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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오스카 - 어느 평범한 고양이의 아주 특별한 능력
데이비드 도사 지음, 이지혜 옮김 / 이레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은 흔히 고양이는 사람이 아니라 집을 따른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필요한 게 있을 때만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것이 고양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모든 고양이가 그렇지는 않다. 고양이는 십묘십색(十猫十色)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성격과 행동을 가진 개성있는 동물이다. 그래서 고양이는 모두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오스카는 어떤 특별함을 지닌 녀석일까?
이제부터 오스카가 보여준 특별한 사랑의 흔적을 따라가 보자.
노인들을 전문적으로 돌보는 스티어하우스 재활요양원. 그곳에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들이 기거한다. 스티어하우스 재활요양원을 제 발로 찾아온 헨리라는 고양이를 시작으로 그곳에서는 고양이, 새, 토끼 등을 이용한 동물치료도 병행한다. 현재 이 요양원에 있는 고양이는 모두 여섯마리. 그중에서 오스카가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오스카의 특별한 능력이란, 임종이 다가온 환자를 찾아가 그 환자가 숨을 거둘때까지 곁을 지켜준다는 것이다. 사실 사람의 목숨이라 쉬이 끊어질듯 하면서도 이어지는 끈질김을 가지고 있기에 의사로서도 정확히 환자의 임종이 언제인지 가족에게 확답을 주기 힘들다. 그렇듯 의학적으로도 분명히 알기 힘든 것을 오스카는 정확히 짚어내고 있었다.
스티어하우스에서 일하는 의사 데이비드 도사는 처음에는 오스카의 특별함을 믿지 않지만, 직접 그 광경을 목격하고, 또 그러한 일을 겪은 유족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그 사실을 믿게 된다. 사실 의사란 과학적인 명쾌한 답을 내리기 좋아하는 부류라 그런 걸 처음부터 믿을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스카의 행동이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마지막을 지켜왔다는 것으로, 오스카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조금씩 인정하게 된다.
특히 오스카는 평소에는 환자들을 멀리 하고, 피해 다녔다고 한다. 즉, 그다지 붙임성이 좋은 고양이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신기하게도 임종을 얼마 앞두지 않은 환자에게는 꼭 찾아 간다는 것이다. 방문이 닫혀 있으면 그 방앞에서 기다리고, 문이 열리면 기다렸다는 듯이 방으로 들어가 환자옆에 몸을 누인다. 그러면 환자는 얼마 있지 않아 숨을 거둔다.
이곳 요양원 사람들이나 환자의 가족들은 그런 오스카에게 무척이나 감사해 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우리나라였다면? 환자가 오스카때문에 죽었다고 오스카를 미워하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특히나 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심한 나라이기 때문에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오스카가 하는 이 행동은 멀리 떠나가야 할 환자가 외롭지 않도록, 마지막이 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또한 가족들은 때로 환자들의 임종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기에. 오스카가 환자의 옆을 지키는 행동으로 가족들에게 연락할 시간이 주어지는 것도 감사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오스카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치매란 병에 걸린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 진행된다. 사실 내 주변에서는 치매에 걸려 돌아가시는 분이 아무도 없었기에 치매가 그렇게 고통스러운 병인줄은 몰랐다. 인간을 점점 퇴행시키는 병. 처음에는 기억력에 대해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게 된다. 그러다가는 숟가락 쥐는 법 같은 것도 잊어 버리기 시작하고, 가족을 알아 보지 못하는 경우까지 진행된다. 또한 만성적인 감염으로 인한 치료 행위도 자신이 왜 받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게 된다.
한 환자의 유족은 치매를 기나긴 이별이라고 했다. 겉모습은 변함없는 내 가족인데, 속알맹이는 점점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변해가는 걸 보는 가족들의 고통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치매는 호전되는 병이 아니라 점점 악화되어 치매에 걸린 상태로 사망하게 된다고 한다. 가족들의 고통도 그렇지만 환자 본인 역시 자꾸만 낯설어지는 주변에 얼마나 두려울까.
이 책에 언급되는 이야기들 중에 프랭크 할아버지와 루스 할머니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가슴 아팠다. 특히 더이상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루스 할머니를 보며 " 오늘 내 아내는 죽었습니다."라고 말하고 떠나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할아버지는 더이상 할머니를 돌봐줄 수 없다는 걸 알고 계셨다. 내 사랑하는 사람이 완전히 낯선 타인이 되어 간다는 것. 게다가 앞으로 더 좋아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것... 남겨진 사람에겐 그걸 인정하고 싶지도, 보고 싶지도 않을 것은 분명하다. 끝까지 잘 부탁한다면서 힘겨운 발걸음을 뗀 프랭크 할아버지. 하지만, 지금은 천국에서 행복한 재회를 하셨을 것임에는 분명하다.
오스카는 이렇게 멀리 떠나는 환자들의 옆을 지켜주었고, 슬퍼하는 가족들에겐 따스한 기억을 남겨주었다. 오스카는 비록 한마디 말도 없었지만 그 자체가 위안이 되었다. 누군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받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 수 있으리라.
지금도 오스카는 머나먼 길을 떠나야 할 환자들의 마지막을 지켜주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마지막 가는 길이 외롭지 않도록, 두렵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