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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2 - 고양이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추리한다 ㅣ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2
시바타 요시키 지음, 권일영 옮김 / 시작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이혼 경력 한 번, 그저 그런 미스터리 작품을 쓰는 가난한 작가 사쿠라가와 히토미. 그녀는 남편에게 받는 할부 위자료와 작은 인세로 살아가며, 나중은 생각지도 않고 일단 자신이 쓰고 싶은 걸 쓰고 사는 어찌보면 약간은 한심한 쇼타로의 동거인. 고양이 쇼타로는 멋진 외모, 좋은 머리를 이용해 추리하는 명탐정. 늘 시니컬한 태도로 동거인과 사람들을 바라 보지만, 그들에 대한 애정은 아주 깊다. 때로 동거인이 돈을 다 써버리고, 싸구려 사료와 유통기한이 간당간당한 통조림을 먹인다 해도 쇼타로의 동거인에 대한 마음은 변함이 없다.
시니컬한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두번째 이야기인 <고양이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추리한다>는 총 여섯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1편에 비해 미스터리한 느낌을 가지는 작품수는 적은 편이다. 특히 번외편인 쇼타로와 차가운 방정식은 지금으로 부터 약 100년후의 미래를 그린 작품으로 탐정 놀이로 시작한 게임이 실제 살인 사건으로 바뀐다는 설정이다. 100년후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은 사쿠라가와 히토미와 쇼타로의 모습은 정겹기만 하다. 또한 마지막 작품은 히토미의 과거사를 살짝 엿볼수 있는 에피소드이다. 연애시절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랄까? 헤어진 연인에게 준 선물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히토미가 좀 어리버리하긴 하지만 역시 그때도 그랬던 듯... 그래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역시 나도 히토미를 좋아하기 때문에!? (笑)
그럼 본격적으로 본편의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첫번째 작품인 쇼타로와 수다쟁이의 모험은 쇼타로가 화자가 되는 에피소드로 고양이 첼시, 긴타와 개 사스케, 다마사부로등이 함께 하나의 사건에 대한 진상을 밝힌다. 매일매일 아파트 주변을 배회하는 수상쩍은 남자에 대한 첼시의 의문에서 시작한 사건의 진상. 그 진실은 과연 무엇? 명탐정 고양이와 그 친구들의 활약이 사건 해결의 핵심!
이 에피소드를 보면 무척이나 흥미로운 부분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고양이 쇼타로가 보는 여자 인간들에 대한 것이다. 고양이와도 다르고, 남자와도 다른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랄까. 물론 쇼타로가 보는 인간에 대한 관점도 잘 드러난다. 가끔은 너무 시니컬해서 인간인 나로서는 좀 머쓱한 기분이 들기도 했달까? 하지만 여성들의 심리나 행동을 너무 잘 표현해서 재미있기도 하다. (근데, 쇼타로가 이야기하니까 괜찮지, 남자가 저런 이야기를 한다면 난 뒷통수를 한대 갈겼을지도!?)
고양이와 복숭아는 구직중인 한 여대생의 이야기이다. 취업할 곳이 마땅찮은 그녀는 지금 밤 아르바이트도 병행중. 불륜이란 소재를 끌어다 쓰긴 하지만 그다지 불쾌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안타까웠달까. 교토의 다이몬지란 축제와 그 속에서 벌어질 뻔한 사건. 쇼타로는 굳이 추리하지 않아도 도움이 된다. 인간보다 더!
쇼타로와 목없는 인형의 모험은 아파트내에서 일어난 괴이쩍은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인형의 목이 없어지는가 하면 그림책의 인물들의 머리가 몽땅 오려져 나가고, 한 아이의 야구 점퍼 뒤에 있는 야구 선수의 머리에 불이 붙기도 한다. 아이들을 노리는 범죄인가, 아니면?? 중고 물품들 뒤에 감춰진 안타까운 사연. 쇼타로와 사스케의 활약이 돋보인 작품. 그러나 저러나 센겐지 아저씨는 정말 '특별한' 분이신가요? 점점 그 정체에 호기심이 생깁니다요~~~
나이트 스위츠는 버블 경제 붕괴후 그저그런 회사에 입사한 한 여성의 자신의 일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추리작가 신인상이란 소재를 결합한 러브 스토리랄까? 아직도 여자 사원들이 타주는 차를 마시는 남자 직원들과 아르바이트 생이 해도 충분한 일을 정직원에게 시키는 회사. 정직원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온 한 남자. 알고 보니 예전에 사쿠라가와 히토미의 과외 선생이자, 지금은 아마추어 추리 작가랄까. 추리소설 신인상에 대한 생각과 고민은 작가자신의 고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쇼타로 시리즈는 아직 두권째이지만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것은 현 일본 사회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회파 추리소설처럼 깊이 있게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고양이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추리한다에는 독거 노인 문제, 유괴, 구직에 대한 고민, 불륜, 정직원 여사원들의 문제등이 살짝살짝 언급된다. 그리고 쇼타로가 보는 인간 세상과 인간들에 대한 생각도 엿볼수 있다. 왠지 고양이 입장에서 보기엔 불합리한게 인간 세상이랄까. 그러면서도 그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이래서 쇼타로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본문을 재미있게 읽고 나서 작가 후기와 작품 해설을 읽어 나가던 중....
마지막 문장에 기겁을 했다.
작가 시바타 요시키는 정녕 여성 작가였습니까?
난 작가 자신을 쇼타로에 투영시켜 이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생각했다. 남성작가라고 생각했기에. 그래서 여성들에 대해 묘사한 부분에서 시니컬한 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리고 여성의 심리 묘사나 여성의 사회적 입장을 잘 묘사한 부분은 여성을 잘 아는 작가이구나 하는 생각도.... 그러나 여성 작가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작품 해설에는 다른 이의 이름이 나오지는 않지만, 쇼타로 시리즈의 표지와 본문 삽화를 담당한 작가의 글이란 것은 읽어 보면 알 수 있다.
어쨌거나 이것이 이 책의 마지막 반전이었을지도....(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