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개와 서울고양이 1
황숙지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고양이와 개라고하면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까. 쫓기는 고양이와 고양이를 쫓는 개가 먼저 떠오를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주 나쁜 사이를 의미하는 견원지간(犬猿之間)이란 말도 있지만, 실제로 원숭이와 개가 만나는 일은 드문 일이니 - 우리 나라에서는 - 우리는 사이가 안좋은 사람들을 일컬어 견묘지간(犬猫之間)이라고 하기도 한다. 시골개와 서울고양이에 나오는 만세(개, 시베리안 허스키)와 나빈(고양이, 터키쉬 앙고라) 역시 첫만남부터 삐걱대기 시작한다.

만세는 경상도 시골 출신 K가 키우는 개로 시골출신답게 순박하고 소심하지만 식탐 대마왕이고, 나빈은 서울출신답게 깍쟁이에다가 럭셔리한 것을 좋아하는 앙큼한 고양이이다. 이렇게 종도 다르고 성격도 완전 다른 두 녀석이 만났을때의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사실 고양이란 녀석들은 같은 고양이라 해도 처음엔 경계하는 녀석들이기 때문이다. 개와는 다르달까. 하지만 만세는 아직 자견(강아지)인데다가 성격이 좋아 나빈에게 곧 푹 빠지고 말지만, 나빈은 사사건건 만세를 눈엣가시로 여긴다.

이 단행본에는 총 세편의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첫번째는 만세와 나빈의 만남, 두번째는 나빈의 시골 생활, 세번째는 된장녀가 데리고 온 초럭셔리 라이벌의 등장이랄까? 일단 만세와 나빈의 만남편 에피소드를 보면 개와 고양이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실 난 시골 출신과 서울 출신의 차이라고 보기는 싫다. 물론 나빈이 인터넷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만세는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긴 하지만, 그건 말투의 차이일뿐 나머지는 개와 고양이의 차이점이다.

나빈이 입장에서는 갑자기 온 만세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했음이 분명하고, 거기에다 나빈이 밥을 뺏아 먹지를 않나, 나빈에게 친한척을 하지 않나, 고양이인 나빈이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거슬릴 수 밖에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빈이가 깍쟁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란 것.
하지만, 이 둘 사이가 급선회하게 되는 일이 벌어지게 되니... 그건 만세가 병에 걸린 것. 파보 장염일지도 모르고, 그렇게 되면 사망할지도 모르기에 나빈의 마음은 미안함으로 풀어지게 되지만... 파보 장염이 아닌 만세의 진짜 병명은!?



한순간이라도 만세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을 졸이던 나빈은 슬그머니 만세옆에 눕기까지 하는데.... 사진 왼쪽 장면이 바로 그 장면이다. 아고, 이뻐라를 연발했던 장면중의 하나인데, 실제로 저런 모습을 보면 너무너무 사랑스러워서 둘 다 꼭 껴안아 주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거의 100%의 확률)

오른쪽 그림은 나빈이 잠시 시골에 내려갔을때 만난 억세란 고양이가 등장한다. 자세히 보면 얼굴에 상처자국이 있는 고양이로 만세가 사는 동네의 킹왕짱을 먹고 있는 서열 1위의 고양이다. 이런 억세가 나빈에게 반해서 사랑을 고백해 오는데...... 만세는 나빈이를 지켜야할 일념에 몸부림치지만, 농장에서 서열 꼴찌의 만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없다.



그 순간 나빈이의 외침이!!!!
이 장면에서 완전히 빵하고 터져 버렸다. 나빈이는 중성화 수술을 한 숫컷 고양이였구나. 앞에서도 만세가 나빈이를 가스나 가스나라고 부르고, 나빈 역시 숙녀의 엉덩이란 표현을 쓰길래 영락없이 암코양인줄 알았더니.. 이거 완전 대 반전!
월트 디즈니의 고양이 마리가 푱퐁 날아다니는 그림과 뒤에 서있는 억세의 표정. 어찌나 웃었던지....
이건 나빈이가 너무 예뻐서 생긴 오해가 아닐까?

이렇듯 시골 순례까지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만세와 나빈.
그러나 이들의 시련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나빈의 반려인 C의 사촌 크리스티나가 미국에서 놀러오면서 데리고온 라이벌인 아프간하운드 메리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근데 이거이거.. 크리스티나는 완전 된장녀.. C도 참 안타까운 어린 시절을 보냈구나 하는 생각이...



게다가 메리는 암컷이란 말이다. 당연히 나빈이 입장에서는 이런 모습이 눈꼴시겠지....
결국, 나빈은 가출을 단행하고 마는데.....



이 책에서 내가 무척 예쁜 장면으로 꼽은 이 장면은 가출한 나빈을 만세가 데리고 오는 장면이다. 한순간 메리에게 한눈을 팔긴 했지만, 그래도 만세는 일편단심 나빈이라나?
순진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만세와 꼬리와 얼굴을 바짝 치켜들고 도도하게 걷는 나빈이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고양이의 도도함을 아주 잘 보여주는 장면이랄까.

사실 이 책에는 개와 고양이의 이야기만이 나오지는 않는다. 콕 집어 이야기하자면, 동물 이야기 + 인간들의 로맨스 이야기랄까? 나야 뭐, 원래부터 로맨스보다는 동물 이야기가 더 좋아서 나빈이와 만세를 비롯한 다른 등장 동물들의 이야기에 더 많은 관심이 갔지만, C와 K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도 무척 재미있다. 게다가 시골 어르신들의 오해란.... 푸하하하하핫..... 둘다 아직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갈 뿐 고백조차 못했지만, 왠지 앞으로 나갈수록 둘의 사이도 진전될 듯!?

시골에서 자란 개와 도시에서 자란 고양이. 둘의 아웅다웅 알콩달콩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쭈욱~~~
그리고 C와 K의 이야기도 앞으로도 쭈욱~~~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56P+83P, 103P, 139P, 15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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