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1
모리미 도미히코 원작, 고토네 란마루 지음, 윤지은 옮김 / 살림comics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모리미 도미히코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10위권에 드는 작가로 그의 책은 번역서로 나온 것이라면 죄다 읽어 보았다. 신간이 언제나 나올려나 싶어 목을 빼고 기다리던 중에 들려온 반가운 소문. 내가 격하게 아끼는 작품 중 - 사실 그의 모든 소설을 격하게 아끼고 있다 - 하나인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가 만화책으로 출간되었다는 것이다. 주저할 이유가 없다. 얼른 지르고 볼 일. 책을 받으니, 표지의 아가씨가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소설의 표지에 나온 아가씨는 새침한 면이 돋보였으나, 만화책의 아가씨는 귀여움이 철철 넘친달까. 게다가 들고 있는 건 달마 오뚝이. (달마 오뚝이가 이렇게 생겼다는 걸 처음 알았다)

만화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1, 2장은 소설 원작을 살린 작품으로 봄편인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소설 원작의 내용을 바탕으로 그려졌다. 흑발의 단발머리 아가씨에게 첫눈에 반해 심장이 튀어나올 정도의 사랑에 빠진 선배의 모습과 귀여운 아가씨의 모습이 너무나도 상큼하다. 사실 처음엔 에이, 이게 뭐야, 라고도 생각했지만 소설은 소설나름대로의 맛이, 만화는 만화 나름대로의 맛이 있는게 아니겠는가, 싶어서 소설 생각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읽었다. 봄편의 이야기는 소설의 구성과 얼추 비슷하다. 소설과 다른 점이라면, 소설은 화자가 선배와 아가씨로 번갈아 가며 진행되지만, 만화는 일단 선배가 중심화자가 된다는 것이고, 읽을 때마다 자지러지게 웃게 만들던 서술문이 대화문이나 그림으로 표현되었다는 점이 다르다. 봄편의 이야기에 이어지는 3, 4장은 오리지널 스토리이다. 하나는 교코의 점집과 관련한 이야기이고, 하나는 어떻게든 자신을 아가씨에게 어필하고 싶은 선배의 분투기라고나 할까.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만화에서 가장 눈여겨 보게 되는 건, 소설을 얼마나 충실하게 재현했는가와 소설 속 인물과 만화속 인물의 싱크로율이 얼마나 높은가 하는 것일 것이다. 선배의 소심하고 맹한 모습과 귀여운 아가씨의 모습도 좋았고, 히구치의 모습은 내가 상상하던 그대로의 모습이다. 또한 이백 옹의 이층 버스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이백 옹의 모습은 내가 생각하던 것과 조금 달라 약간 놀랐달까. 나는 긴 수염에 흰머리카락이 탐스러운 전체적으로 길쭉한 할배를 생각했건만, 여기에 나오는 건 지장보살(지장보살님 죄송합니다)을 닮은 작달막하고 머리 벗겨진 - 문득 센과 치히로에 나오는 유바바가 생각났다 - 할배였다는 거... 이백 옹이 하나도 안 멋있잖아!!!!!!! 뭐, 이건 개인적인 의견이니 무시해도 된다. 

날아 오르는 잉어떼나 쿵작쿵작 소리를 내면서 올 것 같은 이백 옹의 2층 버스, 자신을 텐구라 하는 히구치의 모습등은 책을 그림으로 옮겨놓은 듯해서 무척이나 즐거웠다. 그리고 첫번째 읽을 때는 못봤던 작은 그림들이 두번째 읽을때는 확실하게 눈에 들어오니, 두어번 정도 읽고 감상을 말해도 괜찮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솔직히 말해 소설의 서술문이 너무나도 빵빵 터지는지라, 만화로 표현하기엔 부족한 면이 있긴 해도 이 만화에는 책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는 건 분명하다. 그리고 보너스로 들어간 모리미 도미히코의 후기에도 만족만족. 역시 난 이 말투를 절대 못끊는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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