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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성의 주인
이마 이치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처음에 제목을 보고서는 꿈에 관한 것인가 보다하고 막연하게 생각을 했다. 그것도 아주 나쁜 꿈. 그래서 다크 판타지 쪽 계열이 아닌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수록작들의 전체적인 흐름은 그것과는 좀 다르달까. 때도 장소도 분명하지는 않지만, 동양적 정서가 아주 강하다. 책 뒷표지에 있는 것처럼 오리엔탈 판타지 만화라고 하면 적절하지 싶다.
표제작 악몽성의 주인은 훌륭한 장수로 큰 공을 세웠으나 오히려 왕가의 노여움을 사 변방으로 보내진 노브루 장군의 이야기이다. 그가 부임한 곳은 텐손이라는 황량한 벽지. 그곳에서 그는 매일밤 악몽성에 대한 꿈을 꾼다. 물이 부족해 먹을 것이 부족한 텐손에서 낮에는 다양한 채소를 재배하고, 밤에는 악몽성의 주인인 황자의 음식을 만든다. 힘든 상황에서도 따스한 마음을 잃지 않는 노브루 장군과 악몽성의 주인 황자의 따스한 우정 이야기.
시들지 않는 꽃은 처음에는 라푼젤 이야기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탑안에 갇혀 지내는 소녀에 얽힌 사연에 관한 이야기이고, 녹의 샘은 마을의 샘이 마르기 전에 다른 샘을 파주는 마도사와 그 후손에 관한 이야기, 마지막 작품 물밑의 아이는 아이를 얻기를 바라는 부부가 신전에 가는 동안의 일에 관한 이야기이다.
특히 마지막 작품은 당시 임신과 출산이란 것은 죽음과도 직결될 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란 것을 보여주는 듯, 임신부가 아이를 낳을 무렵이 되면 배냇저고리와 수의를 함께 만드는 풍습, 그리고 5살까지는 사람의 아이가 아니라 신의 아이라고 믿는 풍습등에 대해 나와 있다. 아이를 낳는 것은 지금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라고 이야기되는 만큼 의술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는 더욱 그러했으리라.
그리고 험난한 여행길동안 새롭게 부부의 정을 쌓아가는 이케아와 토모의 모습을 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였다.
조금씩 다르지만 물이란 것을 공통 소재로 삼고 있는 악몽성의 주인. 사람은 당장 먹을 것이 없어도 죽지는 않지만 물은 다르다. 그리하여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물이 가까이 있는 곳에 살아 왔다. 하지만 날씨에 따라, 환경의 변화에 따라 물의 양이 줄거나 늘거나 하는 일은 모두 하늘의 뜻에 달렸다고 믿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오랜 옛날 부터 각국의 지배자들은 치수에 힘을 써왔겠지...
사람 사는 이야기에 도깨비나 신비한 존재의 이야기까지 합쳐져 무척이나 독특한 만화들이 탄생했다. 악몽성의 주인은 작가의 말에 따르면 물을 테마로 한 네번째 시리즈물이라고 하는데, 다른 만화들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요즘은 환경파괴와 오염으로 인해 물부족을 겪는 나라들이 급속도로 많아져가고 있다. 또한 물부족으로 인한 사막화가 점점 더 진행되고, 더불어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 지구의 온도는 점점 올라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조만간 물부족 국가가 될지도 모른다. 사람은 물을 떠나 살 수 없는 존재이다. 물이 부족해지면 사람들의 삶은 힘겨워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은 물을 풍족하게 쓰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그게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기도 한다. 이 만화를 보니 지금의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존재인지, 물에 대해서는 더욱 감사하게 여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