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사 5 - 용적편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어둠이 진정한 어둠으로 존재하던 시대인 헤이안 시대. 그곳에는 어느 것에도 구속당하지 않고 바람처럼 구름처럼 자유로이 살던 한 음양사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아베노 세이메이라 한다. 그리고 그의 절친한 벗, 미야모토노 히로마사는 오늘도 세이메이에게 괴이한 사건 이야기를 하러 왔으니....

음양사 제 5권 용적편에는 총 5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이 책에서 매우 흥미로운 것은 세이메이외에도 그당시의 아주 유명한 음양사 둘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한 사람은 세이메이와 라이벌 관계라 여겨졌던 아시야 도만이고, 또 한사람은 아베노 세이메이의 스승인 가모노 다다유키의 아들 가모노 야스노리이다.

일단 아시야 도만이 등장하는 것은 첫번째 단편인 괴사와 세번째 단편인 벌레를 사랑하는 아가씨이다. 괴사의 경우, 공작명왕상을 둘러싼 에피소드. 후지와라노 가모타다의 집에서 일하는 고키쿠란 여자의 허벅지에 생긴 종기와 다치바나노 요시후루의 등에 생긴 커다란 종기는 왜 생겨난 것일까. 히로마사의 말에 따르면 왠 노인이 와서 고키쿠와 요시후루의 종기를 제거하는 것은 성공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잡아들인 것은 커다란 뱀이었다는데.....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동사로 향한 세이메이와 히로마사. 그 사건의 전말은?

다치바나노 사네유키의 딸 쓰유코는 자연을 좋아하는 아가씨이다. 그중에 특히 벌레를 좋아했고, 애벌레를 키워 성충이 되는 것을 보기를 즐긴다. 그러던 어느 날 쓰유코는 신기한 애벌레를 하나 키우게 되는데, 성장이 얼마나 빠른지 금세 소만큼 커지게 되었다. 당연히 집안에서는 그게 두려울 수 밖에.. 그리하여 세이메이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두 작품 모두 아시야 도만의 등장으로 무척이나 재미있어졌다. 아시야 도만은 음양사로서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사용하는 술법이 잔인하고, 또한 돈이 걸린 일이라면 선과 악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때로는 식신을 얻기 위해 묘한 술법을 쓰기도 하고, 묘한 주술을 걸어 놓고 세이메이에게 그것을 풀라고 제안하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둘다 식신을 얻기 위한 계략이라 볼 수 있는데, 가끔 보면 참 번거로운 방법을 쓰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 웃음이 난다.

벌레를 사랑하는 아가씨에 나오는 쓰유코란 인물은 내 관심을 끌었다. 당시 여성들처럼 치장도 하지 않고, 결혼할 생각도 없어 보이지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듯 하다. 당시의 사회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살았던 특별한 여성으로 매우 똑똑하기도 하거니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할 수 있는 저력을 가진 아가씨라고 해야할까. 헤이안 시대의 여성을 보면 대부분 사랑에 목숨 걸고 사랑하는 이를 그리며 사는 여성들이 대부분으로 묘사되지만, 이 단편에서 이런 '특별한' 여성을 만나니 너무나 즐거웠다.

두번째 단편과 네번째 단편에는 가모노 야스노리가 등장한다. 지금은 음양사가 아니지만 - 그래도 네코마타를 식신으로 데리고 다닌다 - , 가모노 다다유키의 아들로 최고의 능력을 가졌던 음양사였던 그는, 지금은 음양사와 관련된 일에 별로 얽히고 싶어하지 않는 인상을 줘 그것이 또하나의 재미였달까. 게다가 세이메이처럼 천황을 '그 남자'라 부르는 것을 보고 한바탕 크게 웃어 버렸다.

머리에는 반역죄로 참수를 당한 죄인 5명의 원혼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몸이 없이 머리만 남아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원령들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런 게 진짜 날아다니면 얼마나 무서울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부르는 소리의 경우, 세이메이의 주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떠올랐던 작품. 이름도 일종의 주이기 때문에 어둠속에서 누군가가 부를때 본명을 함부로 밝힌다거나 대답하는 것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여기에 등장하는 원령인 가이손을 만든 것은 야스노리임에 분명하지만, 야스노리는 슬그머니 세이메이에게 그 일을 떠넘긴다. 그래놓고도 또 술을 마시러 온다니, 무척이나 재미있는 캐릭터였다고나 할까.

마지막 단편인 비선은 신선이 되고 싶은 욕망을 가진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음양사에는 인간 이상의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 인물들이 특히나 많이 나오는데, 이런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다르지 않은 듯 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들의 의뢰를 대신해서 가져 오는 히로마사. 세이메이를 골탕먹이듯 일을 벌이는 아시야 도만, 그리고 이젠 음양료에서 일을 하지 않으니 세이메이에게 음양사로서의 일을 넘기는 야스노리 등이 청하는 일을 해결하는 세이메이는 헤이안 시대의 해결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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