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장례식
홍작가 글 그림 / 미들하우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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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의 삶은 만남과 이별의 반복이다. 누군가를 만나면 반드시 언젠가는 이별할 날이 온다. 그것은 죽음이란 형태로 올 수도 있고, 서로의 합의란 형태로 올 수도 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사랑의 끝이 바로 이별이다. 하지만 이별이란 것은 늘 가슴아프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그럴수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사랑과 이별에는 애틋함, 후회, 미련, 집착이 늘 따라 다닌다. 하지만 후회와 미련과 집착을 늘 안고 살수는 없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말처럼, 우리는 이별을 통해 힘든 시간을 보낼지라도 결국 그것을 받아들이고 남은 후회와 미련과 집착을 떠나 보내야 한다. 언제까지나 과거에 연연해서는 결코 미래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고양이 장례식에는 총 세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표제작인 고양이 장례식은 2년을 사귀다 헤어진 연인들이 함께 키우던 고양이 구름이의 장례식을 치르면서 재회하고, 그들의 지난날을 돌아 보는 이야기이다. 헤어진 후 만나게 되는 건 무척이나 어색한 일 중의 하나이다.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사람이지만, 헤어진 순간 완전한 타인이 되는 것이 연인들이니까. 오랜만에 다신 만나 두 사람의 어색함, 그러나 곧 두 사람은 서로의 기억 저장소를 뒤적인다. 하지만, 그들은 과거를 구름이의 추억과 함께 떠나보낸다. 더이상 그들은 과거의 행복했던 그들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때 불던 바람은 서로 앙숙이던 상사와 부하가 함께 여행을 떠나 벌어지는 에피소드에 관한 일이다. 현재의 여자 친구와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있는 정후는 과거에 사랑했던 혜민을 잊지 못한다. 이탈리아에 두고 온 사랑, 그녀는 잘 지내고 있는 걸까. 상사인 강부장은 오랜 과거의 기억을 놓지 못하고 있는 사람으로 불행한 결혼 생활 후 지금은 이혼을 한 상태이다. 그들은 이 여행을 통해 자신이 놓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흘려 보낼 결심을 한다.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오늘의 커피는 커피 마스터와 수수께끼의 여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녀는 늘 같은 시간에 와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그러나 그 누군가는 결코 오지 않는다. 그녀가 품고 있는 비밀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절정을 맞는다. 

각각의 이야기가 독립적이라 생각했지만, 모든 이야기는 하나의 흐름을 타고 있다. 앞에 주인공으로 등장한 인물은 뒷이야기에서도 잠깐씩 겹쳐진다. 스너프킨의 말대로 세상 모든 사람들은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의외로 우리 세상은 한없이 넓어 보여도 그리 넓지 않을지도 모른다. 작디 작은 인연이 모이고 모여 우연같은 필연을 만들어 내는 것인지도 모르지. 

작가는 우리에게 이들의 이야기를 전부 보여주지는 않는다. 상당 부분 독자가 상상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이들의 재회와 새로운 만남은 미래의 이야기이기에 살짝 그 순간만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끝낸다. 이들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또다른 시작을 맞이하게 되는 거야.. 라는 것처럼.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고, 애틋하고, 안타까웠다.
추억은 늘 달콤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추억에 집착하게 마련이다. 그것이 자신을 갉아 먹는 존재란 걸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결국 그걸 인정해야할 때가 온다. 지나간 일들을 떠올리는 사람들의 어깨에 내려 앉은 한숨, 절망, 그리움. 바위처럼 그들을 짓누르고 있던 무게는 그들이 미련, 집착, 후회를 내려 놓음과 동시에 깃털처럼 가벼워져서 날아갔다. 이들은 그 과정을 통해 무거움에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앞을 보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 번 펼치고, 두 번을 펼치고..
그리고 책을 덮은 순간 다시 펼치고 싶은 고양이 장례식.    
좋은 작가의 좋은 책을 만나는 순간은 언제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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