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동네
이와오카 히사에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처음 책 제목을 보고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고양이 동네란 단지 고양이가 바글바글한 동네란 말인지, 아니면 고양이들이 행복하게 지내는 마을이란 뜻인지...
난 설레임을 안고 책을 펼쳤다. 어랏? 근데, 그림이.. 너무 정겹다. 마치 동화속에 나오는 주인공들 같잖아? 아궁 귀여워.. 왜 일케 귀여운거얌!!!

사실 고양이는 우리 주변에 많이 살고 있다,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지.
오랜 시간 인간과 함께 지내온 존재인 고양이, 하지만 요즘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가여운 동물이기도 하다. 고양이 마을에 나오는 고양이의 수는 적은 편이다. 게다가 주인공 고양이는 표지에 나오는 늘어지게 한숨 자고 있는 녀석인 타이츠 뿐이지만, 타이츠와 함께 하는 가족들의 일상은 너무나도 훈훈하게 다가왔다.


타이츠네 가족 사진. 왼쪽에서부터 아빠, 엄마, 그리고 리쿠. 타이츠란 이름은 꼭 타이츠를 신고 있는 듯한 무늬에서 따온 것. 스타킹보다는 타이츠란 어감이 더 낫다고 지은 것이란다. 참고로 타이츠는 수컷 고양이이다.

만약 이 그림에서 타이츠가 없었더라면 얼마나 허전할까. 고양이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무척이나 크단 생각이 든다. 물론 처음부터 없었다면 그다지 허전할 것도 없겠지만, 있다가 없는 것만큼 허전한 일도 없으니까.

우리 시골집의 옆집에 사는 고양이인 나비가 거의 일주일 동안 행방불명이었다. 방목하는 녀석이었던지라 사실 무지개 다리를 떠났다고 해도 알 방법이 없었다. 시골집에만 가면 다리에 몸을 비비고 야옹거리면서 매달리던 녀석이 없던 며칠은 너무나도 빈자리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무사 귀환한 나비 녀석을 보니 다시 마당이 가득 찬 느낌이었달까. 타이츠네 가족 사진은 매년 변해가겠지만, 언젠가 타이츠의 모습도 사라질테지. 그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지만, 그래도 고양이처럼 현실에 충실한 생활에서 얻는 기쁨이 더 크다는 건 부정할 수 없겠지.

아버지가 데려온 고양이 타이츠. 처음엔 엄마는 고양이 키우는 것을 반대한다. 전업주부로서 바지런하게 생활하는 엄마이지만, 고양이까지 돌보는 것은 힘들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양이를 원래 싫어하지는 않았고, 또한 타이츠 역시 붙임성 있게 사람에게 다가오기 때문에 엄마는 금방 타이츠를 좋아하게 된다.

타이츠와의 생활은 가족들에게도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원래 사이좋은 가족이지만 타이츠 이야기를 하면서 더욱 돈독해졌다고나 할까. 집에 반려동물이 있으면 가족들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또한 매일 똑같은 일에 시달리던 엄마에게 있어 타이츠와의 생활은 또다른 활력을 가져다 준다.


예전에는 아빠를 위해 뜨개질을 했던 엄마. 이번엔 타이츠를 위해 털실로 장난감을 만들었다. 고양이와 노는 것은 에너지가 꽤나 필요한 일이다.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간 엄마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또한 타이츠 덕분에 옷들은 앙고라 털옷이 되었고, 발톱갈이 때문에 옷에는 보풀이 생겨난다. 타이츠는 때로는 배탈난 아빠의 살아있는 찜질기가 되기도 하고,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대가 되기도 한다. 엄마는 타이츠를 대할때 리쿠에게 대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어느새 또하나의 가족이 된 타이츠.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 진짜 공감가는 내용은 엄마의 동창회 에피소드. 그곳에서 만난 엄마의 동창 역시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신기하게도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금세 친해지게 된다. 물론 여기에서 두사람은 동창이라 원래 친하지만... 하지만 15년만에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이야기는 서로 자기가 키우는 고양이들에 대한 자랑질로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팔불출이 되는 특징이 있다) 이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진짜 나랑 똑같아~~를 연발하기도 했다는.... (笑) 아마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자식자랑이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반려동물 자랑이나 비슷한 점이 많지 않을까?


또다른 에피소드로는 타이츠네 집에 잠시 놀러온 두마리의 고양이와 타이츠의 이야기가 기억난다. 낯선 집에서 낯설어 하는 고양이와 낯선 고양이를 본 타이츠는 처음에는 서로를 경계하지만 금세 친구가 된다. 밤중에 신나게 우다다다를 하는 고양이들.
날아라, 고양이!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한시간 정도 신나게 우다다다를 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잠들어 버린다는 것. 옹기종기 모여서 자는 녀석들. 왠지 어릴때부터 함께 자란 녀석들처럼 보인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타이츠 장가가다! 수컷 고양이인 타이츠가 색시를 데려와 집에서 새끼를 낳게 한다. 세마리의 아기 고양이. 아기 고양이의 모습은 정말이지, 너무 사랑스럽다.
세상에서 이보다 더 사랑스러울 순 없다!! 라고 단언할 수 있을 만큼!
엄마가 흐물흐물 녹아버리는 것도 당연히 이해가 된다. 나도 그럴걸~~~(笑)
우리 티거도 지금은 5.5kg의 거대 고양이가 되었지만, 새끼때는 진짜 손바닥위에 올라갈 만큼 작았으니까.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아~~ 예~엣날이여어~~~~~


고양이를 비롯해 반려 동물을 기르는 사람의 가장 큰 소원은 무엇일까. 아마도, 리쿠의 엄마처럼 언제까지나 곁에 있어 줘라고 하는 바람이 아닐까. 보통 고양이는 15년 정도를 산다. 즉, 사람의 목숨에 비해서는 턱없이 짧은 수명이다. 그렇다 보니 언젠가 타이츠는 사람보다 빨리 무지개 다리를 건너게 될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자신의 반려동물이 더 오래, 더 건강하길 바란다. 사랑하는 가족이니까. 

고양이 동네는 아기자기한 그림과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다.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바뀌는 집안 풍경, 가족 관계등은 고양이가 없었더라면 모르고 살았을 그런 모습들일지도 모르겠다.
 
책 뒷부분에는 타이츠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 외의 세편의 짧은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모두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앞만 보고 다른 사람의 도움따위는 필요없다는 듯 살아가는 한 여성, 늘 웃는 모습을 보이지만 속으로 삭혀야 하는 것이 너무 많은 여성, 그리고 학창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에피소드들 역시 무척 짧지만 따스함이 가득했다.

타이츠란 귀여운 고양이과 따스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고양이 마을.  
이 한 권으로 완결되었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기만 하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위에서 부터 순서대로 3p, 85p, 108~109p, 7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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