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고양이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57
피터 콜링턴 글.그림, 김기택 옮김 / 마루벌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어떤 고양이가 똑똑한 고양이인 것일까.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감정을 공유하는 고양이? 아니면 재주를 잘 부리는 고양이?
도대체 어떤 고양이가 똑똑한 고양이란 걸까?

이 책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처음에는 사람의 보살핌을 받는다. 그러다가 사람에게서 현금카드 및 집열쇠를 받게 되고는 혼자 통조림을 사먹고, 식당에 가고 영화를 보고, 카드 게임도 하는 등 사람과 똑같은 생활을 한다. 처음으로 만져 본 돈, 그것은 고양이에게 새로운 경험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받은 것에는 대가를 치뤄야하는 법. 고양이는 자기가 먹을 것을 사고, 집세를 내기 위해 일을 시작한다. 사람들은 고양이를 보고 똑똑하다, 영리하다고 하며 입이 마르게 칭찬을 한다. 이런 말에 으쓱해진 고양이는 낮잠이나 늘어지게 사는 고양이를 보면서 한심한 녀석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도 집세을 내고 쇼핑하면서 쓴 카드값으로 다 나가고 겨우 통조림만 살 돈만 남게 된다.

그런 자신을 보며 이 고양이는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는 인간 세상을 경험해 본 후 내린 판단이다. 그후 사람들은 이 고양을 보고 한심하다고 하고, 다른 고양이는 이제서야 똑똑한 고양이가 되었다고 한다. 마지막 한 문장을 보면서 푸흡하고 웃음이 터져버렸다.

그렇구나. 작가는 바로 이것을 말하고 싶었구나 라는 걸 느끼게 된 문장이었다고나 할까. 우리 인간의 눈으로 본 고양이, 고양이가 보는 인간의 삶, 그리고 고양이가 살아 본 인간 세상은 모두 제각각의 시선을 가진다. 

사람들은 고양이가 사람답게 행동할 때 똑똑하다고 하고, 고양이답게 구는 것을 한심하다고 한다. 그러나 고양이들 눈에는 인간처럼 행동하는 고양이가 한심했고, 고양이다운 고양이의 모습에 똑똑한 고양이라 한다. 어쩌면 우리들은 모두 자신이 속한 그룹안에서 인정되는 행동을 할 때 비로소 대접을 받는지도 모르겠다.

고양이가 경험한 인간 세상은 분명 특별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것을 누리기 위해서는 고양이 자체의 삶을 포기해야만 했다. 세상은 기브 앤 테이크란 룰이 있으니까. 고양이에게 인간 세상의 삶은 처음에는 신기하고 재미있었지만, 힘겨웠다. 반대로 고양이로서 살아가는 것은 인간의 보살핌을 받아야만 하는 것이지만, 그 나름의 자유와 여유로움이 댓가로 주어지는 것이었다.

우리 인간들은 어쩌면 자신이 더 풍족하게 살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되면 상대도 내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 이 세상의 이치이니까. 비록 고양이는 전처럼 맛있는 식사도, 즐거운 놀이도 더이상은 하지 못하겠지만, 자신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 인간은 얼마나 어리석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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