식 재료가 될 닭을 훔쳐갈 뿐만 아니라, 결국 집안까지 침범했으니... 이 책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살쾡이를 좀 봐주면 안되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당사자인 시튼은 자신의 목숨과 관련된 문제였으니 살쾡이에 맞서지 않을 수 없었다. 말라리아와의 사투, 거기에 더해져 어미 살쾡이와의 사투는 처절했다. 마지막 결말 부분을 보면서, 쓰러진 고목안에서 발견된 것을 보면서 눈물이 쏟아질 뻔 했다. 인간과 야생 동물은 과연 어느 정도 선까지 공존이 가능한 것일까. 이 사건은 분명 시튼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음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때 받은 충격과 상처는 꽤 컸으리라 짐작한다.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를 보면 자연이나 동물등은 무척이나 섬세한 반면, 사람은 좀 덜 섬세해 보인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작품에 나온 살쾡이의 경우 털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일 듯 하지만, 오히려 인간은 그 배경에 가져다 붙여놓은 느낌이랄까. 마치 인간은 그곳에 존재하기엔 이질적인 존재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광활한 자연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 그리고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며 자연을 파괴하고, 야생동물을 적으로 돌리는 인간들. 과연 이들 사이에 평화로운 공존은 있을 수 없는 것일까.

덧> 책 제목과 본문에 살쾡이란 표현이 나오는데, 엄밀히 말하면 이 책에 나오는 동물은 살쾡이가 아니다. 캐나다 스라소니라고 해야 옳다. 스라소니는 귀끝의 털, 짧은 꼬리, 턱 양쪽의 긴 털이 특징이다. 또다른 스라소니인 스페인 스라소니는 지금 거의 멸종 상태이다. 우리나라에도 스라소니가 서식했지만 오래전에 멸종되었다. 책 뒷표지를 보면 The Boy and the Lynx라고 되어 있는데, Lynx는 스라소니를 뜻한다. 살쾡이는 일명 삵이라 불리는 종으로 아메리카 대륙에는 서식하지 않는다. 살쾡이는 우리나라와 동남아시아, 시베리아에 분포하는 종으로 얼핏 보면 고양이를 닮았지만 굵은 꼬리가 특징인 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