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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이상한 소식 ㅣ 이정애 컬렉션 2
이정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내가 예전에 이 만화를 봤던 기억이 있나..... 하는 의문도 잠시.
첫 페이지를 보자마자 예전 기억이 파바밧하고 떠올랐다.
특히 나녹을 보자마자랄까?
좀 웃긴 얘기이긴 하지만, 현실에서나 가상에서나 역시 잘 생긴 녀석들이 기억에 많이 남긴 하나 보다. 다른 녀석들은 이름도 생김새도 하나도 기억이 안났는데, 나녹만은 지금도 이렇게 기억에 생생하니 말이다. (笑)
그러나, 영국을 배경으로 한 사립 고교의 왕자님을 주인공으로 하는 건 기억이 나는데, 악명높은 학생감옥도 기억이 나는데, 그 이면의 세상에 대해 기억이 하나도 안나는 건 왜일까? 혹시나 이 만화는 완결을 못봤나... 하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뭐 어때? 그렇다는 건, 더욱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인걸~~
영국의 한 사립 고교. 그곳에는 접촉 혐오증을 가진 한 왕자님이 있다. 그의 이름은 나녹.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그를 한 번 본 사람이면 사랑에 빠질 정도로 괘씸하게 잘 생기긴 했지만, 거친 말본새하며, 그닥 좋지 않은 머리....
어쨌거나 그 모든 것이 다 용서될 정도로 수려한 용모덕에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다. 그런 그의 앞에 뚝 떨어진 한 소녀. 나녹은 그녀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져버린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별에서 온 이상한 소식은, 학원물이자 판타지물이다.
콧대 높은 왕자님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평범한 소녀. 머리는 비상하지만 사람들과의 접촉이 극히 적었던 곳에 살았던지라 사고 방식이나 말투도 꽤나 독특하다. 나녹은 이 소녀, 모딘에게 푹 빠져 결혼하자고까지 조르는데,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아마 나녹 자신도 모를것이다. 그저 운명처럼 사랑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모딘은 나녹과 만난 이후, 꿈에서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보는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된다.
그러나 야스민이 등장하면서 모딘은 야스민에게 급호감을 느끼게 되고, 야스민에게 푹 빠지게 된다. 그런 모딘을 경멸하듯 쳐다보는 야스민. 야스민은 나녹을 나녹은 모딘을 모딘은 야스민이란 묘한 삼각관계가 된 세사람. 하지만 모두 일방적인 행보였으니....
평범한 학원물로 보이던 이 만화는 비슈이라 성단이라는 곳으로 장소가 바뀌면서 장르가 판타지로 바뀌게 된다. 그곳에는 나녹의 모습을 한 슈이가, 야스민의 모습을 한 사렉이 있다. 11번째 창조신이자 가장 아름다운 생명체인 슈이를 사랑하는 할트, 그러나 슈이는 인간 노예 사렉을 사랑하게 되니, 그들의 전생 또한 슬픈 사랑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전생과 현생이 교차하며 보여주는 슬픈 연인들의 사랑은 늘 가슴 두근거리게 한다. 게다가 이정애 작가의 그림은 남녀 모두 중성으로 보이는 묘한 매력이 있어 시각적으로도 너무나도 즐겁다. 또한 당시에는 딱히 동성애물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지금 보니 딱 BL물 설정이다. (그럼 난 예전부터 이런 장르를 좋아하게 될 운명???)
어쨌거나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읽게 된 이 작품, 너무 좋다. 특히 사렉을 위해 자신의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을 슈이의 모습, 그리고 처음엔 슈이를 죽일듯 잡아먹을 듯 하던 사렉의 변화. 특히 슈이가 죽었을때, 아무것도 먹지 않고 굶어죽어 가던 모습의 사렉은 충격이었다. (→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중의 하나)
또한 현생에서도 결국 서로를 알아 보게 된(굳이 따지자면, 사렉은 동물적 본능으로 알았고, 슈이는 그가 사렉이란 걸 뒤늦게 깨달았다) 연인들을 보며 떠나는 할트의 모습도 역시 멋졌다. 특히 늘 귀를 지구쪽에 열어두겠단 말... (아~~ 내가 왜 두근거리냐?)
사렉과 슈이를 보면 "사랑하면 꼭 만나게 될거예요"란 말이 떠오른다. 아무리 기억을 잊었다해도 시간이 흘렀다해도, 얼굴이 달라졌다 해도,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상대방의 온기만 잊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다시 만날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녀적 감성을 자극했던 만화는 오랜 시간이 흘러 사랑을 별로 믿지 않는 어른이 되어 버린 나의 가슴도 살며시 흔들어 놓았다.