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피는가 1 - 코믹 라르고 Comic Largo
히다카 쇼코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히다카 쇼코의 신간 소식에 무척 반가운 마음이다. 워낙 그림도 좋고 스토리도 좋은 작가라 일단 믿고 구입. 제목도 참 예쁘지만, 표지 일러스트에 나온 청년도 참 미청년이로구나~~ 무표정한 얼굴, 눈동자마저 슬며시 돌려버린 새침한 표정. (일러스트를 보고 가슴이 뛰면 어쩌냔 말이다, 주책맞게스리.,...)

『꽃은 피는가』는 38살의 샐러리맨 사쿠라이와 19살의 대학생이자 사촌들과 함께 살고 있는 집의 주인인 요우(요우이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쿠라이는 광고 기획사에서 제법 잘나갔던 과거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는 일중독자에다 연애만 하면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지하철 역에서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 요우와 사쿠라이의 인연은 끊어질 듯 하면서도 묘하게 이어진다. 처음엔 요우와의 만남, 두번째에는 요우의 사촌인 쇼타와 타케(타케오)와 만나면서 사쿠라이는 많은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세상속으로 발을 들여놓게 된다.

요우의 첫인상은 건방지고 무뚝뚝했다. 하지만, 그건 스스로 쌓아올린 방어벽이었을 뿐, 실제로는 상처받기 쉬운 성격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면에서 보면 요우와 사쿠라이는 묘하게 닮아있다. 다른 점이라면 사쿠라이가 좀 흥분을 잘하는데다가 덜렁대는 면이 있고, 요우는 지나칠 정도로 침착하고 말이 없으며, 때론 사쿠라이보다 더 어른스럽게 굴기도 하지만, 때때로 마음을 슬쩍 엿보이기도 한다는 것. 사쿠라이에게 돌아가라고 종용하거나 하면서도 다음부터는 대문으로 오라고 한다거나, 그림에만 관심이 있느냐, 라는 등의 말은 묘한 여운을 남긴달까.

사쿠라이의 광고 기획사 샐러리맨으로서의 일과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도 잘 그려내지만, 히다카 쇼코는 등장 인물들의 직업적인 면에서도 무척 섬세하게 보여준다고나 할까. 한때는 촉망받은 광고 기획자였다가 지금은 한물간 사람으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행동력은 예전과 다름이 없다. 또한 요우는 미대 재학중으로 유화를 그리는데, 요우의 그림 그리는 모습도 무척이나 잘 표현되어 있어 그것 또한 또하나의 즐거움이었달까.

처음엔 불편하게 여겼던 감정, 가까워지고 싶지만 누군가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듯한 느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신경이 쓰이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 아니던가. 게다가 사쿠라이보다 거의 스무살은 어린데다가 같은 남자. 사쿠라이로서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워 미리 방어벽을 쌓으려 했던게 아닐까. 그 방어벽에 금이 가는 순간의 사쿠라이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뒷편에는 요우가 마음을 닫고 살게 된 계기와 요우와 쇼타, 타케가 한 집에서 살게 된 사연이 나와 있다. 어린 마음에 각각 다른 상처를 안고 살아야 했던 요우와 쇼타를 보는 타케의 마음도 무척이나 애잔했달까.  

히다카 쇼코의 작품은 초기작부터 그림도, 스토리도 무척 괜찮았고 마음에 깊이 남았었다. 요번에 나온 신간인『꽃은 피는가』는 그림도 스토리도 한층 더 무르익었다는 생각이다. 원래 사람의 심리묘사를 잘 포착해낸 작품을 그려낸 작가이지만, 요번엔 더욱더 그렇다고 할까. 읽으면서 감탄을 거듭했던게 바로 이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무도 모르게 마음 속에서 싹을 틔운 꽃씨. 잎이 나고 줄기가 자라면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될까. 2권이 너무나도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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