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쟁이 쳇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6
미야자와 겐지 원작, 엄혜숙 글, 가로쿠 공방 그림 / 한솔수북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의 동화작가이자 시인으로 한 획을 그은 인물 미야자와 겐지. 그의 동화를 예전부터 읽고 싶었지만, 어찌된 인연인지 계속 접하지를 못하다가 이제서야 처음으로 읽게 되었다. 예전에 다카하시 겐이치로가 쓴 겐지와 겐이치로를 읽으면서 어떤 작품이 있는지에 대해서 제목정도는 알게 되었지만, 다카하시 겐이치로를 생각해보면 내용이 바뀌어도 많이 바뀌었겠다싶은 생각에 궁금증만 가득했었다. 떼쟁이 쳇은 원래 어떤 이야기일까?


일단 사진을 자세히 보면 그림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알고 보니 쳇을 비롯해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모두 나무를 깎아서 제작한 것이라 한다. 얼굴의 표정은 물감으로 나타냈다. 웃고 있는 모습, 성질 부리는 모습, 떼쓰는 모습, 두려워하는 모습 등 쳇의 표정은 정말 다양해서 만든이의 정성이 그대로 느껴진다. 게다가 소품 하나하나 전부 나무를 깎아 만들어서 입체감을 더해주었다. 그렇다 보니 마치 쳇이 실제로 옆에서 웃고 화내고 울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떼쟁이 쳇은 꼬마 생쥐의 이야기이다. 쳇은 욕심쟁이에 이기주의자이자, 뭐든 남탓으로 돌리는 못된 녀석이다. 별사탕 이야기를 전해준 족제비의 이야기를 듣고 신나게 달려가지만 늦어서 개미들이 별사탕을 차지하자 족제비에게 물어내라고 떼를 쓴다. 겨울이 다가와 따뜻한 이불감이 모였으니 가져가라는 기둥의 말에 좋아하다가 혼자 미끌어져 놓고는 기둥에게 생떼를 부리고, 얼굴을 씻으라고 비누를 준 양동이에겐 세수하다가 수염이 빠졌다고 물어내라고 한다. 그렇다 보니 쳇의 주위에는 점점 친구들이 줄어들어 간다.

그러던 어느날 쥐덫이 쳇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다. 하지만 쳇은 여전히 기고만장 안하무인의 태도를 취한다. 그동안 쳇의 생떼에 시달린 친구들은 쳇을 모두 떠나버렸지만, 쥐덫은 쳇에게 벌을 내린다. 과연 그후 쳇은 어떻게 되었을까.  


쳇은 갇힌 순간부터 물어 내 물어 내라고 떼를 쓰지만 이미 마음이 상한 쥐덫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하룻밤 내내 쥐덫에 갇힌 쳇은 결국 훌쩍훌쩍 울고 있다는 것으로 이 동화는 막을 내린다.
어라라? 보통 동화들은 누군가 쳇을 구해주거나 쳇이 반성해서 쥐덫이 쳇을 풀어줬다라는 걸로 마무리 되는 결말을 보여 주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작가는 결론을 내지 않음으로서 아이들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한다. 도대체 쳇은 어떻게 되었을까.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친구들에게 용서를 빌까, 아니면 끝까지 자기 잘못은 인정하지 않은채 쥐덫에 갇힌채로 지내게 될까.

주위에 아이가 있다면 물어 보고 싶다. 넌 쳇이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하고.
이렇듯 결말을 내지 않은 동화의 장점은 결말을 다양하게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만약 쳇처럼 욕심쟁이에 떼쟁이인 아이가 이 동화를 읽는다면,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상상하고 반성하게 될 것이고, 쳇같은 친구를 둔 아이라면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되지 않을까.

요즘에는 아이가 한둘밖에 없는 집이 많아서 그런지 욕심쟁이에 이기적이고, 생떼를 쓰고 심술을 부리는 아이들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걸 사주지 않는다고 바닥에 누워서 울고 불고, 소리를 지르고... 고개가 설레설레 저어지는 장면이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어린아이에게서만 나타날까? 의외로 어른들 중에서도 자신이 잘못한 것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남탓을 하는 어른들도 많다. 그리고 그것이 상대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도 자각하지 못한다.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다. 누군가 자신에게 베풀면 고마워하고, 상대를 배려해야하며, 자신이 잘못했을때는 상대를 비난하기 보다는 먼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상대에게 사과해야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고, 기본적인 일이지만, 의외로 그런 기본을 모르는 사람들이 참 많다.

간결한 동화지만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떼쟁이 쳇.
난 절대 쳇같은 떼쟁이, 욕심쟁이, 이기주의자가 아니야, 라고 생각하지 말고, 혹시 자신도 모르게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없는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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