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의 수수께끼 -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 작가 18인의 특별 추리 단편선 밀리언셀러 클럽 91
도바 료 외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아.. 드디어 마지막이로구나. 적색 - 청책 - 흑색의 수수께끼를 지나 백색의 수수께끼를 마지막으로 읽었다. 생각보다 강렬한 작품이 많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일본 작가의 소설을 만나는 재미가 있었던 수수께끼 시리즈. 그중 세번째로 읽었던 흑색의 수수께끼는 사실 좀 별로였지만, 나머지는 어느 정도 만족을 했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읽은 백색의 수수께끼가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라는 마음이 내심 내 마음속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무척 재미있었다는 것. 그리고 독특한 소재를 등장시켜 무척 흥미로웠다는 것이다. 

백색의 수수께끼는 에도 시대의 범죄를 묘사한 시대물 한 편, 공공기관과 그에 관계된 사람들이 등장하는 소설 두 편, 그리고 깜짝 반전이랄까, 간단한 서술 트릭의 묘미를 맛보았던 마지막 작품 한 편이 실려 있다. 특히 그저께 미미여사의 에도시대물을 읽었던지라 첫번째로 나온 에도 시대물인 사령의 손을 보고 미소가 지어졌다. 와우, 여기에서도 에도 시대물을 만나보는구나, 하고.

사령의 손이라. 제목부터 왠지 으스스하다. 도바 료의 <사령의 손>은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물이다. 무사의 셋째 아들인 나미노스케는 가문을 이을 장손이 아니라 그런지 한량처럼 생활한다. 낚시에 푹 빠져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그는 낚시로 익사체를 건져낸다. 목에 남은 희미한 손자국. 과연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에도 시대라고 하면 무사들이 권력의 중심에 있던 때이기도 하지만, 상인 계층의 급속한 성장이 돋보이기도 하는 시기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소설도 시마야다라는 가게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살인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가 중심을 관통한다. 동반자살, 죽은 마고에몬의 사령의 등장, 수상한 수험자의 등장, 시마다야의 여주인의 죽음과 가게를 차지하고 들어앉은 수험자 교에이와 그의 처의 실종 등 사건은 점점 커져간다. 오캇피키인 오노와 함께 사건을 수사하던 나미노스케는 이 모든 사건의 뒤에 한 사람의 욕심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죽은 자의 영혼보다 산자의 어두운 마음이 더 무서운 법인지도... 에도 시대의 풍경과 당시 일어났을 법한 사건에 대한 수사 과정과 범인 색출이 무척 흥미로웠던 단편.

<검찰 수사 특별편>의 경우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공공 기관과 그 관련 인물들이 등장한다. 일본의 마약 밀수 루트를 추적하는 검사와 사무관을 비롯해 현경의 경찰, 형사, 마약 수사국의 직원들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그래서 그런지 너무 많은 공공 기관과 사람들이 등장해서 조금 헷갈리기도.

하지만, 정말 재미있는 건 같은 공공 기관에서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각개전투를 치르는 듯한 그들의 모습이다. 공조 수사는 커녕 서로에게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는 경찰과 검찰의 모습은 한 편의 코미디 같다. 일본의 수사물에서 흔히 등장하는 설정이긴 하지만, 경찰의 부패와 공공 기관 사이의 알력 다툼 등이 흥미롭게 묘사된 단편이랄 수 있겠다. 특히 작가 나카지마 히로유키는 법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법률을 집행하는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전혀 위화감이 없다는 것도 특징이다.

<920을 기다리며>는 공공기관에 속해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무래도 비밀 기관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진짜 일본에 존재하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검찰 수사 특별편과 마찬가지로 서로 공조하지 않는 기관들의 모습과 기관 내부에서도 적과 동지가 갈릴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은 권력의 중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남자의 죄책감이 만들어낸 거대한 연극 한 판, 그리고 약간 과정되어 있지 않나라고도 볼 수 있지만, 마치 헐리우드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있어 읽는 내내 즐거웠다.

 마지막 작품인 <방탕아의 귀감>은 짧지만 허를 찌르는 듯한 반전이 무척이나 유쾌했던 작품이다. 일종의 서술트릭의 재미를 맛보기도 했다고 할까. 이런 트릭은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하기 힘들지도. 부패한 경찰과 부패한 병원장의 이야기로 사람의 정신을 딴데로 돌리더니, 결국 이런 반전을 주는구나 싶었던 단편.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가들의 미스터리 소설을 모아 놓은 수수께끼 시리즈. 때로는 기대에 못미치는 작품을 만나 아쉬움도 컸고, 실망도 컸지만, 한국에서 한작품도 번역되어 나오지 않은 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또한 한국에서 번역되어 나온 작가들의 작품은 미리 접해봄으로써 향후 책의 선택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비록 오탈자가 적잖이 보여 아쉽기는 해도 책 내용은 무척이나 흥미롭고, 신선했으며,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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