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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스 문
데이비드 데브라 지음, 남명성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세상은 우리가 보는 것만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아니면 그 이면에 어떤 비밀을 감추고 있을까. 내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난 후자쪽에 손을 들것이다. 사실 일반인인 나로서는 평범한 세상조차도 그 속을 다 알 수 없으니, 그 이면에 어떠한 '특별한' 것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어진다. 나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외의 것에 대해서는 거의 알 방법이 없다. 그건 아주 조그마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인간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 외의 것에 대해 늘 흥미를 가진다. 바로 이 책에 나오는 세상에 대한 궁금증처럼.
헌터스 문의 주인공 잭은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특별한 인간으로 정부나 국가와 대치되는 입장을 가진 사이비 조직을 없애는 임무를 가진다. 하지만 이런 세상 이면의 사실이 보통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대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에 그 일은 대중에게는 공개되지 않고, 특수한 사람들 몇몇만이 그 일에 대해 알고 있다. 어쩌면 잭은 그림자와 같은 인물이라 볼 수 있다. 낮에는 평범한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여도 밤에는 변신해서 악당들을 무찌르는 히어로처럼. 하지만 그가 행하는 행위가 선인지 악인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없다. 이쪽 집단에서 보면 그건 선일지라도, 저쪽 집단에서 보면 그건 악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그의 일처리 방법은 냉혹하기 짝이 없고, 가끔은 폭력을 즐기는 듯한 이미지마저 주는 인물이다.
헌터 잭이 이번에 맡게 된 의무는 세뇌 기술, 섹스 마법, 극도의 페미니즘, 무정부주의로 똘똘 뭉친 마녀 집단 '현명한 자매들'의 척살이다. 현명한 자매들이란 조직의 붕괴와 총리 암살이라는 목적을 무산시키기 위해 애니라는 신임요원이 현명한 자매들 속에 숨어 들어가지만, 그들의 능력은 잭의 생각을 뛰어 넘는 것이었고, 결국 현명한 자매들의 조직원들은 애니를 데리고 사라지기에 이른다. 과연 잭은 애니를 구하고, 현명한 자매들의 조직을 와해시키고, 그들의 목적을 꺾어버릴 수 있을까.
뭔가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전부터 나오는 피비린내 나는 마법 사용과 폭력적인 장면, 그리고 때때로 과도하게 묘사되는 성적 표현들은 눈살을 약간 찌푸리게 하지만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편이다. 특히 잭이 사용하는 여러가지 마법들 - 악마 소환, 영혼 소환,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 보는 마법 등 -은 이 책에 나오는 세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의 이면을 묘사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또한 잭은 잘 훈련받은 군인 혹은 암살자처럼 보여도 그런 기술뿐만 아니라 고도의 마법도 함께 사용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재미있다. 마법이란 소재가 등장하는 소설의 경우, 대부분 마법에 의존하지만 이 책은 마법외에도 인간의 몸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들을 다양하게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리고 현명한 자매들의 우두머리 격인 앨더는 마법이란 것 외에도 고도의 세뇌 기술을 사용한다는 점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따지고 보면 현명한 자매들은 세뇌란 방법으로 사람을 조종하는 능력은 쓸 수가 있고, 어느 정도 고급 마법은 사용할 수 있지만, 왜 그들이 총리 암살을 시도하려는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웃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마녀들은 - 내 생각이지만 - 그들 자신의 마법의 향상을 위한 마법 공부에만 신경쓸 것 같은데, 왜 테러리스트가 되어야 하는지는 좀 의문이다. 게다가 총리 암살 방법도 웃기긴 하다. 잭의 말대로 총리가 탈 비행기에 미사일이나 쏴버리면 해결될 것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약간의 억지스러운 설정 몇가지를 제외한다면 스토리 자체는 무척이나 재미있다. 특히 마법중에서도 흑마법의 사용, 잭은 기본적으로 혼자 움직이는 사냥꾼이란 설정, 마녀들은 마법뿐 만이 아니라 세뇌기술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흥미롭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작가에 대한 설명을 보면 작가의 이력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그러하기에 작가가 이야기하는 마법이란 것이 오히려 더 실제적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세상에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헌터, 잭.
선과 악의 중간 지점에 서있는 듯한 그의 다음 활약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