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우 J 미스터리 클럽 3
미치오 슈스케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미치오 슈스케의『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을 읽었을 때의 기분이 여전히 생생하다. 어린 소년의 눈으로 본 끔찍한 사건과 그 뒤에 숨겨진 경악할 진실들. 게다가 여동생의 정체를 알았을 때의 섬뜩함은 정말 최고였다. 그후 읽었던『외눈박이 원숭이』역시 독특한 소재와 개성 강한 인물들의 등장으로 무척이나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그리고 섀도우. 과연 이 작품은 또 얼마나 강한 임팩트를 내게 남길 것인가하는 기대로 책의 첫장을 펼쳤다.

소설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등장하는 각각의 인물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가 진행된다. 특히 어린 소년의 눈으로 보는 어른들의 이야기와 어른들이 보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그 대비만으로도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어른들은 흔히 아이들은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금방 잊어버릴 것이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아이들은 사소한 것 하나도 잘 기억을 하고, 때로는 어른보다 더 깊은 이해력의 수준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편 아이들은 어른들은 자신들의 세계를 잘 이해하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 이런 관점의 차이가 어른과 아이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한가지 사실에 대해 여러 가지의 반응과 대처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고 있는 오스케는 엄마를 암으로 잃었다. 그후 아버지 요이치로와의 생활이 시작된다. 엄마의 빈자리가 크긴 하지만, 오스케와 아빠는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그후 조금씩 아버지 요이치로가 이상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게다가 오스케의 친구인 아키의 엄마가 자살하고, 아키는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 오스케의 주변은 삽시간에 무너져내리기 시작한다. 도대체 오스케 주변에서는 무슨 일이 생겨나는 것일까. 그리고 오스케에게 자꾸만 보이는 환상은 어떤 것을 뜻하는 것일까.

본격미스터리대상 수상작이라고 하기에 탐정이 나오는 소설인줄 알았더니, 내가 생각하던 본격미스터리와는 좀 달랐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이 갑자기 이상한 일에 휘말리게 되는 그런 소설처럼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오스케의 환각과 미즈시로의 환각, 아버지의 이상행동, 메구미의 자살, 아키의 교통 사고등이 차례로 일어나면서 왠지 판타지가 가미된 그런 소설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탐정이 나오지 않으면 어떠랴, 온갖 트릭이 난무하지 않으면 어떠랴. 이 책은 그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과 그 사건의 이면에 감춰진 무서운 진실.
소설 중반부부터 난 오스케의 아버지 요이치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분위기 자체가 그렇게 보였으니까. 아키가 요이치로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하고, 요이치로의 컴퓨터에서 메구미의 유서가 발견되는등 속속 드러나는 사실은 요이치로를 마치 범인처럼 보이게 한다. 게다가 직장에서의 행동 역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는데, 이 부분은 내 짐작과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결국 이 모든 것이 '그것'을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는 걸 알았을 때 깜짝 놀랐다. 전혀 의심스럽지 않았던 사람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란 것, 그리고 메구미 자살에 감춰진 두 개의 다른 진실에 대해 경악했다.
어찌보면 나오는 사람들 모두 제대로 된 사람들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복선이란 장치였고, 후반부에 들어 깔끔하게 설명이 된다. 즉, 모든 것이 납득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오스케에게 모든 집을 지우기엔 그 짐의 크기가, 무게가 너무 컸던건 아닌가 싶다.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추악한 어른들의 세상이었기에. 또한 결말 부분이 너무 구태의연한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특히 편지 형식으로 사건에 대한 진실이 소상하게 밝혀진다는 것도 자주 보는 형식이라 그다지 달갑지는 않았다. 최근에 읽었던 야쿠마루 가쿠의 허몽 역시 이 비슷한 전개 구도를 보였던지라 - 물론 허몽보다는 섀도우가 먼저 나왔다- 이런 것이 유행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스토리 자체로는 흠잡고 싶지 않다. 왠지 세상사와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보인 이야기가 사실은 현실에 굳게 발을 디딘 이야기였다는 것이 주는 임팩트는 꽤나 큰 편이었으니까. 또한 그냥 넘겨버릴 수 있었던 이야기가 작가가 치밀하게 배치해놓은 복선이었다는 것을 알고 다시 한번 감탄했다. 이 소설은 미스터리 소설이자 오스케의 성장 소설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힘겨운 일을 차례차례 겪으면서 오스케는 조금씩 성장해간다. 어른들에게는 아이는 아직 아이일뿐 자신이 의지할 상대는 되지 못한다. 그러나 오스케는 이런 일들을 겪으며 하나의 존재로 부쩍 성장하게 된다. 오스케와 요이치로의 관계에서 오스케만이 요이치로에게 의지하고 기대는 존재가 아니라 요이치로 역시 오스케에게 기대고 의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니까. 그러하기에 추악한 진실들이 난무하는 이 소설의 끝이 따스하게 다가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제까지 읽은 세편의 작품 모두 만족스러웠다. 색다른 미스터리를 차례차례 보여주고 있는 미치오 슈스케. 그의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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