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 씨가 받은 유산 미래의 고전 17
조장희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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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괭이씨가 받은 유산이라....
책 제목을 보고 난 문득 몇년전에 본 해외 토픽을 떠올렸다. 부자 할머니가 자신의 고양이에게 엄청난 액수의 유산을 남겨주었다는 기사. 그 기사를 본 내게는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하나는 그 할머니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했고, 믿지 못했던 가여운 사람이란 생각과 또하나는 자신이 죽으면 어찌 될지 모르는 사랑하는 고양이의 미래를 위한 배려란 생각이었다. 나 역시 지금 5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는 입장이라 당연히 후자쪽이 아닐까 짐작한다. 나는 아직 삼십대이지만 내가 혹시라도 불행한 사고나 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면 남은 녀석들을 누가 돌봐 줄까 하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하다. 실제로 내가 동물병원에 근무할때 그런 사연으로 병원에 보내진 녀석이 있었기 ?문이다.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가지만 사람이 돌봐주던 동물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가여운 운명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주인공인 괭이씨가 받은 유산이란 어떤 것이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난 첫페이지를 펼쳤다. 주인공은 숫고양이 미요. 반려인의 사랑을 담뿍 받고 자란 녀석으로 바깥 세상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는 몸은 어른이지만 아기같은 녀석이다. 늘 행복하기만 할 것 같았던 미요. 하지만, 미요의 묘생은 한순간에 뒤바뀌게 되어버렸다.

미요의 반려인은 총 세 번 바뀌게 된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돌봐 준 첫번째 반려인은 미요를 예뻐하긴 하지만, 친구의 말에 솔깃해져 자신의 친구에게 미요를 보낸다. 그곳에서 미요는 쥐를 잡으라는 명령을 받지만 이제껏 살면서 쥐를 본적도 없는 미요에게 있어 쥐잡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또한 발톱까지 몽땅 깎였으니 잡으려고 해도 잡을 발톱도 없었다. 게다가 음식은 먹다 남은 음식찌꺼기. 미요는 갑자기 변해버린 자신의 주변 상황에 당황하기 시작하고, 적응하지 못해 힘겨워한다.

그 집에는 집에서 키우는 두마리의 강아지인 재롱이와 아양이, 마당에서 지내는 진돗개 진돌이가 있다.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미요는 진돌이와 지내면서 진돌이에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게 된다. 진돌이의 고향이야기며 진돗개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 등은 미요에게 지겨운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미요는 집안에 있는 재롱이와 아양이를 만나 그들이 겪은 사연이며, 개농장에 사는 개들 이야기등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책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좀 편파적인 내용이 아닌가 하는. 반려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넘치고 넘치는데, 유독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만 나와서 심기가 좀 불편해졌다. 또한 성대 수술이나 중성화 수술에 대해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만 나와서 그것도 좀 불편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양이의 사연에는 가슴이 아팠지만...) 요즘은 아파트처럼 공동 주거 공간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개짖는 소리에 민감해지는 이웃이 생기기도 한다. 이럴 경우 성대 수술을 시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 모두를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슈나우저나 코카 스파니엘의 경우 짖는 소리가 무척 크기 때문에 이웃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결국 키우느냐 못키우느냐 때문에 반려인이 고민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럴 경우 어쩔 수 없이 성대 수술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 내 입장에서는 - 동물 병원에 근무한 경력이 있다 - 그런 성대 수술은 찬성하는 편이다. 물론 개는 원래 짖는 동물이란 생각을 하고, 그것이 가엽기는 하지만, 버려지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개나 고양이의 중성화 수술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고양이의 경우 발정기가 수시로 찾아 오는데, 이럴 경우 가출하는 고양이도 많고, 우는 소리때문에 이웃과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 개 역시 번식 스트레스란 것에 시달리게 된다. 그럴 경우 중성화 수술을 해주는 것이 건강에도 좋고, 가출하는 사태를 막을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이야기를 쏙 빼놓고 무조건 성대수술, 중성화 수술이 나쁘다고 말하며,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전부 자신의 반려동물을 장난감 취급한다고 말하는 듯 하다. 그런 수술이나 처치에 대해 잘 모르는 어른도 그렇게 생각하기 쉬울텐데,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하는 걸 생각하면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물론 마지막으로 미요가 만난 할머니와 털보 아저씨의 경우,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앞의 이야기의 임팩트가 너무 커서 뒷이야기가 조금은 묻혀버린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미요는 미요란 이름대신 괭이란 이름으로 생선가게 할머니와 살아가면서 자신의 본성을 조금씩 되찾는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요즘 세상에서 고양이의 본성대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점에 대해 쉬이 수긍하긴 힘들다. 길고양이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처참한데... 태어나 기껏 1~2년을 사는 게 길고양이의 운명이다. 로드킬을 당하거나, 사람들에게 학대를 당하거나, 약을 먹고 죽기도 한다. 그런 삶이 진정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시골 고양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요즘은 쥐도 거의 없어졌고, 논이며 밭에는 농약을 뿌려 고양이들이 잡아먹을 개구리도 벌레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고양이의 본성만 찾으면 다 해결이 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 이야기가 부정적인 면만 가진 것은 아니다. 미요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배우게 되었고, 자신의 모습을 찾아서 사는 것이 행복이란 것을 배웠다. 또한 반려동물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주는 면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미요가 받은 진정한 유산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난 마지막 문장을 보면서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미요와 길고양이 나나 사이에 태어난 새끼들... 그 녀석들은 길고양이로 살아갈 것이고, 자유롭기는해도 위험한 세상을 헤쳐나갈 수 밖에 없는 삶을 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작가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 중 책임감이 없는 사람들이나 반려동물을 장난감 취급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강조하고 싶은 생각에 이런 이야기를 주욱 나열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좀 편파적인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나도 개농장이나 고양이 발톱 수술같은 것을 비롯해, 새끼때는 작아서 귀여워하다가 크다고 버리는 사람들의 존재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마치 반려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모두 그렇다는 듯 전개되는 흐름에는 고개를 저을수 밖에 없었다. 아이들 책이니만큼 더 공정한 이야기, 그리고 현대 시대를 살아 가는 동물들과 그들을 사랑하는 책임감있는 반려인들의 입장을 좀더 생각해주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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