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알파 1 - 신장판
아시나노 히토시 글.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카페 알파라.... 카페란 단어가 들어가서인지는 몰라도 분위기 좋은 찻집의 맛있는 차와 커피 이야기가 중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책 띠지를 보니 내 생각과는 좀 다른듯한 느낌이 든다. 축제같았던 시간이라..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난 궁금증을 안고 책을 펼쳤다.

손님이 거의 들지 않는 카페 알파를 지키고 있는 알파형 로봇 알파. 그녀는 몇년전 카페를 떠난 자신의 오너를 기다리며 매일매일을 보낸다. 손님은 거의 없지만 요코하마에 가서 커피 원두를 사오기도 하고, 마을의 친목회나 새해 해돋이를 보러가는 등 알파는 인간과 다름없는 생활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강하구의 숲에 산다는 미사고가 등장하기도 한다. 아이를 좋아하고, 어른을 싫어해 가끔 아이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미사고. 그런 대부분의 아이들은 미사고의 이빨을 보고 무서워서 도망치기 일쑤다. 미사고는 알파와는 대조적인 이미지로 비춰진다. 미래와 과거의 교차랄까.
(다른 한편으로는, 여기에서는 미사고가 여인의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미사고(みさご)는 일본어로 '물수리'라는 의미이다. 그렇게 본다면 미사고는 문명에 배치되는 개념인 자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잠시.) 

나는 여기에 등장하는 에피소드 중에서 미사고가 등장하는 에피소드와 알파와 같은 로봇인 코코네가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참 마음에 들었다. 미사고가 따뜻하게 타카히로를 품어주던 모습이나, 어린 시절 만났던 미사고를 다시 한 번 만나기를 기다리는 아야세의 이야기는 과거 인간들과 함께 존재했던 대상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특히 나이가 들어 더이상 미사고를 만날 수 없게 되기 전에 고마움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타카히로의 마음은 무척이나 기특했다.

코코네가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카메라에 관한 이야기가 참 마음에 들었다. 10년의 세월도 1년처럼 느껴지는 알파의 삶은 우리 기준으로 볼 때는 길고 긴 삶이라 주변의 것에 대한 고마움이나 애틋함을 느끼지 못할 거라 생각하지만, '필요 없는 장면은 없다'는 알파의 말은 나 자신을 반성하게 만든다. 길어도 100년 남짓밖에 살 수 없는 인간은 태어나 성장하고 늙어가다가 죽는다. 매일매일 똑같은 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잊기 일쑤인데, 알파는 매 순간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생각이 든다. 무척이나 인간다운, 아니 인간보다 더욱 인간다운 모습의 알파가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먹고 마실 수 있는 기능과 사고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로봇의 등장은 지금보다 한참 더 멀리 떨어진 미래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주변의 모습은 몇 십년전의 시골마을 풍경이다. 사회와 문화는 융성과 쇠퇴를 거듭한다. 아마도 이 작품의 배경은 쇠퇴의 시기가 아닐까. 축제같았던 시간은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융성했던 시기를 의미하고 저녁뜸의 시대란 것은 쇠퇴하고 있는 시기를 의미하는 듯 하다. 계절의 구별이 거의 없어지고, 춥지 않은 겨울. 그리고 점점 물에 잠겨가는 일본 열도. 여기에 등장하는 요코하마도 예전의 요코하마가 아니라 새로 옮긴 요코하마이다. 그리고 수도였던 도쿄의 이름은 무사시노로 바뀌었다. 지금의 환경 파괴 속도라면 언젠가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과학 문명의 집적체라고도 할 수 있는 인간형 로봇과 전설속에 나오는 정령같은 존재 미사고가 공존하는 시대를 그린 이 만화는 어떤 부분이 정말 좋았어.... 라고 할 수 있기 보다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참 좋지 않은가 싶다. 언제든 찾아가도 알파가 함박 웃음을 지어주며 반겨줄 것만 같은 카페 알파. 그곳에서  그녀와 내준 커피를 마시며 도란도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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