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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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수시로 변해간다. 하지만 변치 않는 것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인간들이다. 물론 외형적인 모습은 자주 변하겠지만, 인간의 내면인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시대물을 읽으면서 항상 먼저 드는 생각은 이 시대나 지금이나 인간들은 별로 변하지 않았구나 하는 것이다.

총 7편의 단편이 실린 이 책은 에도 시대 시타마치를 중심으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막부 시대, 사무라이가 전성하던 시대이지만 권력의 중심에 있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당시 신흥 세력으로 부상한 상인들과 서민들에 대한 이야기와 당시 범죄를 수사하던 오캇피키를 등장시켜 당시 시대상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유명한 초밥가게 오우미야의 주인 도에베 살인 사건의 범인을 쫓는 <외잎 갈대> 이야기는 아버지와 첨예한 갈등을 하던 딸의 이야기이면서, 어린 시절 주린 배를 부여잡고 살았던 히코지의 첫사랑이야기이기도 하다. 오히려 살인 사건 보다는 히코지가 어떻게 지금에 이르게 되었나가 더욱 흥미로웠던 작품인데, '적선하는 것'과 '돕는 것'의 차이에 대한 문장이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배웅하는 등롱>은 아가씨의 연애성취를 위해 매일밤 축시에 신사에 가야만 했던 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피고용인의 입장에서는 고용인의 명을 따라야만 했던 시절, 피고용인들의 삶은 팍팍하기만 했다. 매일밤 그녀를 따라다니는 등롱, 그것에는 따스한 정이 담겨 있었다. 그것이 소녀에게는 팍팍한 삶을 이겨낼 수 있는 위안이 되어주지는 않았을까.

<두고 가 해자>는 당시의 어둠이 칠흑같았던 것에서 기인한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이며, 가족을 잃은 자의 슬픔에 관한 이야기이다. 당시에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많았기에 요괴의 탓으로 돌리는 일도 많았다. 물론 알고 보면 실제 요괴는 아니지만, 어쩌면 사람들의 마음이 어둠보다 더 어두웠기에 그런 것이 생겨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잎이 지지않는 모밀잣밤나무>의 경우 그 사연이 무척이나 애틋했는데, 알고 보니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었다는 이야기였다. 그저 기억속에서는 자신을 위했던 아버지로 기억하고 싶었던 한 소녀의 마음이 바로 이런 기이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르겠다. 

<축제음악>의 경우 이 축제음악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깜짝 놀랐던 경우이다. 입으로만 누군가를 늘 죽이는 말을 하는 한 소녀의 사연은 우리 인간들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던가. 누군가에 대해 이야기를 할때는 말을 가려서 할지어다. 또한 이 단편은 요즘 말로 하면 무차별 공격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츠지기리의 잔혹성까지 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당시에도 요즘 같은 사건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를 보니 정말 세상은 변해도 인간만은 변치않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발씻는 저택>은 부유한 상인의 집에 새로 들어온 후처에 대한 이야기이다. 당시에는 작은 병으로도 사람이 죽고, 아무일도 아닌 것으로 사람을 죽이던 시대였던만큼 지금보다는 사람의 수명이 훨씬 짧았다. 그렇다 보니 재혼을 하는 경우도 드물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밥이라도 배불리 얻어먹기 위해 다른 사람의 발을 씻는 일을 했던 새어머니의 사연은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가 저지른 일에 대해 약간의 동정심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과욕은 금물이라고 했던가. 지나친 욕심이 오히려 화를 불렀구나. 

마지막 작품인 <꺼지지 않는 사방등>은 딸을 잃은 애틋한 부모의 마음에 대한 사연을 담고 있는 듯 보이나, 그 속에 숨겨진 서로에 대한 증오를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왠지 이 책을 읽다 보면 깜짝 반전에 놀라게 된다. 바로 이 단편도 그런게 아니었을까. 세상은 사랑하면서 살아갈 시간도 모자란데, 이렇듯 서로를 증오하며 사는 사람을 보니 마음이 참 무겁다. 

미미여사의 에도 시대물인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는 후카가와에 전해지는 7대 불가사의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무슨무슨 마을의, 무슨무슨 학교에 전해지는 7대 불가사의 등 이런 기이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는 현대물에도 무척이나 많은 편이다. 그리고 알고 보면 그것은 요괴의 장난도 신의 장난도 아니다. 결국 모든 것은 인간에게서 기원한다. 그러하니 따지고 보면 불가사의한 일이 없는 곳이 없다는 것이 맞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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