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국 주방장 보름달문고 38
정연철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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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책을 봤을 때는 장편 소설인가 싶었는데, 목차를 보니 총 6편의 단편이 실려 있었다. 초등학생들이 주인공이 되어 각자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는데, 똑같은 아이들이 하나도 없다. 다들 집안 환경이나 성격등이 달라 읽는 재미가 배가 되었다고나 할까? 기특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는 등 다양한 아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는 무척 신선하고 즐거웠다.

네 꿈은 뭐니? - 주병국 주방장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때 장래 희망에 대해 이야기해보라고 하면 대다수의 아이들은 선생님, 의사, 간호사, 군인등 이었다고 기억한다. 중소 도시의 초등학교였던데다가 당시에는 직업적 다양성이란 것이란 것도 몰랐던 때이니 주로 이런 대답이 나오는 게 당연했다. 요즘 아이들은 어떠려나? 개그맨, 가수, 탤런트요라고 대답하는 아이들이 많을 것 같기도 하다. 멋진 외모에 인기 많은 연예인이라, 요즘 아이들에겐 연예인이 최고의 직업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의 주인공 주병국은 호텔요리사가 꿈이란다. 그래서 열심히 블로그 활동도 하고, 엄마에게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요리 수련도 하지만, 번번히 돌아오는 건 질책뿐이다. 세상살이가 얼마나 힘든지 아는 엄마로서는 그저 공무원이 되어 철밥통 차고 다니는 게 최고의 직업으로 여겨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병국이는 아직 어려서 그런 것 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한다. 세상의 무서움을 아는 엄마와 아직은 꿈을 간직하고 싶은 병국이의 한 판 승부는 여전히 진행중! 

넌 어느 별에서 왔니? - 외계인 친구 1호

아이들은 자신과 다른 외모를 가진 상대를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요즘처럼 외모 지상주의가 판치는 세상이라면 더욱 그렇다. 외계인 친구 1호에 등장하는 소년은 생김새가 독특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놀림감이 된다. 이미 몇번의 전학에도 변함없는 아이들의 태도. 그러나 소년은 그러려니 하면서 이미 체념한 상태이다. 소년을 놀리는 아이들중 가장 심한건 서장원이라는 학급 친구. 그러나 알고 보니 장원이도 예전학교에서 놀림을 받던 아이였다. 자신에게 상처가 있으면 상대의 상처도 보듬어줄 수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이 다른 이를 괴롭힌다. 아마도 상대를 먼저 놀리지 않으면 자신에게 그 놀림이 되돌아오지 않을까 싶어서가 아닐까. 게다가 소년의 엄마와 아빠는 너무 바빠서 신경써줄 겨를도 없고, 대신 엄마는 소년의 반에 피자를 돌린다든지 하는 식으로 문제를 회피한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의 무관심한 호의와 아이들의 얄궂은 말에 더욱 상처를 받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소년은 장원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그것을 이용해 장원을 놀리기 보다는 손을 내민다. 모른척 할 수도 있고, 오히려 놀림감으로 만들수도 있었지만, 소년은 이미 장원을 용서하고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진정한 친구를 찾을 수 있게 된 것, 그것 하나로도 가슴은 따스해져 온다.

속물모녀 - 독립만세

요즘 시대에 사람들을 칭하는 용어 중 흔하디 흔한 말이 속물이란 표현일 것이다. 독립만세에 나오는 미나와 미나의 엄마는 속물이란 기준에 딱 들어 맞는다. 아빠를 꼬드겨 할아버지 돈으로 사업을 하다 망해 놓고 할아버지 집으로 들어가게 된 미나네 가족. 하지만 미나의 엄마는 전혀 기죽지 않고, 할아버지 앞에서는 알랑방귀를 뀌고, 뒤에서는 험담을 한다. 게다가 미나는 할아버지가 사주겠다는 핸드폰에 욕심이 나 모범 어린이 상을 받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고것 참 맹랑한 녀석이군이란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아이가 바로 미나다. 결국 할아버지 집에서 쫓겨나고, 전학까지 하게된 미나와 미나의 엄마는 독립 만세를 외치지만 그 외침이 다 하기도 전에 문이 쾅하고 닫힌다. 푸흡.... 웃음이 터진다. 그래도 미나와 미나의 엄마는 열심히 속물로 살아가겠지?  

