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살인마 밀리언셀러 클럽 103
짐 톰슨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내 안의 살인마. 워낙 유명한 소설인데다가 영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입소문을 탄 작품이지만, 나는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난 영미 소설쪽은 주로 추리 소설을 읽어왔지만, 미드쪽의 범죄 드라마를 좋아했기에, 어떤 이야기일까 하고 구매전부터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던 소설이기도 하다.

텍사스의 작은 마을의 부보안관 루 포드. 그는 근면성실하며, 잘생긴 외모에 친절하고 예의바르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는 겉모습과는 전혀 다른 내면을 가진 사람이었다. 루가 창녀 조이스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직감적으로 위험을 감지하지만, 걷잡을 수 없이 그녀에게 빠져든다. 

그의 마음 깊이 봉인되었던 어둠이 15년만에 꿈틀거리며 밖으로 나오려고 한다. 루는 조이스만 죽이면 다시 그 어둠을 깊이 잠재울수 있다고 믿지만, 그건 단지 착각이었을까. 형에 대한 복수란 명목으로 조이스와 엘머를 살해하고, 조이스와 엘머가 서로를 죽인 사고로 처리하지만, 조이스는 완전히 죽지 않고, 결국 수술을 받다가 숨졌다는 소식이 루에게 전해진다.

어리숙한체 하며, 자신은 범죄와는 동떨어진 사람인양 행동하는 루. 그러나 그 사건은 조금씩 루를 압박해오기 시작한다. 용의자로 몰렸던 조니의 알리바이가 확인될까 싶어 조니를 살해하고, 자신을 목격한 듯한 노숙자를 살해하고, 모든 사건의 진상을 꿰뚫어 본 자신의 약혼녀 에이미까지 살해하게 되는 루. 그는 완벽하게 자신의 죄를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건의 진실은 작은 틈으로 모래가 빠져나오듯이 조금씩 빠져 나온다.

요즘의 서스펜스 소설과는 달리 슬로우 템포로 진행되는 소설이긴 하지만, 루 포드가 화자로 자신의 범행과 세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보여주는 서술 형식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듯한 루의 모습, 그리고 살인을 계획하면서도 전혀 죄책감을 갖지 않는 모습은 요즘 시대의 사이코패스를 떠올리게 한다.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이란 작품으로 사이코패스란 용어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지만, 1950년대의 소설에서 이런 캐릭터를 창조해냈다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일이다. 

그가 엘머를 죽인 건 단지 복수심이었을까. 절대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건 조이스를 죽인 범인을 만들기 위했을 뿐이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의 모습은,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되기에 더욱더 섬뜩하게 다가왔다. 특히 약혼녀 에이미를 살해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며, 마치 소풍이라도 가는 아이처럼 그날을 기다리는 루의 모습은 악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요즘 세상이었더라면, 루의 범행 사실은 일찌감치 폭로되었을테지만, 1952년에 첫 선을 보인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아직 과학 수사라는 것이 발달하지 못한 시대였고, 또한 작은 마을의 혈통있는 가문이라는 것이 루에게 있어 큰 이점이 되기도 했다. 

비록 속도감이라든지, 스릴감 면에서는 요즘 작품에 뒤쳐진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범행을 즐기는 듯한 루의 캐릭터는 단연코 이 책에 있어 가장 큰 일등 공신이 아닌가 생각한다. 특히 자신이 범행을 저지를 동기, 적당한 이유와 구실과 적당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않나 싶은 루의 마음속 어둠, 그리고 우리가 믿고 의지하던 사람의 변화란 것은, 섬뜩함을 넘어 공포로 다가온다. 또한 에이미의 편지, 그리고 죽지 않았던 조이스의 등장은 멋진 반전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마지막을 잘 장식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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