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개와 서울고양이 2
황숙지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엄청난 덩치에도 불구하고 아직 자견(강아지)이며, 식탐대마왕에 순박하지만 어벙한 시골개 만세와 까칠하고 도도하지만 뿡알없는 남자인 서울고양이 나빈과 사람 CK, K의 이야기 그 두번째.

시골개와 서울고양이 2권에도 총 세편의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다. 1권을 봤을때는 싱글벙글하면서 봤지만, 2권을 보면서 뒷골이 땡기고 분노 게이지가 확 치솟는 경험을...!? 그건 바로 정말 어이없는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어이없는 캐릭터들이 등장할까?

첫번째 에피소드에는 나빈과 만세가 사는 집의 옆집 아줌마가 등장한다. 도심에 살면서 닭들을 키우지 않나, 불법 쓰레기 소각을 하지 않나, 그러면서도 C에게 와서 더러운 개와 고양이를 키운다느니, 빨리 안없애면 보신탕으로 만든다느니 하고 억지를 부린다. 솔직히 말해 아들이 수의사면 - 그것도 둘이나 -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집에 대해서는 좋은 태도를 가지지 않나? 그러나 이 아줌마는 뵈는게 없나 보다. 무조건 우기고, 무조건 더럽단다. 자기는 닭은 키우면서 말이다. 닭냄새가 얼마나 지독한데....

또한 고양이 애호가들 모임에서 만난 동호회 회장이란 여자. 이여자도 완전 밥맛이다. 자신은 벵갈 고양이를 키운다면서 C에게 나빈이같은 터키쉬 앙고라같은 흔한 종과는 비교도 안된다는 망발을...!
사실 울 고양이들은 코리안 숏헤어(일명 한국 토종고양이)이고, 강쥐들도 알고 두녀석을 빼고는 믹스다. 나도 예전에 우리 나라를 보고 누군가 '똥개'라고 해서 분노했던 기억이.. 종이 어떻든간에 반려인에게는 자신의 반려동물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모르는 동호회 회장은 회장직을 사퇴하라, 사퇴하라!! 라고 외치고 싶었다는...

그러나 아직도 첫번째 에피소드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그 어이없는 아줌마의 닭들을 처단하러 간 나빈이가 아줌마가 놓은 쥐덫에 걸리고 만 것. 쓰러진 나빈, C와 K를 깨우기 위한 만세의 하울링. 자신을 혼자 남겨두지 말라는 나빈의 모습을 보며서 어찌나 안쓰럽던지....


하지만 무사히 수술을 끝내고, 건강을 되찾은 나빈이를 보면서, 그리고 자신을 지켜준 만세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나빈이를 보면서 두 녀석을 꼭 끌어안아 주고 싶었다.

난 이 에피소드가 작가님의 창작이라고 생각했는데, 후기를 보니 어이상실 아줌마도 실존 인물, 작가의 고양이가 쥐덫에 다친 일도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쥐덫에 발이 걸린 자신의 고양이를 보며 얼마나 놀랐을까.. 그 이야기를 읽는 나도 이렇게 심장이 벌렁벌렁하는데 말이다...

두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캐릭터도 완전 나를 분노케 만들었다. K의 친구인 김여문은 작가 지망생으로 현재 백수다. 민폐 캐릭터로는 따라올 자가 없으며, 누구보다 자신의 재능이 뛰어나다고 믿는 나르시시스트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길에서 만난 건 아직 어린 고양이였다. 불쌍한 마음에 데리고 와 C의 집에 신세를 지게 되는데....


밥을 맛있게 먹고 그루밍을 하는 모습과 사료를 푸는 숟가락을 물고 있는 사랑스러운 모습..
꺄아아악... 너무너무 귀엽잖아..... 게다가 삼색 야옹이로구나..... (우리 보리도 삼색 냥이)

하지만, 민폐 캐릭터에 백수한량인 김여문이 이 녀석을 잘 돌볼 수 있을리 없다. 고양이에게는 해로운 오징어를 잘 먹는다고 먹이지를 않나, 급기야 술을 먹이는 사태까지!? 이런 우라질시추에이션이 다있나. 잘못되면 죽는단 말이다, 이 인간아!!!
일단 병원에 가서 응급처치를 하고 살려내지만, 자신은 이 아기 고양이를 키울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또다시 버릴 생각을 한다.

내가 정말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분노를 참지 못했다. 실제로 이런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제대로 키울 자신도 없으면서 불쌍하다고 데리고 왔다가 감당이 안되서 몰래 버리는 인간이 얼마나 많던가. 생
명의 귀중함은 절대로 모르는 인간들.... 그러나 일단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어 참는다.  

세번째 에피소드는 C를 노리는 K의 라이벌 등장이라고나 할까? 
그는 잘생긴데다가 잘나가는 수의사다.
게다가 허브라는 멋진 골든 리트리버를 데리고 있다.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느낀 건, 모든 개들에게는 다들 자신이 제일 잘하는 게 있다는 것이다. TV에 출연해 인기를 얻는 허브같은 개도 있고, 위급한 생명을 구하는 개도 있고,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주는 개도 있다. 그리고 만세처럼 반려인의 곁을 지키며 존재만으로도 반려인을 행복하게 해 주는 개도 있다는 것이다. C와 K는 허브를 보고 만세 역시 그런 훈련을 해서 특별한 개로 만들고 싶어하지만, 결국 그들은 깨닫게 된다. 만세는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특별한 반려견이란걸.....

여러가지 일들을 겪으며 조금씩 친해진 나빈과 만세는 이제는 완전히 친구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서로를 짝사랑하는 C와 K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낼 망정 상대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 어찌 보면 참 답답하다. 물론 고백했다가 잘 안될 경우가 걱정되겠지만....

여전히 서로에 대한 마음으로 끙끙 앓고 있는 C와 K, 그리고 이제는 완전히 친구가 된 나빈과 만세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좀 더 이어질 듯 하다. 내가 2권을 보면서 분노한 건 사실이지만, 그건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기때문에 생기는 분노였다. 제발, 이런 사람들 지구를 떠나라~~라고 하고 싶달까. 그외의 느낌은 역시 유쾌하고 즐겁다로 정리될 수 있을 듯.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53P, 79P+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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