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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시간 - 뉴 루비코믹스 305
히다카 쇼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6년 7월
평점 :
얼마전 리스타트를 봤을때는 그림도 예쁘고, 등장인물들의 감정 묘사도 잘 되어 스토리도 참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부족한 시간은 뭔가 확실히 부족한 느낌.....
이라고 생각했었다. 처음 한 번 봤을 때는.
하지만 두번째 읽었을 때는 느낌이 사뭇달랐다. 어설픈 건 스토리가 아니라, 주인공들이 가진 성격이었달까. (笑) 즉, 캐릭터 설정을 사랑에 어설픈 사람들로 해놓은 느낌이랄까.
첫번째 단편인 감정 사인은 학원물이다. 전교 1, 2위를 다투는 미카미와 시부야. 미카미는 시부야에 대한 감정에 어쩔줄 몰라하고, 시부야는 그런 미카미를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 가만히 들여다보는 듯한, 귀염성 없는(?) 캐릭터라고나 할까. 10대들은 사랑의 열병에 휩쓸리기도 쉬운 나이이지만, 반대로 쉽게 상처받기도 한다. 미카미는 딱 10대 소년 느낌인데 - 수줍어 하고, 풋풋하고 - 시부야는 왠지 뺀질거린다고나 할까,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능력을 가진 녀석이라고나 할까, 하여간 그런 느낌을 주는 녀석이었다. 이 녀석은 크면 참 기대될 것 같은 캐릭터!? (잘 크면 도S 타입이 될 게야~~) (笑)
부족한 시간과 STAY는 앞에 나온 단편에 등장하는 미카미 X 시부야 커플이 다니는 학교의 선생님 타니가와에 관한 이야기. 사실 어른이라고 해서 사랑에 능숙하란 법은 없다. 즉, 어른이 되어도 사랑이란 감정에 있어 철딱서니 없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란 것. 스스로는 사랑에 익숙하고 능숙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타입이 타니가와같은 타입이라고 할까.
사랑이 언제 시작되는지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게다가 그 감정이 사랑인지 아닌지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도 꽤 많다. 게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 타인을 들었다 놨다하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있다. 요우스케에 있어서 타니가와는 아마도 그런 사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타니가와만의 잘못일까. 말없이 사라져버린 요우스케 역시 용기가 부족한 것을 아니었을까. 두사람에게 부족했던 것은 배려와 용기였달까?
복잡하고 간단함은 리맨물. 니시노와 카도와키는 직장 선후배 사이지만, 사실 이전에 한 번 만난적이 있는 사이이다. 그런데 니시노는 이상하게도 카도카와를 못살게 구는 것 처럼 보인다. 왜?? 니시노는 전형적인 츤데레 캐릭터라고나 할까. 아니, 자신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지 못한 캐릭터란 말이 맞을 듯 하다. 물론 이전의 일도 있지만, 그래도 언제까지나 꽁무니를 빼고만 있다면 될 것도 안된다는 말. 뭐, 다행이도 카도와키쪽에서 확 끌어 당기긴 했지만... 니시노에게 부족한 건 솔직함.
오른쪽이냐 왼쪽이냐는 소꿉친구의 이야기. 에이지는 세상의 흐름에 따라 살아가는 청년이다. 그렇다고 나쁜 말이 아니라 그저 흐름에 순응하는 그런 성격이랄까. 그에 반해 케이고는 자신의 욕망에 대해 순수하고, 어린애같은 구석이 있는 성격. 정반대의 성격이지만 오랜 친구사이, 그리고 서로를 좋아하지만 서로 원하는 게 다르다. 늘 누군가의 선택에 따라왔던 에이지와 자신의 선택을 밀어붙였던 케이고가 선택할 미래는?
원거리 연애는 고위 경찰 간부와 검사의 사랑이야기. 안경뒤에 늘 표정을 감추는 세오의 캐릭터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표정은 감추지만, 감정표현에 있어서는 감추지 않는달까. 오히려 그런 점이 귀여운 캐릭터. 무뚝뚝한 얼굴로 나도 보고 싶었어라고 하는 게 진짜 귀여웠다니까. 그에 반해 토오루는 좀 안달쟁이랄까. 물론 서로의 일의 존중하는 어른스러운 모습도 보이지만, 자신의 위치를 생각해서 좀 자제할 줄도 알아야지, 암만. 그래야 오래가는 법이지~~~ 평생을 함께 하려면, 참을성과 근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히다카 쇼코는 장편 한 권, 단편 한 권을 읽었을 뿐이지만, 장편, 단편 모두 괜찮다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부족한 시간의 경우, 처음에 슬렁슬렁 읽었을 때와는 달리 두번째 읽었을때 훨씬 좋았다고나 할까. 아무래도 처음부터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학원물이 등장해서 색안경을 끼고 봤을지도..
사랑을 하다 보면 원하는 것도 많아지고, 참을 수 없는 것도 많아진다. 하지만 사랑을 오래지키려면 감수해야할 것도 많은 법이다. 좋아한다는 마음만으로 사랑이 지켜지지는 않는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다고 사랑이 지켜지지는 않는다. 또, 오랜 시간을 함께 한다고 해서 상대를 속속들이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부족한 시간에 실린 단편들은 사랑을 하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다양한 감정과 상황들을 잘 짚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상황마다 사랑에 있어 각각 다른 부족한 부분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한 것도 무척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