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존재 특별한정판 (틴케이스 + 이병률 사진엽서 6장 포함)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평소 한국 문학에 무심했고, 한국 음악에 무심했던 나로서는 이 책의 저자 이름이 낯설기만 했다. 책 날개를 봐도 저자에 대한 건 생년과 나이탐험가란 단 두 줄 뿐. 처음엔 에세이스트인가 싶었다가 책을 읽으면서 '가수'란 것을 알게 되었고,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언니네 이발관'의 리드 보컬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요즘은 탤런트나 영화 배우, 가수들이 이런 저런 책을 펴내는 걸 보면서 뭐 그렇고 그런 책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게다가 고스트 라이터는 따로 있겠지 싶은 생각도...
하지만 왠걸..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너무나 날것같은 이야기로 가득했기에...

목차를 보면 소제목이 붙은 이야기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그리고 그것은 1~4번이라는 숫자로 분류되어 있다. 순간 당황했던 건 당연지사. 뭔가 연관성있는 이야기들로 묶인 것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책 내용 역시 그랬다. 알고 보니 이건 이석원씨의 공개 일기를 한 권으로 묶어 놓은 것이었다.

공개 일기라.. 일기란 것은 원래 비공개적인 것이 아닌가?
난 일기를 써놓고 - 내가 쓴 것임에도 불구하고 - 부끄러워서 못읽는데, 이렇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 글을 대중들에게 공개해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일기라고 해서 너무 주관적인 것은 아니었다. 주관적인 경험과 생각을 드러내면서도 약간은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런지 일기임에도 불구하고 남의 속사정을 다 들여다 보는 느낌이 아니라 친구가 내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시간 순으로 씌어진 것은 아니었다. 연애와 결혼, 그리고 이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다가 어린 시절의 추억 이야기도 나오고, 가족의 이야기도 나오고, 친구들과의 이야기도 나온다. 때로는 그저 끄적거린 것처럼 보이는 단 몇줄의 문장이 있는 글도 있었다. 아마도 작정하고 에세이로 써야지 하고 썼으면 나오지 않았을 그런 편안한 기분이 담뿍 들어있었다고나 할까. 

연애란, 사랑이란 뭘까. 그리고 결혼과 이혼이란 뭘까... 라는 것은 나에게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서른이 넘게 살면서 연애 한 번, 사랑 한 번 못해봤다는 것은 거짓말일테니..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본적 없다는 것도 거짓말일테니까.... 여러번의 사랑과 연애, 이별의 과정을 거쳤던 나와 저자가 거쳐왔던 나날들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기도 하며 - 이러한 것은 역시 사랑과 이별이란 것의 습성에서 나온 공톰점일거다 - 고개를 주억거리기도 하고, 나와 다른 연애에 대한 이야기 - 이건 지극히 개별적이고 당사자들만이 아는 이야기 - 에 아, 이런 연애도 있구나, 이런 사랑도 있구나 싶었다.

또한 나와 나이 차이가 그다지 많지 않은 저자의 어린 시절 추억이나 친구들 이야기, 형제들 이야기는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이나 내 동생과의 관계, 현재 내 부모님과의 관계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특히나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보면서 코끝이 찡해지기도 하고, 나름대로 반성하는 시간도 가지게 되었다.

가수로서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나 다른 가수들의 이야기는 나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역시나 속은 나같은 평범한 사람이자 보통의 존재로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너무 솔직해서 살짝 당황하기도 하고, 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구나 싶다가도 비슷한 고민을 한다거나 하는 걸 보면서 동질감을 느껴보기도 했다.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문득 든 생각은 아, 이 사람 무척 외롭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아닌척 쓴 글도 있지만, 그렇게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아마도 나 역시 어쩌면 조금은 외로운 사람이니까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지구별에서 외롭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러하기에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하고, 친구를 만나 우정을 쌓고, 가족간의 유대감을 쌓아올리는 게 아닐까. 그렇게 해서 나도 주변과 연결되어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면서 살 수 있는 게 아닐까.

우리는 때로는 특별한 존재가 되기도 하고, 다시 보통의 존재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걸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건 역시 사랑을 할 때가 아닐까 싶다. 누군가의 특별한 사람, 특별한 사랑을 받다가 이별을 통해 보통의 존재를 넘어 타인으로 돌아가게 되니까. 삶에는 굴곡이 많다. 하지만 그 굴곡을 넘고 지나야 또다른 길이 나온다. 때로는 평범한 게, 보통의 존재가 더 좋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날 슬프게 할 수도 있다. 

요즘 세상에서는 평범한, 보통의 존재로 지내기조차 힘들다. 오죽하면 평범하게 사는게 최대의 목표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까. 하지만, 그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는 건, 그곳에 행복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때로는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상처받고 상처입더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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