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생 이야기
오츠이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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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츠이치의 소설을 읽어 보면 두 가지 경향으로 나뉜다. 바로 퓨어계와 다크계가 그것인데, 퓨어계는 애틋하지만 따스하다면, 다크계는 잔혹하고 냉혹하다. 하지만, 늘 똑같은 느낌을 받는 것은 그의 후기이다. 머뭇거리며 주저하면서 쓴 듯한 그의 후기를 읽다 보면 이 작품을 쓴 작가가 후기도 쓴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겸손함을 넘어 비하까지 하는 느낌의 글을 보면, 소설의 그 자신만만한 스토리 전개는 어디에서 나왔나 싶을 정도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난 오늘에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된듯한 느낌이 든다. 바로 소생이야기를 통해서. 

작가의 홈페이지와 휍 매거진에 올린 일기를 바탕으로 가필하고 수정해서 펴낸 단행본인 소생이야기는 오츠이치의 개인적 이야기를 들려준다. 보통 소설가의 경우, 독자의 입장에서 그 소설가의 개인적 삶을 공유하기가 힘든 면이 있다. 수필같은 경우나 공개 일기같은 경우에는 어느 정도 개인적 성향을 파악할 수 있지만, 소설의 경우 작가가 자신을 얼마나 잘 숨기느냐에 따라 작품속에서 작가를 전혀 투영해볼 수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난 오츠이치를 무척 좋아하고, 그의 작품은 퓨어계이든 다크계이든 다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 작품 자체와 그의 후기 사이에서 느껴지는 괴리감이랄까, 위화감은 좀처럼 없어지질 않았지만, 이 책을 통해 오츠이치란 작가에 대해 어느 정도 선까지는 접근했다는 느낌이 든다.

대학생활과 그후 생활을 했던 아이치 편의 이야기, 그후 도쿄에서의 생활과 가나가와로의 이사까지 총 세파트로 나뉘어 씌어진 이 책은 일종의 공개 일기 형식을 띠고 있으면서도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이 결합되어 있는 작품으로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나 지나간 일에 대한 추억등을 비롯해 작가로서의 자신의 삶과 다른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츠이치의 문체로 씌어져 있다. 바로 소심체로 말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물침대에서 금붕어를 키우는 일에 대한 진지한 고찰, 사치와 고양이, 그리고 중고 소파를 구입했을때 함께 따라온 소년에 관한 이야기이다. 정말 엉뚱하고 기발하달까. 분명 작가의 일상을 담고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일상은 상상과 망상으로 결합되어 또다른 이야기를 탄생시킨다. 만약 이 이야기가 단순한 일기였다면 재미를 느낄 수 있었을까?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기이면서 적당한 거짓말을 덧붙여 일기 형식의 소설이 탄생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17살의 나이에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란 작품으로 천재 작가 소리를 들으면서 데뷔한 오츠이치. 어린 나이의 데뷔도 그랬지만, 세간의 평가인 '천재작가'란 수식어가 어린 작가에게는 뿌듯함도 가져다 주었겠지만, 향후에 나올 그의 책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작용했으리란 생각이 든다. 그런 그의 마음이 들어 있는 것이 바로 자기 작품에 대한 비하성, 자학성 가득한 발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왠지 그의 마음의 외로움이나 힘겨움을 엿보았다는 느낌이랄까.

소설이 아닌 일기 - 비록 상상과 망상이 결합되어 있지만 -로 만나 본 오츠이치는 색달랐다. 첫번째 작품으로 큰 화제를 몰고 왔기에 그후의 작품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기는 하지만, 여전히 난 오츠이치의 팬으로 그의 글을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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