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간이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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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한시치 체포록을 읽다가, 미미 여사가 에도물을 쓸 때 한시치 체포록을 많이 참고한다는 것을 보고 미미 여사의 에도물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어떤 걸 먼저 읽을까 하다가 최근에 나온 책을 골랐는데, 바로 그것이 이 <얼간이>이다.

에도 시대.
난 일본의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일본의 시대물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이 에도 시대물이다. 헤이안 시대는 지금으로부터 1,000년전쯤인데다, 대부분 귀족이나 왕족의 이야기를 다룬 책들이 많았고, 또한 귀족 문화가 발달하다 보니 그런 이야기가 중심이 된 책이 많아서 공감이 잘 가지 않는 부분이 많지만, 에도 시대는 서민 문화가 발달한 시기여서 그런지, 서민들의 삶에 대한 내용을 기반으로 한 책들이 많아 무척 좋아한다. 물론 무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도 많지만..

나도 따지고 보면 서민층에 속하다 보니 아무래도 헤이안 시대의 귀족 문화보다는 에도 시대의 서민문화쪽이 더 이해하기도 쉽고 공감도 더 간다고 할까. 또한 헤이안 시대보다는 현대에 가까운 시대이기 때문이리라. (굳이 따지자면 일본 중세시대이긴 하지만)

표지는 호쿠사이의 우키요에. 개인적으로 우키요에를 좋아하다 보니 이런 표지가 정말 마음에 든다. 목차를 보니 소제목이 7개가 나오는데, 처음엔 단편들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모든 것이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되는 엄청난 페이지 수의 - 600페이지에 육박한다 - 장편소설이었다.

이제까지 미미여사의 책은 그다지 많이 읽지 않았지만,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로 유명한 작가이기에 한껏 기대에 들떴다. 그러나 초중반부는 생각보다 싱겁다... 란 생각이 좀 들었다. 게다가 책 뒷표지에 나오는 얼간이 무사 헤이시로는 초반부터 등장하지만, 천재 미소년 유미노스케는 중후반부에 들어서야 처음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유미노스케가 언제 등장하는지 한참을 기다렸다. (왠지 낚인듯한 느낌이 좀.....)

각설하고!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것은 시타마치의 뎃핀 나가야라고 하는 지역이다. 그다지 큰 사건이라고는 없이 무난하게 지내던 뎃핀 나가야에서 어느날 한 젊은이가 살해당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관리인이였던 규베는 도망을 가고, 새 관리인 사키치가 오게 된다. 사키치가 온 후 이상하게도 자꾸만 이런저런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생한다. 노름에 빠져 자신의 딸을 팔아 넘긴 아비에, 항아리 신앙이라는 신흥 사이비 종교를 퍼뜨리는 사람등 뎃핀 나가야에 살던 세입자들이 한두집씩 뎃핀 나가야를 떠나게 된다. 도대체 그들은 왜, 어디로 떠난 것일까.

사람이 좋긴 하지만 조금은 자신의 일에 태만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속정 깊은 헤이시로는 처음엔 이 사건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지만 자꾸만 이상한 일이 겹쳐지자 수사에 나서기로 한다. 그러다 보니 맞닥뜨리게 된 건 대상회인 미나토야란 곳이었다. 사키치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미나토야란 곳과 관련이 되어 있다는 것까지 알게 되는데... 그렇다면 미나토야는 왜 자신이 주인으로 있는 뎃핀 나가야의 입주민들을 몰래몰래 내보내는 것일까.

현재 일어난 모든 사건의 진상은 수십여년전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얽히고 설킨 사람들과 사건들. 그것을 모두 관통하는 진실은?

에도 시대 당시의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관계, 당시 서민층이 기거하던 나가야에 살던 사람들의 삶, 그리고 당시 경찰관 노릇을 한 순시관과 비밀 순시관, 오캇피키등의 활약 등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또한 다양한 성격의 캐릭터들과 당시에 존재했던 다양한 직업들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 소설의 재미를 더한다. 그리고 당시 지역에 대한 묘사도 상세해서 책을 읽는내내 뎃핀 나가야의 길을 따라 걷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오토쿠가 만드는 조림이 묘사된 부분에서는 군침이 돌았을 정도이다.

사건은 꼬이고 꼬인대다가,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의외로 결말은 싱겁다. 게다가 그런 돈과 공을 들여 과거를 은폐하고자 -사람까지 죽여가면서 - 미나토야가 해온 일들은 납득하기도 어렵다. 다만 똘똘한 미소년 유미노스케의 대활약과 오캇피키 마사고로의 활약, 그리고 인간 녹음기 오데코, 전서구 대신 나온 까마귀 간쿠로의 활약 등은 사뭇 흥미롭다.

결론을 말하자면 미스터리가 주는 느낌이랄까, 감상은 좀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에도 시대의 풍속과 사람들의 삶, 지배자와 피지배자와의 관계, 다양한 캐릭터들의 등장은 무척 흥미로웠다. 미스터리부분에 치중하지 않고, 등장 인물들이 사건의 진상을 밝혀가는 부분, 그리고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이란 것에 집중한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또한 주가 잘 달려 있어,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단어나 에도 시대만의 풍속에 대한 것에 대한 이해도 쉽다. 주는 본문내에 달려 있어 읽기 불편하다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나같은 경우 본문에 같이 들어가 있는 쪽이 더 좋았다. 밑에 달린 주들은 눈이 왔다갔다하는 불편이 있지만, 본문에 함께 달려 있는 주는 흐름이 끊기지 않아 더 좋았다. 또한 긴 설명이 필요한 주의 경우 박스에 넣고 설명을 덧붙였는데, 특히 나가야의 구조같은 경우 그림으로 상세하게 그려져 있어 이해하기 쉽게 해도록 한 것이 마음에 든다.

미미여사의 에도시대물은 꽤나 많은 작품이 번여되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시간을 들여 차근차근 모든 작품을 읽고 싶다. 사람 사는 곳이야 다 똑같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시대에 따라 사람들의 삶은 세부적으로 다른 점이 무척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미여사의 다른 에도 시대물은 어떤 느낌을 줄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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