개발과 발전에 멍들어가는 동심 - 쑥대밭

쑥대밭은 6편의 작품중 가장 안타까웠던 작품이다. 신도시 개발로 인한 생활 환경의 변화는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린벨트로 묶였던 지역이 그린벨트 해제로 개발되어 가는 곳. 그곳에 있는 아이들이 뛰놀던 풀밭은 아스팔트로 뒤덮이고 고층 아파트며 빌라가 차례대로 들어선다. 아파트나 빌라에 입주한 아이들은 여전히 재개발 구역에 살고 있는 아이들을 놀리고, 무시하고, 깔본다. 한우는 아파트에 이사한 아이들이 부럽기만 하고, 아버지께 아파트로 이사가자고 하지만 아버지는 자신은 농사를 지어야 사는 사람이라며 고집을 부린다. 급속한 개발과 발전에 멍드는 동심. 이 아이들은 커서 어떤 어른으로 자라게 될까.

'첫사랑'일까? - 껌

예전 학교 다닐때를 생각해 보면 한 반에 이런 아이 꼭 하나씩 있다. 바로 정훈이처럼 나서기 좋아하고 어른에게는 인정받지만 또래 집단내에서는 잘난척 한다고 비난받는 아이가... 혜미는 정훈이가 너무너무 싫다. 반장도 아닌데 나서고, 낄데 안낄데 구분못하고 다 껴드려는 정훈이가 너무 싫다. 게다가 혜미는 담임 선생님을 좋아하는데, 정훈이는 혜미에게 관심이 있는 듯 하다.

첫사랑이라... 내가 학교 다닐때만 해도 남자 아이들과 여자 아이들은 서로 앙숙이었다. 당연히 첫사랑이란 건 고등학교 다닐 때쯤에서야 시작하는게 보통이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무척이나 성숙하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껌은 보면서 무척이나 유쾌했었는데, 아직은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정훈을 보는 시각이 조금씩 달라지는 혜미의 시선이 무척이나 상큼했달까?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기 - 쿵쿵

쿵쿵은 층간 소음과 이웃과의 소통 부재란 문제를 다루고 있다. 요즘은 단독주택보다는 아파트같은 구조물에 살다 보니 당연히 층간 소음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1605호와 1705호에 사는 두 남자 아이를 주인공으로 각각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1705호에 사는 동규의 동생은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를 앓고 있다. 게다가 엄마아빠의 이혼으로 인해 엄마가 생계를 책임져야할 입장이다 보니 동규는 동생 동민이를 늘 혼자서 돌봐야 한다. 게다가 아랫층에서 동민이가 뛰는 것이 시끄럽다고 문제를 삼으니 동규 입장에서는 동민이도 싫고, 아랫층 사람도 싫은 건 당연하다. 바로 아래윗집이면서도 서로의 사정에 대해 하나 모르는 요즘 사람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런 것은 1605호에 사는 재호네도 마찬가지다. 윗층이 시끄럽다고 일부러 시끄럽게 구는 재호네 엄마. 하지만 그것은 고스란히 15층에 피해를 준다.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공간에서의 예절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먼저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부쩍 많이 드는 단편이었다.

총 6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모두 각자의 사연을 안고 있다.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어하는 아이도 있고, 왕따를 당하는 아이도 있다. 또한 이른 나이부터 속물 근성으로 똘똘 뭉쳐 살아가는 아이도 있고, 개발로 인해 생겨난 계층으로 인해 고통받는 아이도 있고, 풋풋한 첫사랑을 시작하는 아이도 있다. 그리고 남들에게는 보이고 싶지 않은 상처를 혼자 끌어안고 사는 아이도 있다.

우리들이 생각하기에 아이들은 모두 밝고 긍정적이고 명랑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도 나름의 고민이 있고 생각이 있다는 건 무시하고, 어른의 사고방식으로 아이를 이해하려다 예기치 않는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여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아이들이며, 나름대로 생각하는 바가 뚜렷하다. 물론 이 단편들에 등장한 아이들보다 더 다양한 성격과 개성을 가진 아이들이 세상에 존재한다. 이렇듯 다양한 아이들의 성격과 개성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 어른의 지혜가 아닐까.

주병국 주방장은 아이들에겐 자신과 다른 생각과 관점을 가진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만들고, 어른들에게는 다양한 개성과 성향을 가진 아이들에 대해 좀더 많은 이해와 관심을 가지게 만들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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