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트 - 인간의 행동 속에 숨겨진 법칙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지음, 강병남.김명남 옮김 / 동아시아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인간의 모든 행동은 예측가능한가?"
라는 문장이 책 띠지에 적혀 있다. 무척이나 흥미로운 발상이고, 무척이나 흥미로운 주제다. 나 역시 인간의 모든 행동은 아니더라도 일부 행동에 대해서는 예측이 가능할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있다. 가족이나 친구등 내가 잘 아는 사람이라던가, 직장 동료처럼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 사이에서는 어느정도 예측이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하지만 그건 예측이란 것보다는 예상이란 것이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늘 보아 왔기에 예상할 수 있다, 정도로.

그렇다면 범위를 확대해서 내가 모르는 사람에 대해서도 그 사람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을까. 일부 행동이 아닌 모든 행동에 대해서? 이렇게 나온다면 나의 입장은 일단 부정적이다. 지구에는 60억의 사람이 사는 만큼 제각각 행동 양식이 다르지 않을까. 물론 같은 종족, 같은 민족, 같은 국민으로서 보이는 행동 양식에 대해서는 개개인이 아니라 집단으로 봤을 때는 집단성이 중시되기에 예측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슷한 사고 방식과 가치관, 그리고 행동 양식을 가진 사람은 존재할 수 있지만, 똑같은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한솥밥 먹는 가족 관계를 살펴 봐도 그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쌍둥이의 경우도, 성격이 정반대인 경우가 있어 행동도 정반대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물론 특정 사람들에 대한 행동의 예측은 가능할 수도 있다. 특히 범죄심리학을 전공한 프로파일러들의 경우 특정 범죄자들에 대한 프로필을 거의 완전하게 잡아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은 '특정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이기에 가능한 것이고, 그것이 일반인에게는 얼마나 적용될지는 잘 모르겠다.

인간의 행동이라는 영역에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목격하는 여러 사건들이 여전히 불가사의하고 혼란스럽게만 보인다. 15세기의 우리 선조들에게 별의 움직임이 그렇게 느껴졌던 것처럼 말이다. 어떨 때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결정하며 살아가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삶이 마치 자동항법장치의 조종을 받아 움직이는 것 같다. 사회는 풍요의 시대와 결핍의 시대를 오가고, 전쟁에서 다시 평화로, 다시 전쟁으로 오가는 것만 같다. 그러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은 스스로 만든 규칙 외에 뭔가 다른 숨겨진 법칙을 따르는 것일까? (21p) 

인간의 행동을 가깝게 들여다보면 볼수록, 그것이 단순하고 재현 가능한 모종의 패턴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 그 패턴은 또 모종의 폭넓은 법칙들에 지배된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주사위 굴리기나 상자에 담긴 초콜릿 고르기로 인생을 비유했던 것은 잊어버리자.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 자동 조종되듯이 꿈꾸며 살아가는 로봇이라고 생각하자. 그 편이 진실에 훨씬 더 가깝다. (27p)

그렇다면 바라바시 교수가 제언하는 '인간의 모든 행동'의 범주와 '예측' 가능 범주는 어떻게 규정되게 될까. 본문은 두 파트로 나뉘어진다. 하나는 현대 과학과 현대인들에 대한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중세를 살았던 죄르지 세케이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실 처음 읽을 때는 이렇데 두 파트로 나뉘어져 서술되는 내용에 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읽으면서 생각해 보니 현대와 관련된 이야기만 죽 나열하고, 뒷부분에는 중세 이야기와 관련된 이야기만 죽 나열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재미있다고 느껴졌다. 현대와 중세를 오가면서 관련자들의 이야기를 보고 듣는 기분이었달까.

책은 수많은 등장 인물 및 다양한 사건과 관련한 사례를 물리학, 통계학, 수학적 법칙에 의거해 이야기하고 있다. 개인의 예측 불가능성을 무작위성과 등치시킨 푸아송의 법칙에 사람의 행동을 대입해 보기도 하고, 푸아송의 법칙으로만은 설명될 수 없는 인간 행동의 '폭발성'과 '인간 행동에 보이는 예욋값에 대해서는 멱함수 법칙이란 것을 응용한다.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자신의 예술작품을 선보이는 예술가를 비롯해, 아인슈타인같은 유명한 과학자, 그리고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그가 용례로 들어 설명하는 사람들의 성별, 나이, 직업은 모두 제각각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책을 읽다 보면 그들 모두 일정한 패턴의 행동 양식을 따른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것은 인간 행동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사건들과도 큰 관련이 있다. 똑같지 재현되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고 해야 할까.

우리는 모두 한편으로 폭발적이면서 다른 한편으로 몹시 규칙적이다. 겉보기에는 무작위적이지만, 더 깊은 곳에서는 예측가능하다. 물론 우리가 접하는 사건들 중에는 꽤 제멋대로인 것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사건들을 헤쳐 나가는 방식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보편적이다. (362p)

인간의 역사는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했고, 단 한가지라도 100% 똑같은 일은 없었다, 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바라바시 교수는 인간의 모든 행동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정도 퍼센트로는 예측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바라바시 교수가 이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려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오늘을 살아 가는 현대인들은 누구보다 더 관찰되기 쉬운 위치에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어떤 웹사이트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활용에 동의해야 한다. 은행에서 돈을 찾으려면 현금인출기를 이용해야 하고,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휴대전화를 사용한 내역은 고스란히 기록된다. 그리고 구석구석 설치되어 있는 방범용 카메라는 우리의 일상을 주시하고 있다. 이는 <라이프리니어의 진실>이란 소제목을 가진 이야기에 잘 드러나 있다. 물론 이는 가상이긴 하지만, 대체로 현대의 과학은 이에 근접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인간 행동의 예측이란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현대 생활에 맞는 적절한 서비스가 제공을 비롯해 병이나 사고를 예방하고, 범죄와 같은 것에서 부터 전쟁과 같은 큰 사건을 예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것 하나는 인간 행동의 예측이 불안정한 현대 사회의 사람들을 통제할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 행동에 대한 예측의 가능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거대 권력이 우리 인간들을 통제할 최고의 수단을 손에 넣을수도 있다는 말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생기는 것은 그냥 기우에 불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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